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나 도시락을 준비할 때 계란만큼 자주 찾는 식재료도 드물다. 냄비에 물을 붓고 계란을 넣어 몇 분 기다리면 끝이라 조리법도 간단해 보인다.
그런데 막상 삶아 반으로 잘라보면 결과가 매번 똑같지는 않다. 어느 날은 노른자가 한쪽 벽에 바짝 붙어 있고, 어느 날은 껍질을 벗기는 순간 흰자까지 덩어리째 떨어져 나간다. 시간을 비슷하게 맞췄는데도 노른자 익힘 정도가 다를 때도 있다.
이럴 때 소금이나 식초부터 찾는 사람이 많지만, 정작 놓치기 쉬운 과정은 따로 있다. 계란이 익기 시작하는 첫 1분 동안 냄비 안에서 천천히 굴려주는 것이다.
계란을 넣은 뒤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과 초반에 굴려주는 것은 반으로 잘랐을 때 특히 차이가 난다.
첫 1분 동안 계란 천천히 굴리기
계란을 삶으면 노른자가 항상 정확히 가운데 자리 잡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 계란 안에서는 ‘알끈’이라 불리는 구조가 노른자를 잡고 있지만 노른자의 위치가 완전히 고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삶은 계란을 잘랐을 때 한쪽 흰자는 두껍고 반대쪽은 종잇장처럼 얇은 경우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줄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계란을 물에 넣은 직후 약 1분 동안 천천히 움직여주는 방법이다. 조리가 시작되는 초반 계란을 계속 회전시키면 노른자가 한쪽으로 치우친 상태에서 굳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조리업체에서도 회전시키며 익히는 공정을 이용해 노른자의 위치를 가운데에 가깝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한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냄비에 계란이 충분히 잠길 만큼 물을 넣어 끓인 뒤 국자나 큰 숟가락을 이용해 계란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넣는다.
그다음이 중요하다. 처음 약 1분 동안 젓가락이나 숟가락으로 물을 천천히 원을 그리듯 저어 계란이 냄비 안에서 굴러가도록 한다.
계란 자체를 세게 휘젓는 것이 아니다. 물의 흐름을 만들어 여러 개의 계란이 천천히 방향을 바꾸도록 하면 된다. 냄비 바닥에 부딪힐 정도로 빠르게 돌리면 오히려 껍질이 깨질 수 있다.
특히 삶은 계란을 반으로 잘라 샐러드나 도시락에 넣거나 장조림용으로 사용할 때 써볼 만하다. 노른자가 한쪽 끝에 붙는 현상을 줄이면 자른 단면도 훨씬 일정하게 나온다.
계란 삶는 시간은 물이 끓은 뒤부터 잰다
계란 삶기가 자꾸 실패하는 또 다른 원인은 시간을 재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찬물에 계란을 넣자마자 7분을 재는 사람도 있고, 물이 완전히 끓은 뒤부터 7분을 재는 사람도 있다. 당연히 결과가 같을 수 없다. 냄비 크기와 물의 양, 가스레인지나 인덕션의 화력에 따라 물이 끓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과를 일정하게 만들고 싶다면 물이 끓은 상태에서 계란을 넣은 시점을 기준으로 시간을 재는 방법이 편하다.
냉장고에서 꺼낸 큰 계란을 기준으로 하면 대략 다음과 같이 조절할 수 있다.
6분 전후면 노른자 안쪽이 상당히 흐르는 반숙, 7~8분이면 노른자 가운데가 촉촉한 반숙, 9~10분이면 중심부까지 상당 부분 익은 상태, 11~12분이면 단단한 완숙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
계란 크기와 냉장 상태, 사용하는 냄비와 화력에 따라 30초~1분 정도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집에서 한두 번 만들어본 뒤 자신이 사용하는 냄비에 맞는 시간을 정해두는 편이 편하다.
