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체제 출범 이후 가장 가파른 기로에 선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다가오면서, 향후 미국의 금리 향방을 둘러싼 금융시장의 셈법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잭슨홀 미팅에서 워시 의장이 보여준 강경한 물가 잡기 의지로 한때 '9월 금리 인상론'이 시장을 지배했으나, 연준 내 핵심 실무진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잇따라 '동결 및 관망' 신호를 보내면서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준 내부의 견해차를 단순한 속도 조절 논쟁이 아닌, ▲데이터 해석 방식의 차이 ▲연준 내부의 정치·제도적 분열 ▲향후 통화정책 경로의 불확실성 등 3가지 핵심 축으로 분석하고 있다.
▲ 데이터 해석의 동상이몽: '점'을 보는 월러 vs '선'을 보는 워시
이번 갈등의 핵심은 입수되는 경제 지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등은 최근 2개월 연속 개선된 물가 지표에 주목한다. 8월 고용 및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세를 이어간다면 긴축을 일시 중단하고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의 정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시각이다.
반면 워시 의장은 단기 지표 1~2개의 호조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기저 물가 압력이 확실히 목표치(2%)로 수렴한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면 선제적이고 단호한 추가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9월 회의 직전 발표될 8월 고용·물가 지표가 예상보다 조금이라도 높게 나올 경우 인상파에게 강력한 명분을 제공하겠지만, 지표가 안정될 경우 동결파의 입지가 커지며 연준 내부의 표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
▲ 소통 방식과 리더십: '스트라이크 존'을 둘러싼 내부 불만
워시 의장 특유의 소통 방식도 통화정책 경로를 안갯속으로 밀어 넣는 요인이다. 워시 의장은 그간 시장이 연준의 입(Ref)이 아닌 데이터 자체(Ball)만 바라봐야 한다며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안내 지침)를 축소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러나 월러 이사가 3일(현지시간) "선수들이 뛰려면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듯, 시장과 연준 위원들은 연준의 '통화정책 반응 함수(Reaction Function)'가 불투명해졌다는 점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데이터가 나올 때마다 정책 기조가 출렁이면서, 채권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향후 금리 전망 시나리오: '동전 던지기' 속 3가지 향방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등 선물시장에 따르면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50대 50 수준으로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는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요약된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9월 0.25%p 인상 후 동결8월 CPI 반등/고용 견조 시 워시 의장과 매파 위원 주도로 단행당분간 최종 금리 도달 시그널로 시장 달래기 시도하는 것이다.
다음은 '매파적 동결(Hawkish Hold)'비둘기·중립파 반발을 감안해 동결하되 점도표·성명서로 경고현재 시장이 가장 유력하게 보는 타협안이다.
끝으로 내부 분열 심화 및 표결 진통지난 7월 회의(3명 반대)처럼 소수의견(Dissent) 속출연준 정책 예측 가능성 하락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증대다.
▲결국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기조의 재확인 가능성 높아
9월 회의에서 인상이 이루어지든 동결로 정리되든, 확실한 점은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의 당초 기대보다 훨씬 뒤로 밀렸거나 사실상 연내 추진이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연준 내부에서 '추가 인상'이냐 '동결'이냐를 두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완벽히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금융시장 역시 미 연준의 이러한 긴축 기조 재점화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 금리 차 확대에 따른 환율 변동성 및 자금 유출입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뉴스로드] 강동준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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