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날 차례상 한구석, 곶감과 대추 옆에 놓여 있던 과자. 어른들이나 몇 개 집어 먹고 아이들은 크게 손이 안 가던 그 과자가 약과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이 심심한 과자를 사겠다고 새벽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이 생겼다. 온라인 판매가 열리자마자 화면을 새로고침해도 결제 창에 닿기 전에 품절 문구부터 뜨는 일이 반복됐다. 조선 왕실 제사상에나 오르던 과자가, 어쩌다 이런 대접을 받게 됐을까.
꿀을 약처럼 귀하게 여긴 이름
약과라는 이름은 한자로 약 약(藥)에 열매 과(果) 자를 쓴다. 옛사람들은 꿀을 몸에 이로운 약으로 여겼는데, 이 과자의 반죽에 바로 그 꿀이 들어가기 때문에 '약이 되는 과자'라는 뜻으로 이름이 붙었다. 밀가루에 참기름과 꿀을 넣어 반죽한 뒤 기름에 튀기고, 다시 꿀이나 조청에 담갔다 건져낸다. 튀기는 과정에서 반죽 사이사이에 결이 생기고, 그 틈으로 꿀이 스며들어 특유의 진한 단맛을 낸다.
한때는 만드는 것 자체가 금지됐다
약과의 역사는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고려는 제사상에 고기나 생선 대신 과자를 올리도록 했는데, 이 과정에서 약과 같은 유밀과 문화가 크게 발달했다. 문제는 재료였다. 꿀과 참기름은 당시 매우 귀한 재료였고, 약과를 만드느라 이 재료들의 소비가 지나치게 늘면서 민생을 어렵게 한다는 이유로 고려와 조선 양쪽에서 제조를 금지하는 명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만큼 약과는 아무나 만들어 먹을 수 없는 고급 음식이었고, 왕실의 중요한 제례나 손님 접대 자리에서만 등장하는 귀한 과자로 자리 잡았다.
의외로 만들기 까다로운 과자
겉보기에는 소박해 보이지만, 약과는 만들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과자로 꼽힌다. 반죽이 조금만 질어도 모양이 흐트러지고, 기름 온도와 튀기는 시간을 정확히 맞추지 못하면 겉은 타고 속은 설익기 십상이다. 궁중음식 전수자로 인간문화재였던 한 교수는 대학 강의에서 학생들의 기말고사 실기 과제로 약과 만들기를 냈을 정도로, 전통 조리법을 제대로 익히는 데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팔자마자 몇 초 만에 사라진다
경기도의 수제 한과 전문점 '장인한과'는 온라인 판매를 열면 400팩이 3~5초 만에 매진된다. 오프라인 매장도 문을 열기 전부터 번호표가 동나는 일이 흔하다. 시작은 2023년 초였다. 구독자 62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여수언니'가 이 집 약과를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고, 영상이 퍼지자마자 주문이 몰렸다. 순식간에 매진되는 상황이 인기 콘서트 티켓팅과 닮았다고 해서 '약켓팅'이라는 말이 이때 생겼다.
2023년 4월에는 편의점 CU가 카페 브랜드 '이웃집 통통이'와 협업해 약과 쿠키를 내놓았는데, 초도 물량 10만 개가 5일 만에 팔려나갔다. 같은 해 5월 31일 뒤이어 출시한 브라우니 약과 쿠키도 10만 개가 사흘 만에 동났다. 정작 이 열풍을 이끈 건 원래 약과를 챙겨 먹던 세대가 아니었다. CU 조사에 따르면 구매자의 83.1%가 20~30대였고, 차례상에서 약과를 집어 먹던 50대 이상 구매자는 5%가 채 되지 않았다. 할머니 세대의 심심한 과자를 이제는 손주 세대가 서로 사겠다고 줄을 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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