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매각 막힌 사모펀드… 부채와 세컨더리로 투자금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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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매각 막힌 사모펀드… 부채와 세컨더리로 투자금 회수

뉴스로드 2026-09-04 14:16:23 신고

사모펀드(PE)의 투자금 회수 경로가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중심에서 배당재자본화와 세컨더리 거래로 이동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기업이 추가로 차입해 운용사에 배당하거나 기존 펀드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다. 올해 미국 배당재자본화 규모는 39% 감소했지만, CVC캐피털파트너스는 역대 최대인 100억달러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를 결성했다. 기업의 재무상태표와 사모시장 내 지분 거래를 통해 다른 형태의 유동성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사모펀드의 배당재자본화 거래 규모는 2026년 7월 약 93억달러로 반등했지만 8월 약 24억달러로 다시 감소했다. 막대는 거래금액, 선은 거래 건수를 나타낸다. 2026년 9월 2일 기준. [자료=피치북·LCD]
미국 사모펀드의 배당재자본화 거래 규모는 2026년 7월 약 93억달러로 반등했지만 8월 약 24억달러로 다시 감소했다. 막대는 거래금액, 선은 거래 건수를 나타낸다. 2026년 9월 2일 기준. [자료=피치북·LCD]

▲매각 대신한 두 개의 유동성 경로

3일(현지시간) 글로벌 사모시장 데이터 분석기관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미국 광범위 신디케이트론 시장에서 조달된 배당재자본화 규모는 올해 1월부터 지난 2일까지 286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74억달러보다 187억1000만달러, 39.5% 감소한 규모다. 거래 한 건당 평균 조달액도 6억6800만달러에서 5억4100만달러로 19.0% 줄었다. 다만 이 통계는 미국 광범위 신디케이트론을 통한 거래만 집계한 것으로 사모대출 등 다른 시장에서 이뤄진 배당재자본화까지 포함한 전체 규모는 아니다.

배당재자본화가 줄어든 것은 운용사들이 연초 금리 하락과 회수시장 회복을 예상하고 배당 재원보다 신규 인수 자금 조달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정학적 긴장과 고금리 장기화로 올해 M&A 여건은 2024~2025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매각을 통한 회수가 다시 지연되면 연말에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추가 차입을 이용한 배당재자본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연간 배당재자본화 규모는 722억달러로 관련 통계상 두 번째로 큰 수준이었다.

같은 날 CVC는 세컨더리 오퍼튜니티스 펀드 6호의 최종 결성을 완료했다. 약정총액은 100억달러로 2023년 5호 펀드의 58억달러보다 72.4% 늘었고, 2019년 4호 펀드의 27억달러와 비교하면 3.7배에 달한다. 신규·기존 출자자 200곳 이상이 참여했으며, 약정액의 절반가량은 기존 시리즈에 출자하지 않았던 신규 투자자로부터 들어왔다. 펀드는 출자자 지분을 인수하는 LP 주도형 거래와 운용사가 기존 자산을 새 펀드로 이전하는 GP 주도형 거래에 함께 투자한다.

피치북 조사에 의하면 올해 들어 전 세계 세컨더리 펀드 49개가 543억달러를 조달했다. 이 가운데 유럽계 펀드 13개의 조달액은 214억달러로 전체의 39.4%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간 조달액은 1400억달러였지만 올해 수치는 9월 초까지의 누적액이어서 두 금액만으로 시장이 축소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CVC의 100억달러는 투자자 약정액이고 배당재자본화의 286억9000만달러는 실제 대출 실행액이므로 직접 비교할 수도 없다. 두 수치가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전통적인 회수가 지연될수록 사모펀드의 유동성 수요가 부채시장과 세컨더리 시장으로 분산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세컨더리 펀드의 자금조달액은 2025년 약 1400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6년에는 9월 3일까지 약 540억달러가 49개 펀드에 조달됐다. 막대는 조달액, 선은 펀드 수를 나타낸다. [자료=피치북]
글로벌 세컨더리 펀드의 자금조달액은 2025년 약 1400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6년에는 9월 3일까지 약 540억달러가 49개 펀드에 조달됐다. 막대는 조달액, 선은 펀드 수를 나타낸다. [자료=피치북]

