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얘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초가공식품인데, 가급적 섭취하지 않아야 할 식품으로 꼽힌다. 세계암연구기금(WCRF)은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진의 식품분류체계를 토대로 초가공식품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초가공식품은 여러 단계의 제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가정에서 음식을 만들 때 흔히 사용하지 않는 원료나 보존료·감미료·색소·유화제·안정제 등의 첨가물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초가공식품에는 탄산음료와 가당음료, 과자, 사탕과 초콜릿, 비스킷과 케이크, 아이스크림, 인스턴트라면과 수프, 치킨너겟, 일부 햄·소시지와 햄버거, 냉동피자와 즉석조리식품 등이 포함된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일부 식빵이나 시리얼, 가당 요구르트 등도 제조 방법과 성분에 따라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
라면·과자·탄산음료·즉석식품 등 대표적… 일부 빵·요구르트도 포함
초가공식품이 건강에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상당수가 열량이 높고 지방·당류·소금이 많은 반면 식이섬유와 미량영양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맛이 강하고 부드러우며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필요 이상의 열량을 섭취하기도 쉽다.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식생활이 반복되면 체중 증가와 비만으로 이어지고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등의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세계암연구기금이 공동 지원한 유럽 7개국 성인 26만6666명 대상 연구에서도 초가공식품 섭취가 많을수록 암·당뇨병·심혈관질환 등 복합만성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연관성이 나타났다.
암과 연결되는 가장 분명한 경로 역시 비만이다. 과도한 체지방은 인슐린과 성장인자, 성호르몬, 만성 염증 등 암 발생에 관여하는 여러 생물학적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WCRF는 과체중과 비만이 여러 종류의 암 위험을 높이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초가공식품에 포함되는 일부 첨가물이나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 포장재에서 식품으로 이동할 수 있는 물질 등이 장내미생물과 염증·대사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지만 이들 경로는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고열량·고당·고지방 식생활, 심혈관질환ㆍ암 위험 증가 요인
초가공식품과 실제 암 발생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WCRF가 공동 지원하고 영국 바이오뱅크 중년 성인 약 20만 명을 약 10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식단에서 초가공식품 비중이 10%포인트 증가할 때 전체 암 발생 위험은 2%, 난소암 발생 위험은 19%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초가공식품을 완전히 끊는 생활은 쉽지 않다. 그러면 어떻게 먹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을까? 초가공식품을 어떻게 먹어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덜 끼칠까?
첫 번 째 고려해야 할 것은 ‘섭취 빈도’다. 평소 식생활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매일 마시는 탄산음료를 일주일에 몇 번으로 줄이고 물이나 무가당 음료로 바꾸거나, 습관적으로 먹던 과자·케이크·아이스크림을 가끔 즐기는 음식으로 바꾸는 식이다.
두 번째는 한 번에 먹는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다. 과자 한 봉지를 한꺼번에 먹거나 즉석식품 하나로 배를 채우기보다 양을 줄이고 자연식품이나 최소가공식품을 함께 먹는다.
세 번째는 함께 먹는 음식을 통해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는 것이다. 라면을 먹는다면 채소를 충분히 넣고 달걀이나 두부 등을 곁들인다. 국물을 적게 먹으면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물론 채소와 달걀을 넣었다고 라면 자체가 건강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초가공식품이 한 끼 식사의 대부분을 차지하지 않도록 하고 부족하기 쉬운 식이섬유와 단백질 등 전체 식사의 영양 균형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네 번째는 같은 초가공식품 종류라도 조금이라도 나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제품의 영양성분표를 비교해 당류·포화지방·나트륨이 적고 식이섬유가 많은 것을 고른다. 빵을 먹는다면 설탕과 지방이 많은 제품보다 통곡물 함량과 식이섬유가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식이다.
물론 초가공식품이라고 모두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 통곡물 식빵이나 저당 시리얼, 일부 요구르트처럼 제조 과정 때문에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되더라도 식이섬유·비타민·미네랄 등의 공급원이 될 수 있는 식품도 있다. WCRF 역시 모든 초가공식품을 일률적으로 피하기보다 지방·당류·소금이 많은 제품을 우선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햄·소시지·베이컨 등 가공육은 대장암 위험을 높인다는 강한 근거가 있으므로 가능한 한 적게 먹는 것이 좋다.
초가공식품 섭취와 관련된 식생활 원칙을 정리하면 ▶자주 먹는다면 횟수를 줄이고 ▶한 번에 먹는 양을 줄이며 ▶먹을 때는 채소·과일·통곡물·콩류 등 자연식품이나 최소가공식품을 충분히 곁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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