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한 송이 금화규에서 시작된 K-콜라겐의 미래
ⓒ 주식회사 여리여리
- 모델에서 스타트업 대표로, 처음부터 써 내려간 창업의 길
- 식물성 콜라겐 기반 글로벌 시장 진출 준비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꽃잎을 닫는 꽃 금화규. 하루 동안 피어 있는 꽃이지만 ‘지속되는 아름다움’과 ‘희망’, ‘풍요’라는 꽃말을 품고 있다. 짧게 피고 지면서도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과 이로움을 남긴다는 데서 비롯된 의미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처음부터 모든 것이 갖춰져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익숙한 경험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는 부족한 것을 배우고, 실패한 방법을 고쳐 다시 시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학교 1학년부터 20년 가까이 모델과 연기 활동을 이어오다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각종 문서 업무까지 새로 익혀야 했던 상태에서 창업에 뛰어든 한 기업가가 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금화규에서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를 식물성 콜라겐과 일상 관리 제품으로 확장하며 새로운 사업가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김열 주식회사 여리여리 대표를 이슈메이커가 조명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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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규와의 만남, 두 번째 창업의 시작
김열 대표가 처음 자신의 일을 시작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일산의 한 지하철역 인근에서 우연히 받은 피팅모델 제안이 계기였다. 어린 나이에 받은 제안이 의심스러워 어머니와 함께 촬영장을 찾았고, 그날의 경험은 오랜 시간 이어질 직업의 시작이 됐다. 이후 웨딩·한복·광고 촬영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고, 20대에는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공부한 뒤 영화 〈용서는 없다〉와 드라마 〈신기생뎐〉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익숙하게 해내는 일과 사업을 운영하는 일은 전혀 달랐다. 2017년 오랜 모델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의류 쇼핑몰을 열었지만 약 1년 반 만에 문을 닫았다. 제품을 고르고 촬영하는 일에는 익숙했지만 발주와 문서 업무 등 실제 운영에 필요한 일은 직원들에게 맡기던 시기였다. 김 대표는 “모델을 오래 했으니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모델과 창업은 전혀 다른 일이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두 번째 창업의 계기는 2022년 찾아왔다. 코로나19 확진 후 자가격리를 마친 뒤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피부 트러블이 심하게 나타난 것이다. 피부과 치료를 이어갔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았고, 이때 어머니가 권한 것이 금화규였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꾸준히 섭취하고 활용한 뒤 피부 상태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원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관심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여성 창업’을 알아보던 중 경기도 여성창업경진대회를 알게 됐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금화규 아이템을 정리해 출품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입상에 이어 킨텍스 메가쇼 참가 지원까지 받으면서 두 번째 창업이 구체화됐다. 제품 하나 없는 상태에서 제조사를 찾아야 했지만, 김 대표는 오랫동안 익숙했던 카메라 앞을 떠나 새로운 현장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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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베이스에서 하나씩 익힌 사업의 기초
메가쇼 참가가 결정됐지만 정작 판매할 제품이 없었다. 그래서 평소 마시던 차의 포장지에서 제조사 정보를 확인한 뒤 30~40곳에 직접 연락했다. 김포와 인천 등 직접 찾아갈 수 있는 제조사를 추려 미팅을 이어갔고, 메가쇼를 하루 앞두고서야 첫 제품을 완성했다. 공장에서 제품을 싣고 곧장 행사장으로 향했고 준비한 물량은 현장에서 모두 판매됐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만들어둔 재고는 줄지 않았고 한 달에 제품 한두 개를 판매하기도 쉽지 않았다.
답을 찾으려면 다시 배워야 했다. 김 대표는 여성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 모집을 발견하고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준비했다. PC를 활용한 문서 업무 경험이 거의 없었던 만큼 한글 문서 작성과 오피스 프로그램 활용법부터 익혔다. 입주기업에 선정된 뒤에는 유튜브와 SNS 운영, 마케팅 교육을 찾아다니며 온라인 판매 방식을 배웠다.
김 대표는 “제가 너무 모르는 게 많으니까 엑셀 기초 교육도 배우러 다니고, 무료 교육이 있으면 찾아가면서 하나씩 익혔어요.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운이 올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부딪혔던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사업을 키우기 위한 다음 과제는 정부 지원사업이었다. 2023년 여러 지원사업에 도전했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듬해에는 청년창업사관학교 한 곳에 집중했다. 사업계획서를 다시 정리하고, 발표를 준비하기 위해 휴대전화 카메라 앞에서 발표 영상을 100번 이상 촬영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는 대기업과 IT기업 출신, 기술 기반 창업가들과 교류하며 자신에게 부족했던 부분을 더 분명히 알게 됐다. 모르는 것은 동기들에게 물었고, 와디즈 펀딩과 정책자금, 제품 개발 방식도 하나씩 익혔다. SNS 역시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 7~8시간씩 걸렸지만 꾸준히 콘텐츠를 올렸다. 2024년 4월에는 서른 번째 안팎의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팔로워가 빠르게 늘었고, 같은 해 개발한 영양제는 와디즈에서 약 1억 원의 펀딩 성과를 냈다. 아무것도 모르던 창업가가 하나씩 방법을 익혀가며 처음으로 사업가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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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앞에서 비로소 배운 대표의 책임
사업이 조금씩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2024년은 김열 대표에게 자신감을 안겨준 해였다. 크라우드 펀딩의 성과에 이어 직접 운영하던 SNS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직원까지 충원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던 그해 11월,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가 찾아왔다. 정부 정책자금과 관련된 안내라고 믿고 진행했던 절차가 보이스피싱이었고, 약 1억 원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사업을 위해 확보해 두었던 자금 대부분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이미 직원 네 명의 급여와 제품 생산비 등 매달 감당해야 할 비용이 있었다. 김 대표는 가족에게 자금을 빌려 급한 비용을 해결하고 다시 매출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이전까지 병행하던 모델 활동도 완전히 정리했다. SNS 콘텐츠 제작량을 늘렸고, 제품 판매와 지원사업 준비에도 더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
그녀는 “당시에 통장에 남은 돈이 거의 없었어요. 이미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포기한다고 끝낼 수도 없었고, 어떻게 해서든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던 것 같아요”라고 회상했다.
