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파톰 관련 이미지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포드가 내년 출시할 순수전기 픽업트럭 파톰(Fathom)을 두고 파격적인 목표를 내걸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월 2일 오후 7시(현지시각)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포드가 파톰의 출시 첫해 판매량을 10만 대로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면 파톰은 미국에서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연간 10만 대 판매 전기차” 반열에 오른다. 3만 달러를 밑도는 가격과 새로운 유니버설 EV 플랫폼(Universal Electric Vehicle platform)이 이 목표의 근거로 제시됐다. 공교롭게도 이 소식은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이버캡(Cybercab) 관련 행사를 하루 앞두고 터져 나와 두 회사의 신경전을 더욱 부각시켰다.
미국서 테슬라만 넘었던 “10만 대 벽”
지금까지 미국에서 단일 전기차 모델로 연간 10만 대 이상을 판매한 완성차 업체는 테슬라뿐이다. 파톰이 목표를 채운다면 다른 업체들의 판매량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미국 EV 판매 3위에 오르게 된다. 지난해 테슬라를 제외한 전기차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쉐보레 이쿼녹스 EV로 약 5만8000대였다. WSJ 기자 라이언 펠턴(Ryan Felton)은 “목표를 달성하면 파톰은 생산 첫해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드에게는 뼈아픈 전례도 있다. 전기 픽업 F-150 라이트닝(Lightning)은 한때 연간 생산량 15만 대를 목표로 삼았지만, 최고 실적을 낸 해에도 그 5분의 1 수준인 약 3만 대에 그쳤다. 테슬라 사이버트럭보다 더 많이 팔리긴 했지만 결국 단종됐다. 이번 10만 대 목표가 지켜질지는 소비자들이 실제로 대리점을 찾을지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만 달러대 가격, 유니버설 플랫폼이 만든 자신감 / AI 생성 이미지
3만 달러대 가격, 유니버설 플랫폼이 만든 자신감
파톰은 포드가 새로 만든 유니버설 EV 플랫폼(UEV)에 올라가는 첫 차량이다.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는 배송비 1595달러를 포함해 시작 가격이 2만9945달러라고 전했다. 기존 조립라인 방식이 아니라 앞부분·중간부·뒷부분을 각각 다른 라인에서 만든 뒤 합치는 이른바 “어셈블리 트리(assembly tree)” 공정을 적용했다. 대형 알루미늄 캐스팅 2개로 부품 146개를 대체했고, 프리즈매틱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셀을 차체 바닥에 통합한 구조형 배터리팩을 채택했다. 포드는 이 구조가 기존 방식보다 부품 수를 20%, 체결부품을 25%, 조립 시간을 15% 줄여준다고 설명한다.
파톰은 후륜구동과 사륜구동 버전으로 나온다. 트렁크나 짐칸 공간을 빼고도 도요타 RAV4보다 더 넓은 실내 공간을 갖췄다는 게 포드 설명이다. 모든 트림에 반자율주행 기능 블루크루즈(BlueCruise)와 양방향 충전 기능이 적용되고, 애플 지도가 내비게이션에 기본 탑재되는 것은 포드 최초 사례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연동도 표준으로 들어간다.
위장막 속 프로토타입, “새로운 실루엣”은 어디에
짐 팔리(Jim Farley) 포드 CEO는 지난해 8월 더 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파톰을 두고 “픽업이긴 하지만 사실 픽업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실루엣”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하지만 팔리가 9월 1일(현지시각) 자신의 X 계정에 올린 라스베이거스 고온 테스트 사진과 영상을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위장막을 두른 프로토타입 2대는 4도어 크루캡 형태에 낮은 차체, 전형적인 보닛, 짧고 각진 화물칸을 갖춰 상당히 익숙한 픽업 형태에 가까웠다.
포드는 이 차량의 공기역학 설계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왔고, 실제로 헤드램프 위치가 낮게 배치된 점 등에서 좀 더 유선형에 가까운 전면부일 가능성이 남아 있다. 뒤쪽 캡 부분은 여전히 두꺼운 검은색 위장막에 가려져 있다. 지난 7월 테슬라 슈퍼차저 충전소에 물린 프로토타입이 포착돼 NACS(북미 표준 충전 규격) 포트 탑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포드는 아직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사이버캡과 맞붙은 홍보전, 남은 일정은
WSJ 보도가 나온 시점은 테슬라 사이버캡 행사를 하루 앞둔 때였다. 로이터 기자 아비루프 로이(Abhirup Roy)는 9월 2일(현지시각) 테슬라가 모델Y 기반 기존 로보택시 승객들에게 “사이버캡 런칭 이벤트”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했지만 어떤 형태의 행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X에서 이 행사를 “익스클루시브 액세스: 사이버캡”으로 홍보하며 선별된 손님들에게 초청장을 보냈고, 하루 전인 9월 1일까지도 정확한 시각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포드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별도 포토슛까지 진행해 위장막을 두른 파톰 사진을 다름 아닌 일론 머스크의 플랫폼인 X에 9월 1일(현지시각) 올렸다.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 기자 제이미 L. 러로우(Jamie L. LaReau)는 “포드가 올해 안에 파톰을 정식 공개할 계획이지만, 그 전까지 팔리 CEO가 사진을 조금씩 흘리며 관심을 유지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마케팅 총괄을 지내다 2020년 10월 CEO에 오른 팔리의 이력이 이번 홍보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양산 시점에 대한 보도는 다소 엇갈린다. 일렉트렉은 2027년 1분기 생산 시작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고, 인사이드EVs는 내년 가을 생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주문은 2027년 초 시작될 예정이며, 생산은 지난해까지 포드 이스케이프와 링컨 코세어를 만들었던 켄터키주 루이빌 공장에서 이뤄진다. 파톰은 UEV 플랫폼에서 나올 신차 5종 가운데 첫 번째로, 팔리는 추가로 4종의 UEV 기반 모델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 중에는 2029년 출시가 예상되는 전기 이스케이프 부활 모델도 포함될 수 있다.
포드는 순수 EV 외에 EREV(주행거리 연장 전기차) 전략도 병행한다. 앞서 단종됐던 F-150 라이트닝을 가솔린 엔진을 주행거리 연장용으로 얹은 형태로 되살려 700마일 이상 주행이 가능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EREV는 2000년대 초 GM 쉐보레 볼트가 처음 시도한 방식으로, 현재는 리비안·슬레이트 오토·테슬라 정도만 이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