드라마 '들쥐' 공식 스틸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로 데뷔 후 처음 1인 2역에 도전한 류준열이 두 얼굴을 만들어낸 과정과 그 안에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을 털어놨다.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류준열은 “너 아니면 못할 것 같다는 칭찬이 제일 좋다”며 배우로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전했다. 그는 같은 얼굴로 두 사람을 연기하면서도 감정의 결과로 말투, 행동까지 분명히 다르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외형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차이를 분장과 목소리, 연기로 완성해낸 셈이다.
설화를 재해석한 추적극… 류준열의 1인 2역 도전
‘들쥐’는 손톱을 먹은 들쥐가 그 사람을 대신한다는 전래 설화 ‘손톱 먹은 들쥐’에서 출발한 카카오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름과 얼굴, 삶 전체를 빼앗긴 은둔 소설가 문재가 자신의 정체를 되찾기 위해 정체불명의 존재 ‘들쥐’를 쫓는 과정을 그린 10부작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로, 8월 28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됐다.
류준열은 이 작품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숨어 살아온 작가 ‘제문재’ 역과, 문재의 인생을 훔친 존재 ‘서유민’ 역을 함께 맡았다. 그는 “대본을 읽고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원작 웹툰을 찾아봤다. 떡밥만 풀어놓고 회수가 안 되는 이야기도 있지 않나. 원작에 제가 원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타인의 인생을 뺏어야만 했던 들쥐의 삶은 누군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류준열은 그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인물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열등감, 질투 등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감정으로 출발했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아붙이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연출은 김홍선 감독이, 극본은 이재곤 작가가 맡았으며 설경구가 사채업자 ‘노자’, 이규형이 형사 ‘순용’ 역으로 함께한다.
드라마 '들쥐' 공식 스틸 (사진=넷플릭스)
문재와 서유민, 경계를 허무는 디테일
1인 2역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디테일이었다. 류준열은 “감독과 배우가 보는 시선이 다른데, 감독님이 외모, 목소리, 의상 등 모든 부분에서 제 의견을 많이 들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부분은 다르게, 같은 부분은 아예 같게, 전혀 다른 인물처럼 보이면서도 같은 인물처럼 보이게 하려고 고민했다”고 밝혔다.
극 중 박윤호가 연기한 서유민은 제문재로 페이스오프하는 인물로, 박윤호의 얼굴과 류준열의 얼굴을 오가며 문재를 표현한다. 촬영 당시 하루에 분장을 많게는 3~4번씩 바꾸며 들쥐와 문재를 오가야 할 때도 있었다. 류준열은 “들쥐를 연기할 때는 눈 흰자 아래 점이 있는 렌즈를 끼고 귀 모양도 다르게 만졌다”고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극 후반부, 제문재와 서유민이 만나는 장면이다. 진실과 현실이 혼재되며 두 인물의 경계가 조금씩 흐려지는 순간이다. 류준열은 이를 목소리로도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저와 윤호의 목소리를 기계적으로 섞어봤다. 9:1, 6:4 등 비율을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바꿔야 와닿을 것 같아서 직접 톤을 조절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가장 큰 차이점은 목소리다. 전화 통화 장면 등에서 일차원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실제 완성된 결과물은 그보다 훨씬 섬세한 조율을 거친 셈이다.
드라마 '들쥐' 공식 스틸 (사진=넷플릭스)
“대체되고 싶지 않다”…배우 류준열이 던진 존재의 질문
‘들쥐’가 던지는 공포는 ‘대체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류준열은 촬영할 때는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못했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고 나서야 그 안에 담긴 공포가 조금씩 와닿았다고 전했다. 그는 “철학 관련 책들을 보면,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를 묻지 않나. 내 이름, 직업, 부모로 증명할 수 없다면, 나를 어디서 증명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지금은 다들 저를 배우라고 생각하지만, 일정기간 작품을 안 하면 배우로 안 볼 수도 있지 않나.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배역을 통해 던진 질문이 배우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곧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로 확장됐다. 류준열은 “연기도 ‘이거 네가 아니면 못 할 것 같다’는 대체 불가능한 연기를 하고 싶다”며 “이 작품을 왜 해야 하는가 스스로 물어볼 때, 다른 사람이 안 할 것 같은 거, 남들이 못하는 걸 추구하는 것 같다. 누구나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면, 제가 고생할 필요가 없지 않나. ‘굳이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게 맞는 말 같다”고 밝혔다.
드라마 '들쥐' 공식 스틸 (사진=넷플릭스)
끝나지 않는 숙제… 배우를 넘어선 다음 계획
현장에서 자신이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류준열은 “윤호한테 저는 어떤 선배인지 물어본다고 생각하면, 덜컥 겁이 날 것 같다”며 “요즘에는 스탭들이 계속 보인다. 눈이 반짝반짝해서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다니는데 ‘나는 그렇게 연기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쉬움 없이 그냥 지나가는 연기를 하고 있지는 않나, 다시 되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관심사는 카메라 앞에만 머물지 않는다. 해외 유수 영화제를 다니며 영화 수입에 관심이 생겼고, 영화사 대표들을 만나 자문을 받으며 글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미 수입 파트너와 함께 사들인 작품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양한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 소개 유튜브도 고민하고 있다”며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크다. 쉽게 제작되기 어려운 것들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연출 계획이나 구체적인 제작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배우로서도, 영화인으로서도 류준열은 여전히 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작품을 하고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계속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숙제를 하고 있고, 끝나지 않을 숙제”라고 소감을 전했다. ‘들쥐’는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서 시청 가능하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