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커스] 천년 문화도시 안동, 전통으로 세계를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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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포커스] 천년 문화도시 안동, 전통으로 세계를 두드린다

뉴스컬처 2026-09-05 14:12: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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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별신굿탈놀이. 사진=국가유산청
하회별신굿탈놀이. 사진=국가유산청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경북 안동이 전통공예를 앞세워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안동시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국내 심사를 통과해 공예·민속예술 분야 국내 추천도시로 선정됐다. 최종 가입까지는 유네스코 본부 심사가 남아 있지만, 안동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전통문화의 가치가 국제적인 창의도시 기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목할 대목은 안동이 내놓은 문화자원이 특정한 한 가지 공예품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안동포와 안동한지, 천연염색을 비롯해 지역에서 이어져 온 생활기술을 생산과 교육, 창작, 산업으로 연결하는 문화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안동의 문화유산을 살펴보면 이러한 전략이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안동은 국가유산만 해도 국보와 보물, 사적, 국가무형유산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품고 있다. 안동시가 공개한 문화유산 현황에는 국가 지정 유산 109건과 도 지정 유산 235건이 포함돼 있다.

그중에서도 안동의 전통문화는 눈으로 보는 유산과 손으로 이어지는 기술이 함께 존재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베틀에서 시작된 안동포, 생활기술이 문화자산이 되다

'안동포짜기' 공개행사에서 베메기 과정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안동시
'안동포짜기' 공개행사에서 베메기 과정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안동시

안동포는 안동 전통공예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자산이다. 임하면 금소리를 비롯한 안동포마을에서는 지금도 베틀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안동시 자료에 따르면 이곳은 사계절 베틀 소리가 이어지는 마을로 소개되며, 안동포는 과거 임금에게 진상품으로 올려질 만큼 이름난 지역 특산품이었다.

삼베를 생산하는 기술 역시 국가 차원의 무형유산으로 인정받았다. 국가유산포털은 삼베짜기를 국가무형유산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안동포짜기마을보존회를 관리단체로 명시하고 있다.

안동포의 가치는 완성된 직물에만 있지 않다. 원료를 기르고 수확한 뒤 섬유를 만들고, 실을 뽑아 베를 짜고, 이를 실제 생활에 사용하는 과정 전체에 전통지식이 축적돼 있다. 한 장의 천이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단계의 기술과 숙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안동포는 지역의 생활사와 노동문화를 함께 보여주는 공예자원이다.

특히 이 기술의 전승 과정에서 여성들의 역할은 빼놓기 어렵다. 가정과 마을에서 이어져 온 베 짜기는 여성의 생활기술이면서 생계와 공동체를 지탱하는 생산활동이기도 했다. 이제 이 기술을 문화유산의 기록에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디자인과 상품, 교육 프로그램으로 확장하는 일이 안동의 과제가 되고 있다.

■종이 한 장에도 안동의 전통이 쌓인다

안동의 전통공예 자원은 섬유에 한정되지 않는다. 안동한지는 지역의 닥나무와 전통적인 제작방식을 바탕으로 이어져 온 종이문화의 자산이다.

안동시는 안동풍산한지가 국내산 천연 닥나무를 원료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되며 창호지와 도배지, 장판지, 화선지, 공예품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돼 왔다고 소개한다.

종이는 기록을 위한 재료이면서 동시에 생활과 예술을 담는 매체였다. 한지 제작기술은 서예와 회화, 책과 문서, 공예와 연결되며 안동이 가진 유교문화 및 기록문화와도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안동의 종이문화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동은 2026년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에서도 동아시아 종이·문자 비엔날레를 준비하고 있다. 전통 종이예술과 문자 소재 미술공예 작품을 한중일 문화교류의 소재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이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가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전통공예를 국제문화교류와 연결할 수 있는 실제 사례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하회탈에서 서원까지, 안동의 전통은 하나의 문화권을 이룬다

안동 하회탈. 사진=안동시
안동 하회탈. 사진=안동시

안동의 전통문화는 공예품 몇 가지로 설명하기 어렵다. 하회탈과 하회별신굿탈놀이, 서원과 종가문화, 유교책판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문화유산이 오랜 시간 한 지역에서 함께 전승돼 왔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며 안동을 대표하는 전통 연희다. 안동 하회탈과 병산탈은 국보로 지정돼 있고, 안동에는 봉정사와 도산서원, 병산서원 등 역사문화자원도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문화적 배경은 안동의 공예문화가 독립적으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지역의 생활과 정신문화 속에서 성장해 왔음을 보여준다.