미국계란위원회도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큰 계란을 증기로 익히는 방식에서는 약 12분을 제시한다. 찬물에서 시작해 끓인 뒤 불을 끄고 뜨거운 물에 두는 방식 역시 계란 크기에 따라 시간을 달리 제시하고 있다. 결국 ‘몇 분’이라는 숫자보다 어느 순간부터 시간을 쟀는지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란을 넣을 때는 손으로 떨어뜨리지 말고 국자에 하나씩 올린 뒤 물 가까이에서 천천히 내려놓는다. 냄비 바닥에 부딪혀 금이 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다 익으면 냄비에 그대로 두지 않기
원하는 시간만큼 삶았다면 다음 과정도 바로 이어져야 한다. 불만 끄고 뜨거운 물에 계란을 그대로 놔두면 냄비와 물에 남아 있는 열 때문에 계란은 계속 익는다. 촉촉한 반숙을 노리고 7분을 맞췄더라도 뜨거운 물에 몇 분 더 들어 있으면 원하는 것보다 노른자가 단단해질 수 있다.
타이머가 울리면 계란을 바로 건져 찬물이나 얼음을 넣은 차가운 물에 옮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남아 있는 열로 계속 익는 것을 빠르게 멈출 수 있다. 노른자 익힘 정도를 일정하게 맞추려면 삶는 시간만큼이나 이 과정이 중요하다.
또 하나는 껍질을 벗길 때다. 삶은 계란을 빠르게 식히면 내용물이 수축하면서 껍질을 벗기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계란위원회 역시 삶은 계란을 찬물로 완전히 식힌 뒤 껍질을 제거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계란을 차가운 물에 넣은 뒤 겉만 차가워졌다고 바로 꺼내기보다 5분가량 충분히 식힌 뒤 껍질을 벗기면 다루기도 편하다.
여기서 물에 소금을 한 숟갈씩 붓거나 식초를 많이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껍질을 잘 벗기겠다고 여러 재료를 넣기 전에 가열을 끝낸 뒤 얼마나 빨리 식혔는지부터 바꿔보는 편이 간단하다.
뾰족한 쪽 말고 둥근 쪽부터 벗기기
잘 삶고 충분히 식혔다면 마지막에는 계란의 방향을 한번 본다. 계란 양쪽을 비교하면 한쪽은 비교적 뾰족하고 반대쪽은 넓고 둥글다. 넓은 쪽 안에는 공기가 들어 있는 공간인 ‘기실’이 자리한다. 그래서 껍질을 벗길 때는 뾰족한 끝보다 넓고 둥근 끝에 먼저 금을 내는 방법이 편하다.
둥근 부분을 조리대에 가볍게 두드려 작은 균열을 만들고, 그 틈으로 손가락을 넣어 껍질 안쪽의 얇은 막까지 함께 잡아 벗긴다. 처음부터 껍질 조각 하나하나를 뜯기보다 계란을 손바닥 아래에서 살짝 굴려 껍질 전체에 잔금을 만든 다음 벗기는 방법도 있다.
잘 떨어지지 않는 부분은 흐르는 찬물 아래에서 벗겨도 된다. 물이 껍질과 흰자 사이로 들어가면서 붙어 있는 막을 떼는 데 도움이 된다.
껍질이 유독 안 벗겨지는 계란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삶는 방법이 틀린 것도 아니다. 아주 신선한 계란은 삶은 뒤 껍질이 잘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계란 내부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관한 계란이 완숙용으로는 더 쉽게 벗겨질 수 있다.
결국 계란을 예쁘게 삶는 과정은 재료 하나를 더 넣는 데 있지 않다. 물이 끓으면 계란을 조심스럽게 넣고 → 첫 1분 동안 천천히 굴리고 → 원하는 익힘 시간만큼 가열한 뒤 → 곧바로 찬물에서 식히고 → 넓고 둥근 쪽부터 껍질을 벗긴다.
특히 지금까지 계란을 냄비에 넣은 뒤 타이머만 켜놓고 기다렸다면 다음번에는 처음 1분만 냄비 옆에 서서 계란을 천천히 굴려보자. 반으로 잘랐을 때 한쪽에 붙어 있던 노른자의 위치부터 차이가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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