결과는 조금씩 나타났다. 2025년 초 진행한 와디즈 앵콜 펀딩은 약 2억 2천만 원의 실적을 기록했고, SNS를 통한 공동구매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촬영을 마치면 곧바로 수입이 생겼던 프리랜서와 달리 제품 생산부터 판매, 정산까지 책임져야 하는 사업의 무게도 이 시기에 분명히 체감했다.
김 대표는 “큰 손실을 겪으면서 사업을 대하는 기준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고, 매출뿐 아니라 현금 흐름과 조직 운영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도 배웠죠. 이후 2025년 강한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계기로 투자사와 연결됐고, 같은 해 8월 투자를 받아 주식회사 여리여리를 설립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를 겪으면서 모델 출신 창업가에서 한 기업을 책임지는 대표로 조금씩 바뀌어갔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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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과 함께 만드는 여리여리만의 방식
제품을 만들 때 김열 대표가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은 자신의 필요와 소비자의 반응이다. 여리여리의 시작이 금화규였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자신에게 도움이 됐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도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첫 제품으로 이어졌고, 이후 식물성 콜라겐을 중심으로 제품군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도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SNS를 통해 팔로워들과 필요한 제품과 기능을 묻고, 제품명이나 패키지 디자인도 함께 결정한다. 제품을 먼저 만든 뒤 판매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개발 단계에서 실제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인지도 중요한 기준이다. 여러 영양제를 각각 챙겨 먹는 불편함에서 영양제를 기획했고, 시트팩의 번거로움에서 수면팩을 만들었다. 괄사와 스킨케어 역시 일상에서 짧게라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였다.
김 대표가 말하는 관리는 거창하지 않다. 매일 많은 시간을 들이기보다 3분이나 5분이라도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습관에 가깝다. 모델로 오랜 시간 활동하며 체형과 피부를 관리해 온 경험도 이러한 제품 방향에 영향을 줬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집에서 쉽게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만들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저희는 제품을 개발할 때부터 고객분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눠요.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듣고 이름이나 패키지도 같이 정합니다. 저도 직접 쓰지 않는 제품을 다른 분들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필요하고 고객분들도 필요하다고 느끼는 공통점을 찾아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여리여리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2025년 법인 설립 이후에는 수면팩을 출시한 데 이어 스킨과 로션, 앰플 등 기초 스킨케어 제품군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식물성 콜라겐을 국내외 시장에 알리는 것도 목표다. 자신이 경험한 작은 불편에서 출발해 소비자의 생활 안에서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 지금 여리여리가 제품을 바라보는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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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함께 넓혀가는 여리여리의 다음 시장
사업이 커지면서 김열 대표가 이전보다 자주 생각하게 된 것은 ‘사람’이다. 1인 기업으로 시작한 여리여리는 2024년 첫 직원을 채용한 뒤 구성원을 늘려왔다. 초기 구성원 가운데에는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끊겼던 여성들도 있었다. 김 대표는 이들과 함께 일하면서 경력과 실력을 갖추고도 다시 일할 기회를 찾기 어려운 여성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가까이에서 확인했다. 이에 자녀가 있는 구성원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개인 사정이나 자녀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도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
구성원에게 요구하는 기준은 분명하다. 처음부터 모든 일을 잘하기보다 모르는 일을 만났을 때 ‘안 된다’라고 결론짓지 않고 방법을 찾아보는 사람을 원한다. 김 대표 자신도 문서 작성과 지원사업, SNS 운영, 제품 개발을 하나씩 배우며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필요한 교육은 회사가 지원하고, AI 도구나 콘텐츠 제작 방식도 적극적으로 익히도록 권한다.
그녀는 “저도 모든 게 처음이었지만 필요한 건 하나씩 배우면서 해왔어요. 직원분들도 여기에서 많이 배우고 할 수 있는 일을 늘려갔으면 좋겠어요.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각자의 역량도 함께 커지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다음 목표는 회사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여성인력개발센터와 여성창업 관련 자리에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있으며, 앞으로는 여성 창업가들이 정보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에도 힘을 보태고 싶어 한다. 사업적으로는 식물성 콜라겐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TIPS 프로그램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여리여리를 고양시를 대표할 만큼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김열 대표가 처음 발견했던 금화규 한 송이의 가능성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의 여리여리를 만든 힘이 화려했던 과거의 이력보다, 낯선 일 앞에서도 끝내 방법을 찾아왔던 그녀의 실행에 있었다는 점이다. 여리여리라는 이름과 함께 김열 대표가 만들어갈 ‘지속되는 아름다움’의 다음 모습을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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