하회탈을 만드는 손기술, 종이를 만들고 글을 남기는 기술, 삼을 길러 섬유를 만들고 옷감을 짜는 기술은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모두 사람이 재료를 다루고 지식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과정에서 발전했다.

안동이 공예·민속예술 분야를 선택한 것도 이러한 문화적 기반과 무관하지 않다.

■여성 공예인, ‘전승자’에서 창작자로

이번 유네스코 창의도시 도전에서 더욱 눈여겨볼 부분은 여성 공예인이다.

전통문화는 오랫동안 남성 중심의 역사와 기록을 통해 설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 생활 현장에서 옷감을 짜고 종이를 만들고 천연염색을 이어온 사람들의 상당수는 여성들이었다.

안동포 역시 여성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이어져 왔다. 안동시가 소개하는 안동포마을의 전통은 베틀을 중심으로 한 생활문화와 지역 공동체의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이제 여성 공예인을 과거의 기술을 전달하는 전승자에만 머물게 하지 않고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 후계자를 가르치는 교육자, 제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생산자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안동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전략 역시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전통기술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기술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공예가 도시의 지속 가능한 문화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동의 평생학습 기반에서도 천연염색과 한지공예, 규방공예 등 전통공예 교육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생활 속 기술 전승이 현재형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존’ 다음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쓰임

호계서원 양호루. 사진=안동시
호계서원 양호루. 사진=안동시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는 공예·민속예술을 비롯해 건축, 디자인, 영화, 미식, 문학, 미디어아트, 음악 등 8개 분야가 있다. 국내에서도 이천과 진주, 김해가 공예·민속예술 분야 창의도시로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안동의 가입 도전은 전통문화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국제적인 도시 네트워크 안에서 다른 도시와 어떤 협력사업을 만들고, 지역의 공예기술을 시민과 청년에게 어떻게 연결하며, 전통기술을 어떤 현대적 콘텐츠로 발전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

안동은 이미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2026년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에서 안동포와 안동한지를 활용한 패션쇼를 추진하고, 동아시아 종이·문자 비엔날레를 통해 전통 종이예술의 국제교류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전통공예의 쓰임을 넓히는 작업이다. 안동포가 의복을 넘어 패션과 디자인으로 확장되고, 한지가 서화와 문서 보존을 넘어 현대미술과 공예의 재료로 활용될 때 전통기술은 현재의 문화가 된다.

■2027년 최종 심사, 안동 문화정책의 다음 단계

안동시는 국내 추천도시 선정을 계기로 신청서를 보완하고 국제협력 전략을 마련해 2027년 10월께 유네스코 본부의 최종 심사에 도전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안동이 가진 문화자산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하나의 도시문화 전략으로 보여주느냐에 있다.

안동에는 이미 충분한 자원이 있다. 하회탈과 탈춤, 서원과 종가문화, 유교책판 같은 역사문화유산이 있고, 안동포와 한지처럼 사람의 손을 거쳐 현재까지 이어진 생활기술도 있다. 안동시가 스스로를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표현하는 이유도 이러한 문화적 기반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과거의 유산을 나열하는 일이 아니다. 기술을 가진 사람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청년이 그 기술을 새롭게 해석하며, 시민이 일상에서 공예를 경험하고, 해외 도시와 기술과 창작물을 교류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안동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도전은 결국 공예를 통해 도시의 오래된 시간을 현재와 연결하는 작업으로 읽힌다. 베틀에서 이어진 안동포의 기술, 닥나무에서 탄생한 한지, 자연의 색을 담아낸 천연염색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유물이 아니다.

손으로 이어진 기술이 다음 세대의 창작으로 이어질 때 전통은 다시 살아난다. 2027년 최종 심사는 안동이 보유한 문화유산의 숫자를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라, 그 유산을 오늘의 시민과 미래의 창작자에게 어떻게 이어줄 것인지 보여주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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