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 먹거리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9월로 접어든 서울 도심에는 한낮 더위가 남아 있지만 남대문시장 골목은 그릇과 액세서리, 사우나 용품 등을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예전에는 중장년층이 많이 찾던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에는 20~30대 방문객도 쉽게 볼 수 있다.
남대문시장에서는 시장 구경을 마친 뒤 가까운 먹거리 골목으로 이동하는 사람도 많다. 큰돈을 쓰지 않고 쇼핑과 식사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고 좁은 골목 안에 오래된 음식점과 길거리 간식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배우 선우용여도 지난 8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60년째 남대문시장을 다니고 있다며 단골집과 시장 나들이 코스를 공개했다.
남대문을 오래 다닌 사람에게는 익숙한 시장이지만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골목 안쪽까지 음식점과 노점이 빼곡하게 자리해 무엇부터 먹어야 할지 고르기 쉽지 않다.
남대문시장에 처음 간다면 유명 식당 이름만 따라가기보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음식부터 골라 먹는 편이 좋다. 한 끼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메뉴부터 시장을 걸으면서 먹기 좋은 간식까지 남대문에서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음식 세 가지를 소개한다.
1. 보리밥 하나 시켰는데 칼국수와 냉면까지
남대문시장 먹거리 가운데 가격과 양을 함께 챙기고 싶다면 칼국수골목으로 향하면 된다. 지하철 4호선 회현역 5번 출구에서 나오면 금세 도착한다. 남대문시장4길 일대의 좁은 통로 양쪽으로 작은 음식점이 붙어 있고 손님들은 가게 앞 의자에 나란히 앉아 뜨거운 칼국수와 보리밥을 먹는다.
이 골목에서 눈여겨볼 음식은 보리비빔밥이다. 보리밥만 한 그릇 내고 끝나는 방식이 아니다. 일부 가게에서는 보리밥을 주문하면 칼국수와 비빔냉면을 작은 그릇에 함께 내준다.
남해식당에서는 보리밥과 칼국수, 비빔냉면을 한꺼번에 먹을 수 있다. 보리밥 세트는 9000원이며 칼국수와 비빔냉면도 함께 나온다.
보리밥에는 상추와 콩나물 등을 넣고 양념장에 비벼 먹는다. 여기에 따뜻한 칼국수와 매콤한 비빔냉면이 차례로 더해진다. 한 가지만 주문했는데 서로 다른 세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남대문 칼국수골목만의 재미다.
먼저 보리밥을 몇 숟가락 먹은 뒤 뜨거운 칼국수 국물을 떠먹으면 된다. 이어 매콤하고 차가운 비빔냉면을 먹으면 입안의 맛도 한 번 바뀐다. 세 음식을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돼 남대문시장에 처음 온 사람도 골목의 여러 음식을 한 자리에서 맛보기 좋다.
한 끼 양도 넉넉한 편이다. 반대로 시장에서 다른 음식을 더 먹어보고 싶다면 함께 온 사람과 메뉴를 나눠 먹은 뒤 다음 골목으로 이동해도 된다. 칼국수골목에는 비슷한 구성을 내는 식당이 여럿 있어 자리를 둘러보고 고를 수도 있다.
2. 밥 한 공기 부르는 남대문 갈치조림
칼국수골목에서 시장 안쪽으로 걸어가면 이번에는 갈치조림골목을 만날 수 있다. 작은 식당들이 서로 붙어 있고 가게 안에서는 붉은 양념을 넣은 갈치조림 냄비가 계속 끓는다.
남대문 갈치조림은 큼직하게 썬 무와 갈치를 냄비에 넣고 매콤한 양념과 함께 푹 끓여 낸다. 오래 익힌 무에는 갈치에서 나온 맛과 양념 국물이 깊게 배어든다. 숟가락으로 무를 잘라 밥 위에 올린 뒤 국물을 조금 끼얹어 먹으면 밥 한 공기가 빠르게 줄어든다.
갈치는 가운데 뼈를 따라 살점을 떼어 먹는다. 살코기에 매콤하고 짭짤한 양념이 배어 있어 흰밥과 잘 어울린다. 시장을 한참 걷다가 뜨거운 밥과 국물이 생각날 때 고르기 좋은 메뉴다.
갈치조림골목에는 여러 식당이 붙어 있다. 희락갈치를 비롯해 오랫동안 같은 골목에서 갈치조림을 만들어 온 가게들이 모여 있어 식사 시간에는 골목 전체에서 생선조림 냄새가 퍼진다. 희락갈치는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길에 자리하며 갈치조림과 갈치구이 등을 판다.
갈치조림만 먹기 아쉽다면 생선구이를 함께 주문해 나눠 먹어도 된다. 조림은 양념과 무를 밥에 곁들여 먹는 맛이 있고 생선구이는 담백하게 살을 발라 먹을 수 있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남대문 갈치조림은 시장의 오래된 분위기와 잘 붙는다. 번듯한 식당보다 좁은 골목 안쪽에 작은 가게들이 마주 보고 자리해 있고 손님들이 뜨거운 냄비를 사이에 두고 밥을 먹는다. 남대문시장에 와서 제대로 한 끼를 먹고 싶다면 빼놓기 어려운 음식이다.
3. 달콤한 호떡과 전혀 다른 야채호떡
밥을 먹고 남대문시장을 더 둘러볼 생각이라면 손에 들고 먹을 간식 하나쯤 남겨두는 편이 좋다. 이때 많이 찾는 음식이 야채호떡이다.
보통 호떡이라고 하면 흑설탕이 녹아 있는 달콤한 속을 떠올리기 쉽다. 남대문 야채호떡은 겉모습만 비슷할 뿐 반으로 가르면 전혀 다른 속이 나온다. 안에는 당면과 채소가 들어 있어 잡채를 호떡 반죽 안에 넣은 모습에 가깝다.
남대문 야채호떡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 12에 자리한다. 야채호떡은 한 개 2500원이며 꿀씨앗호떡과 팥호떡도 각각 2500원에 판다.
반죽을 기름에 눌러 노릇하게 익히면 겉면은 바삭해지고 안에 든 당면은 뜨거워진다. 설탕이 들어간 일반 호떡처럼 단맛이 강하지 않고 짭짤한 맛이 먼저 난다. 구운 호떡 겉에 간장 소스를 살짝 발라주는 것도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방식이다.
특히 갓 나온 야채호떡은 속에 든 당면이 상당히 뜨겁다. 바로 크게 베어 물기보다 조금 식힌 뒤 먹는 편이 편하다. 크기도 작지 않아 시장을 돌아다니다 출출해졌을 때 하나 먹기 좋다.
달콤한 간식을 먹고 싶다면 같은 곳에서 꿀씨앗호떡이나 팥호떡을 고르면 된다. 여러 사람이 함께 갔다면 야채호떡과 달콤한 호떡을 하나씩 사서 나눠 먹는 방법도 있다.
남대문시장은 한 가게에서 한 끼를 먹고 바로 돌아오기보다 골목을 걸으며 여러 먹거리를 만나는 재미가 큰 곳이다. 칼국수골목에서 보리밥과 국수를 먹고 갈치조림골목을 지나 시장을 둘러본 뒤 야채호떡 하나를 들고 나오는 식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 사이에는 그릇과 옷, 액세서리, 수입품을 파는 상점이 계속 나타난다. 쇼핑을 하다가 배가 고프면 골목으로 들어가 밥을 먹고 다시 시장 구경을 시작하면 된다. 60년째 남대문을 다닌 단골부터 처음 시장을 찾은 20대까지 같은 골목을 걷는 이유를 남대문의 오래된 먹거리에서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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