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아직 반이나 남았는데”…유독 식사 느린 사람 이유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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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아직 반이나 남았는데”…유독 식사 느린 사람 이유 따로 있었다

위키푸디 2026-09-05 13:00:00 신고

3줄요약

식사 속도 차이는 직장인 점심시간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밥을 먹는 자리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9월 들어 휴가철이 지나고 회사와 학교에서 함께 식사하는 일이 늘면서 이런 차이를 체감하는 사람도 많다. 같은 메뉴를 먹어도 누군가는 10분 만에 수저를 내려놓지만 다른 사람은 20~30분이 지나도 밥이 남아 있다.

특히 천천히 먹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먼저 식사를 끝내면 마음이 급해지기 쉽다. 아직 밥이 남았어도 동료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 같아 남은 음식을 포기하기도 한다. 반대로 다른 사람보다 훨씬 빨리 먹는 사람도 먼저 식사를 끝낸 뒤 자리를 지키며 기다려야 한다.

먹는 속도가 다른 이유를 성격이나 입 크기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연구를 살펴보면 함께 밥을 먹는 가족의 행동과 영아기부터 나타나는 개인별 성향, 한입에 먹는 양과 씹는 방식 등이 각각 관련돼 있다.

가족에게서 익힌 먹는 방식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의 행동은 자신의 다음 한입과 가까운 시간에 나타날 수 있다.

2019년 5월 국제학술지 ‘Translational Behavioral Medicine’에 발표된 연구에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진 등은 10가족 33명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참가 가족은 2017년 5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모집됐다. 연구진은 가족 구성원이 음식을 입에 넣는 시점을 각각 기록했고 전체 식사에서 총 2156번의 한입을 살폈다.

전체 참가자를 놓고 비교했을 때 가족 중 한 사람이 음식을 먹은 뒤 5초 안에 다른 구성원이 뒤따라 먹는 빈도가 더 높았다. 해당 시간에는 분당 평균 3.3번 음식을 먹었고 다른 시간에는 분당 평균 2.4번이었다. 한 사람이 숟가락이나 포크를 들면 옆 사람의 다음 한입도 가까운 시간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결과다.

다만 모든 가족에게 같은 모습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이 가족 구성원끼리 만든 78개 조합을 따로 살펴보자 뚜렷한 먹는 행동의 동조가 확인된 조합은 5개였다. 연구 규모도 10가족에 그쳤다. 따라서 부모가 빨리 먹으면 자녀도 반드시 빨라진다고 단정할 자료는 아니다.

그럼에도 어릴 때부터 매일 반복되는 식사 환경은 개인이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먹는 방식과 연결될 수 있다. 가족 모두가 빠르게 식사를 끝내는 집이 있는 반면 밥을 먹으며 대화를 길게 나누는 집도 있다. 한입을 먹은 뒤 바로 다음 숟가락을 드는지 오래 쉬는지도 집마다 다를 수 있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생긴다. 같은 동료들과 점심을 자주 먹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주변 사람과 수저를 드는 시점이 가까워질 수 있다. 다만 함께 먹는 사람만으로 개인의 전체 식사 시간을 설명할 수는 없다.

아기 때부터 다른 먹는 성향

먹는 행동의 차이는 가족과 함께 밥을 먹기 전인 영아기에도 확인됐다. 2010년 5월 국제학술지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실린 연구에서는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진이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2007년에 태어난 쌍둥이 2402쌍의 먹는 행동을 조사했다. 아이들은 생후 첫 3개월로 우유만 먹던 시기였다.

부모는 아기가 천천히 먹는 편인지, 먹는 것을 즐기는지, 음식에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 배부름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설문으로 평가했다.

연구 결과 천천히 먹는 성향의 유전력은 84%로 추정됐다. 배부름에 반응하는 성향은 72%, 음식에 반응하는 성향은 59%, 먹는 즐거움은 53%로 계산됐다.

다만 84%라는 숫자를 한 사람의 식사 속도가 유전자로 84% 결정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집단에서 나타난 천천히 먹는 성향의 개인차와 유전적 차이 사이의 관련 정도를 계산한 수치다.

실제 식사 시간을 초시계로 재서 비교한 연구도 아니다. 부모가 아이의 먹는 행동을 설문으로 평가한 자료를 사용했다. 성인의 점심 식사 시간을 그대로 설명하는 숫자는 아니지만 먹는 행동의 개인차가 생후 초기부터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자료다.

따라서 밥을 느리게 먹는 사람이 모두 어린 시절 가족에게서 천천히 먹는 습관을 배웠다고 볼 수는 없다. 반대로 빠르게 먹는 사람이 모두 급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보기도 어렵다. 태어난 뒤 이른 시기부터 먹는 행동 자체에 개인차가 나타날 수 있고 이후 여러 식사 경험이 더해질 수 있다.

한입 크기와 씹는 방식의 차이

입 크기와 침의 양이 식사 속도를 결정한다는 이야기도 흔하다. 입이 작아서 천천히 먹는다거나 침이 많이 나와 빨리 삼킨다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 연구에서는 신체조건 몇 가지만으로 먹는 속도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2020년 3월 국제학술지 ‘Physiology & Behavior’에 실린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연구에서는 성인 96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18~30세 네덜란드 성인 32명과 같은 연령대 중국계 성인 32명, 65~85세 네덜란드 성인 32명을 비교했다.

참가자들의 침 분비 속도와 씹는 능력, 치아 상태를 측정했고 입안의 크기와 혀 크기도 살폈다. 이후 당근과 치즈, 소시지를 먹게 한 뒤 먹는 속도와 한입 크기, 씹는 횟수, 음식을 먹는 데 걸린 시간을 기록했다.

연구에서는 일부 신체조건과 먹는 행동 사이에 관련성이 확인됐다. 하지만 연구진은 침의 양이나 입안 크기, 치아 상태, 씹는 능력 가운데 먹는 행동과 연결된 항목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화적 차이를 비롯한 다른 요소도 함께 봐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식사에서는 한입에 넣는 양과 씹는 횟수가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사람이라도 당근처럼 단단한 음식과 죽처럼 부드러운 음식을 먹을 때 속도가 같지 않다. 대화를 많이 하는 자리인지 혼자 먹는 자리인지에 따라서도 한 끼에 걸리는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

평소 천천히 먹는 사람이 속도를 조금 줄이고 싶다면 무리하게 씹는 횟수부터 줄이기보다 한입의 양과 수저를 드는 간격을 먼저 살펴볼 수 있다. 한입을 지나치게 크게 먹으면 씹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반대로 음식을 삼킨 뒤 한참 수저를 내려놓는 습관이 있다면 쉬는 시간을 줄이는 방식도 있다.

너무 빨리 먹는 사람은 한입의 양을 조금 줄이고 입안의 음식을 삼킨 뒤 다음 숟가락을 드는 방식으로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음식을 씹는 동안 다음 한입을 미리 준비하는 습관이 있다면 수저를 잠시 내려놓는 방법도 있다.

식사 속도는 한 가지 원인으로 갈리지 않는다. 영아기부터 나타나는 먹는 성향과 함께 오랫동안 접해 온 가족의 행동, 한입의 크기와 씹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다. 주변 사람과 먹는 시간이 다르다고 무조건 급하게 삼키기보다 자신이 어느 부분에서 빠르거나 느린지 살펴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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