▲분배율 뒤에 숨은 위험 이전

배당재자본화는 포트폴리오 기업이 신규 차입으로 마련한 현금을 사모펀드 운용사에 배당하는 거래다. 회계상 차입 시 현금과 금융부채가 함께 증가하지만 배당이 집행되면 현금과 자본이 감소한다. 영업현금창출력은 그대로인데 순차입금이 늘면서 부채비율과 순차입금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 배수, 이자보상능력이 악화될 수 있다. 운용사는 매각 없이도 투자원금 일부를 회수해 납입자본 대비 분배금 비율(DPI)을 높이고 현금 유입 시점을 앞당겨 내부수익률(IRR)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거래 자체가 새로운 기업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식품 가공·유통업체 골든스테이트푸즈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2억7500만달러를 조달한 데 이어 올해 7월 운용사인 린지골드버그에 배당하기 위해 1억2500만달러의 추가 만기부채를 발행했다.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총 4억달러를 차입해 주주에게 분배한 셈이다. 인수 당시 2억달러 초반이던 상각 전 영업이익이 약 3억달러로 증가하면서 추가 차입 여력이 생겼고, 두 번째 거래 이후 순레버리지는 인수 당시와 비슷한 4배 중반을 기록했다. 영업실적 개선으로 확보한 차입 여력을 운용사가 현금화한 구조다.

올해 배당재자본화가 식품과 제조업, 금융서비스처럼 인공지능에 따른 사업모델 훼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업종에 집중된 것도 같은 이유다. 대출기관은 올해 1분기 소프트웨어 기업의 가치평가가 급격히 조정된 이후 반복매출의 지속성과 고객 이탈률, 인공지능 대체 가능성을 이전보다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다. 담보가 존재하더라도 미래 현금흐름의 가시성이 낮으면 추가 배당을 위한 차입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세컨더리 거래는 기업의 부채를 직접 늘리지는 않지만 위험까지 없애는 것은 아니다. 매도자는 장기간 묶인 펀드 지분을 현금화하는 대신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을 받아들여야 할 수 있다. 매수자는 기준가격 산정 이후 발생한 실적 악화와 미납입 약정, 자산 편중에 따른 위험을 부담한다. 특히 GP 주도형 거래에서는 동일한 운용사가 기존 펀드의 매도자이자 계속투자펀드의 운용자 역할을 맡기 때문에 공정한 가격 산정과 이해상충 관리가 핵심이다.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 보험사도 운용사의 내부수익률(IRR)만 볼 것이 아니라 분배금의 재원이 기업 매각대금인지 신규 차입금인지 구분해야 한다. 아울러 납입자본 대비 분배금 비율(DPI)·잔존가치 비율(RVPI)·총가치 배수(TVPI)와 함께 차입 후 순레버리지, 이자보상배율, 세컨더리 매입가격의 순자산가치 대비 할인율을 확인해야 한다.

카를로 피르치오비롤리 CVC 세컨더리파트너스 대표는 “균형형 사모펀드 세컨더리 전략의 투자 기회는 어느 때보다 크다”며 “남은 자본을 규율 있게 집행해 매력적인 기회를 포착하겠다”고 했다.

영국 런던 금융지구인 시티 오브 런던의 길드홀 앞 광장에 ‘CITY OF LONDON’ 문구가 적힌 붉은색 의자가 놓여 있다. 길드홀은 시티 오브 런던 지방정부와 금융 중심지의 상징적 건축물이다. [사진=시티 오브 런던 코퍼레이션(City of London Corporation)]
영국 런던 금융지구인 시티 오브 런던의 길드홀 앞 광장에 ‘CITY OF LONDON’ 문구가 적힌 붉은색 의자가 놓여 있다. 길드홀은 시티 오브 런던 지방정부와 금융 중심지의 상징적 건축물이다. [사진=시티 오브 런던 코퍼레이션(City of London Corporation)]

 

용어

1. DPI : 투자자가 펀드에 납입한 원금 가운데 실제 현금으로 얼마나 회수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2. 배당재자본화 : 사모펀드가 인수기업 명의로 새 빚을 내고, 그 자금으로 자신에게 배당을 지급해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방식

3. GP 주도형 거래 : 사모펀드 운용사(GP)가 기존 펀드의 자산을 새 펀드나 계속투자펀드로 넘겨 보유 기간을 연장하고, 기존 투자자에게는 매각하거나 투자를 이어갈 선택권을 주는 거래

4. 세컨더리 거래 : 기존 투자자가 보유한 사모펀드 지분이나 펀드가 투자한 자산을 만기 전에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해 현금화하는 거래

5. IRR : 투자 기간과 현금 유입·유출 시점을 반영해 계산한 연평균 투자수익률

6. RVPI : 투자자가 펀드에 납입한 자본 대비 아직 매각하지 않고 보유 중인 투자자산의 평가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7. TVPI : 투자자가 펀드에 납입한 자본 대비 이미 돌려받은 분배금과 아직 회수하지 않은 투자자산의 평가가치를 합쳐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

8. 순레버리지 : 기업의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순차입금이 영업이익이나 EBITDA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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