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수만 가지 언어로도 마음의 전부를 표현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타인과 주고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에게는 그 간극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말로 다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색과 선으로 풀어내며 소통해온 발달장애인 작가, 김시언의 두 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김시언 개인전 <누가 내 마음을 알아줄 수 있을까> 가 오는 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익환서울아트박물관에서 열린다. 용산구가 주최하고 한익환서울아트박물관이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발달장애인 작가가 자신의 마음을 세상 밖으로 꺼내 보이고 누군가가 그 마음을 발견하기를 기다리는 과정을 담았다. 누가>
2002년생인 김시언은 어린 시절 경련성 질환을 겪은 뒤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의 작업은 뛰어난 색채 감각과 기존 미술의 영향에서 벗어난 다듬어지지 않은 자유로운 형태가 특징이다. 그는 지속적인 그림 그리기를 통해 눈에 보이는 대상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내면과 감각을 캔버스에 옮기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어왔다.
이번 개인전은 그렇게 축적해온 작업을 통해 김시언이 자신의 내면을 어떻게 이미지로 바꾸어왔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화면 속 형상들은 어떤 이야기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보다 관람객이 먼저 바라보고 느끼도록 이끈다. 무엇을 그린 것인지 정답을 찾기보다 색의 움직임과 선의 리듬, 반복되는 이미지 사이에서 작가의 감정을 각자의 방식으로 마주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면을 이루는 선과 색이다. 가까이에서는 각각의 색과 선이 독립적인 기호처럼 보이지만, 한 발 물러서면 수많은 감정과 생각이 동시에 움직이는 하나의 풍경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자유롭고 직관적인 표현은 ‘가공되지 않은 예술’을 뜻하는 아르 브뤼(Art Brut)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아르 브뤼는 프랑스 미술가 장 뒤뷔페가 제도권 미술의 규칙이나 전문적인 미술 교육에서 벗어나 개인의 감정과 충동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에 주목하며 사용한 개념이다. 작가 역시 정해진 미술의 문법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내면에서 떠오르는 감각과 이미지를 자유로운 선과 색으로 풀어내며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만들어왔다.
전시 제목인 ‘누가 내 마음을 알아줄 수 있을까’ 역시 이러한 배경에서 등장했다. 자폐 특성으로 인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타인과 주고받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작가에게 그림은 말과는 다른 또 하나의 언어다. 말로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을 그림을 통해 나누며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전시 제목에 담겼다.
그렇기에 관람객에게도 작품을 ‘해석하는 일’보다 ‘마주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화면 속 기호와 형상의 의미를 규정하기보다 색과 선이 전하는 감각을 따라가며 한 사람의 내면에 다가가는 것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그림은 작가와 관람객 사이를 잇는 하나의 언어가 된다.
김시언 작가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전시회를 하니까 사람들이 제 그림을 봐줘서 마음이 뿌듯하다”며 “그림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좋다. 내 마음을 그림을 통해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행복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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