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가 바꾼 증시…'기타 법인'이 ‘핵심 법인’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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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가 바꾼 증시…'기타 법인'이 ‘핵심 법인’으로 부상

이데일리 2026-09-01 23:30:02 신고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코스피 수급 지형을 바꾸고 있다. 개인·외국인·기관으로 나뉘던 전통적인 매매 구도에 ‘기타법인’이 대형 매수 주체로 부상하면서 ‘핵심 매수 주체’ 판도가 바뀌었다. 두 회사가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데다 자사주 취득 규모도 합산 55조원에 이르면서 시장 전체를 흔들 정도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전약후강 배경은 ‘기타법인’...소진률 20%대 불과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005930)는 1.35% 내린 25만6500원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줄이며 장 막판 0.38% 오른 26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000660)도 장 초반 165만2000원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해 1.14% 오른 169만3000원에 마감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공방 재개, 뉴욕 3대 지수 하락, 국제유가와 장기금리 급등 여파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가 장 초반을 짓누르며 지수도 하락 출발했으나, 결국 장 막판 코스피 지수는 0.23% 오른 6835.80포인트에서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도 미국 추가 긴축 우려, 중국 창신메모리(CXMT) 성장 경계,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겹치며 코스피가 장 초반 3% 넘게 급락했지만 낙폭을 되돌려 0.46%오른 6820.02에 마감했다.

반도체 대형주의 ‘전약후강’ 흐름 뒤에는 기타법인의 매수세가 있었다. 기타법인은 이날 1조6657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5398억원), 외국인(4867억원), 기관(6339억원) 등 3대 주체는 모두 순매도를 기록했다. 세 주체의 순매도 물량을 기타법인이 고스란히 받아낸 구조다. 이틀 연속 기타법인 나홀로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기타법인은 SK하이닉스가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지난달 20일 이후 9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연속 1조원대 순매수다.

상장사가 장내에서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면 거래소 투자자별 수급에서는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법인을 뜻하는 기타법인으로 분류된다.

이번 매수세의 중심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2407만주를 취득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고, 삼성전자는 임직원 보상을 위해 15조원 규모의 보통주 약 5329만주를 사들이기로 했다.

자사주 취득 신고내역의 체결 누계 기준 삼성전자는 3조5445억원, SK하이닉스는 8조7820억원을 매수했다. 두 회사의 합계는 11조8365억원으로, 앞으로도 약 43조원어치의 매입 여력이 남아 있다.

◇‘기타’에서 ‘핵심’ 법인으로

이번 수급은 과거 사례와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최근 10년간 개인·외국인·기관이 모두 순매도하고 기타법인만 순매수한 날은 2016~2017년 여섯 차례 있었다. 그러나 당시 기타법인 순매수는 하루 512억~1043억원의 통상적 수준으로 여타 주체의 거래규모가 미미해 발생한 구도였다.

반면 이번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전에 총 55조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계획을 공시하고 실제 장내 매수에 들어간 뒤, 기타법인 순매수가 9거래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 매입 주체와 규모, 지속 기간을 가늠할 수 있는 대형 실수요가 형성됐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과거 기타법인이 지수 하락을 제한하는 보조 수급이었다면, 이번에는 시가총액 최상위 두 종목의 주가와 코스피 방향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수급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이 대규모 자사주 취득과 소각에 나설 경우 기타법인은 개인·외국인·기관에 이어 코스피의 네 번째 핵심 매수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증권업계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계기로 상장사들이 배당 확대와 함께 자사주 취득·소각을 기업가치 제고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기타법인의 증시 수급상 존재감도 점차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제도가 도입된 2024년 말 92곳에서 2025년 말 169곳, 올해 7월 말 747곳으로 급증했다. 이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전체 증시의 84.6%에 달한다.

권범석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현재 속도로 두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지속한다면 앞으로 약 30거래일, 최소 한 달 반 동안 기타법인 순매수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사주 매입이 지수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은 상방 요인은 아닌 만큼 업황 호조 확인과 매크로 불안 완화에 따른 외국인 매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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