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이장훈 기자] 아직 가격도 적재량도 공개되지 않은 기아 PV7에 5,200만 원이라는 숫자가 먼저 붙었다. 8,000만 원짜리 차를 2,800만 원에 살 수 있다는 계산까지 나왔다. 과감해 보이지만 완전히 허공에서 나온 숫자는 아니다. 2026년 전기화물차 보조금 지침에 새로 열린 ‘1.5톤 이상 중형’ 구간을 PV7이 모두 충족한다는 가정에서 나온 최대 시나리오다.
기아가 티저로 공개한 PV7은 전기 PBV 전용 E-GMP.S 플랫폼을 쓰는 대형 모델이다. 양산형은 9월 14일 독일 하노버 IAA 트랜스포테이션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업무용 카고부터 승객 이동과 레저 전환까지 한 차체로 넓히는 모델인 만큼, 같은 PV7 이름 아래 어떤 차체와 용도로 인증되느냐가 가격보다 먼저 중요해졌다.
1.5톤 한 줄이 3천만 원을 움직인다
2026년 기준 중형 전기화물차의 국고보조금 상한은 4,000만 원이다. 최대적재량 1.5톤 이상으로 인증되고 연비·주행거리·배터리·사후관리 계수를 최고 수준으로 받는다는 전제가 붙는다. 여기에 지방비를 국비의 30%인 1,200만 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합계 5,200만 원이 된다. 제목의 숫자는 확정 지급액이 아니라 조건이 모두 맞을 때 열리는 천장이다.
반전은 1.5톤을 단 1kg이라도 밑돌 때 시작된다. 지침은 최대적재량 1.5톤 미만 중·대형 화물차에 소형 화물 보조금 산식을 적용한다. 이미 판매 중인 스타리아 일렉트릭 카고는 적재량이 900kg 또는 600kg이라 국고 1,200만 원을 받는다. 지방비를 같은 30%로 가정하면 합계 1,560만 원이다. PV7이 어느 칸에 들어가느냐만으로 예상 지원액 간격이 3,640만 원까지 벌어질 수 있다.
같은 차체, 계약서가 달라지는 두 번째 이유
카고가 아닌 승합이나 승용형으로 인증되면 계산식은 다시 바뀐다. 스타리아 일렉트릭도 카고는 국고 1,200만 원이지만 11인승은 소형 전기승합 기준 1,500만 원, 7인승 라운지는 전기승용 기준 229만 원이다. 차체가 같아 보여도 좌석 수와 자동차 등록 분류가 달라지는 순간 보조금 규모가 전혀 다른 세계로 이동한다.
사업자와 개인의 체감액도 같지 않다. 과세 사업에 쓰는 화물차는 요건을 충족하면 매입세액 공제 가능성이 생기지만, 개인 레저용 구매에는 같은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리스와 현금 구매, 영업용 등록 여부까지 더해지면 보조금이 같아도 실제 초기 부담은 달라진다. 결국 PV7의 수천만 원 차이는 할인 기술이 아니라 정부가 그 차를 무엇으로 부르느냐에서 생긴다.
PV7이 9월 공개 무대에서 보여줘야 할 핵심도 화려한 실내보다 적재량과 인증 분류다. 1.5톤을 넘기면 5,200만 원 시나리오가 살아 있고, 넘지 못하면 계산은 단숨에 작아진다. 같은 배지와 비슷한 외형을 보고 같은 가격을 기대하면 안 되는 이유다. PV7의 첫 가격표보다 먼저 시장을 뒤집을 숫자는 차값이 아니라 적재함에 실을 수 있는 무게가 될 전망이다.
공개 제원표 한 줄에 달린 5,200만 원
물류회사가 여러 대를 도입한다면 차이는 한 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보조금 구간이 달라질 때 차량 다섯 대의 초기 부담은 억 단위로 벌어질 수 있다. PV7의 적재량과 등록 분류가 개인 소비자보다 법인 시장에서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공개 당일 제원표 한 줄이 수천만 원짜리 기대를 살리거나 지울 수 있다.
이장훈 기자 ljh@autotribune.co.kr
Copyright ⓒ 오토트리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