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O, 8월 세계식량가격지수 발표…곡물 등 5개 품목군 모두 올라
유럽 폭염·가뭄에 '2개의 전쟁' 여파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오르며 2022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유럽 지역의 폭염과 가뭄, 엘니뇨 등 기상 요인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여파까지 겹쳐 교역 차질이 이어지면서 농산물 시장의 불안정이 커진 것으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분석했다.
FAO가 4일(현지시간) 발표한 8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133.3으로 직전 달인 7월(130.8)보다 1.9% 상승했다. 7월 지수는 애초 131.1로 발표됐으나 이후 조정됐다.
8월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2.5% 올랐으며, 2022년 11월(135.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막시모 토레로 FA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8월 세계 식량가격 상승은 식량 시장 위험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는 경고"라며 "기후 충격과 지정학적 긴장, 교역 물류 차질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공급 전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FAO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 가격 동향을 조사해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군별로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집계해 발표한다.
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한 수치다.
지수는 올해 들어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4월 130.7을 기록했다가 이후 두 달간 하락했지만, 7월 상승세로 돌아선 뒤 8월까지 상승세가 이어졌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등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 3월(160.2)에는 미치지 못한다.
8월 지수는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군 모두에서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설탕 가격지수는 7월에 비해 11.9% 상승했다.
이상기후로 유럽연합(EU)에서 사탕무 수확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엘니뇨가 아시아 주요 설탕 생산국의 생산 전망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주요 요인이었다.
브라질의 설탕 생산량 감소와 인도의 원당 무관세 수입 허용 발표도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곡물 가격지수는 주요 곡물의 국제 가격이 모두 오르면서 7월보다 2.2% 상승했다. 수입 수요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 작황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주요 교역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된 영향이다.
세계 밀 가격은 8월에 2.6% 상승해 1년 전보다 15.0%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흑해 수출 물류의 지속적인 차질과 고온·건조한 날씨에 따른 유럽 각지의 생산 전망 악화, 미국 달러화 약세 등이 영향을 미쳤다.
옥수수 가격은 7월보다 2.5% 상승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 수확량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EU의 생산 전망도 악화한 가운데 에탄올 및 사료 부문의 강한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농업 생산 투입재 공급 차질과 우크라이나의 수출 물류 차질도 옥수수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쌀 가격지수도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속적인 쌀 구매가 가격을 뒷받침하면서 0.5% 상승했다.
식물성 유지류 가격지수는 7월보다 1.1% 상승했다. 세계적인 수입 수요가 여전히 많은 가운데 엘니뇨와 관련된 기상 조건이 동남아시아의 생산 전망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팜유와 대두유 가격이 상승한 것이 반영됐다.
반면 유채유와 해바라기유 가격은 내년 공급량이 충분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소폭 하락했다.
육류 가격지수는 한 달 동안 1.0% 상승했다. 가금류·돼지고기·양고기 가격이 모두 올랐다.
돼지고기 가격 상승은 주로 EU 지역 고온 현상으로 가축의 성장이 둔화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소고기 국제 가격은 하락했다. 중국의 수입 쿼터 배분이 대체 시장을 확보하려는 브라질과 호주 수출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다.
유제품 가격지수도 7월보다 2.3% 상승했다. EU에서 고온·건조한 날씨로 우유 공급이 줄어든 것이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이었다.
한편, FAO가 이날 함께 발표한 곡물 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세계 곡물 생산량은 29억8천만t으로 전망됐다. 역대 최대 수확량을 기록한 지난해보다는 2.0% 감소했지만, 역대 2번째 수확량에 해당한다.
옥수수 생산량 전망치는 프랑스와 폴란드의 작황 전망이 악화하며 13억900만t으로 하향 조정됐다.
반면 세계 밀 생산량 전망치는 8억1천70만t으로 상향 조정됐다. 지난해보다는 3.8% 적은 수준이지만, 역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생산량에 해당한다.
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9% 감소한 5억5천310만t으로 예상됐다.
rao@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