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식엔 고량주'는 옛말… 아영FBC가 와인 넉 잔으로 완성한 코스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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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엔 고량주'는 옛말… 아영FBC가 와인 넉 잔으로 완성한 코스 요리

위키트리 2026-09-01 11:0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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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당 하면 으레 고량주나 맥주가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중식당 '일일향' 압구정점 테이블에는 고량주 대신 샴페인과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이 차례로 올랐다. 아영FBC가 마련한 '와식주' 기자간담회 현장이다.

아영FBC가 마련한 와식주 현장. 왼족부터 카멜로드 몬테레이 피노누아, 장위 리슬링 드라이,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 파이퍼하이직 뀌베브뤼. / 위키트리

류산슬엔 샴페인, 탕수육엔 소비뇽 블랑

와식주는 와인(Wine)과 음식(食), 술(酒)을 결합한 이름이다. 특별한 날에만 꺼내는 술이 아니라, 일상의 한 끼에 자연스럽게 곁들이는 주류로 와인을 확장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다.

'고급 와인은 레스토랑에서만'이라는 통념을 깨고 일상 속에 스며든 와인 문화를 제안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코스는 중식 대표 메뉴 네 가지에 와인 네 종을 매칭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메뉴인 류산슬에는 파이퍼하이직 퀴베 브뤼가 짝을 이뤘다.

류산슬과 짝을 이룬 파이퍼하이직 퀴베 브뤼. / 위키트리

새우와 해삼 등 다양한 해산물과 채소가 걸쭉한 흰 소스에 어우러진 류산슬은 자칫 느끼해지기 쉬운 음식인데, 샴페인 특유의 섬세한 버블이 입안에서 청량하게 터지면서 소스의 무게감을 가볍게 덜어냈다. 서양배와 붉은 사과의 산뜻한 아로마는 해산물 특유의 감칠맛과 부딪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탄탄한 산미는 다양한 재료가 뒤섞인 류산슬의 복합적인 맛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자칫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해산물 요리 초반부에 산뜻한 활력을 불어넣는 조합이었다.

바삭하게 튀긴 탕수육에는 오이스터 베이 소비뇽 블랑이 올라왔다. 튀김옷의 바삭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소스가 특징인 탕수육에는 기름진 맛을 씻어낼 산도가 관건인데, 청사과와 시트러스 향이 도드라지는 소비뇽 블랑의 상쾌한 산미가 이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튀긴 탕수육과 ‘오이스터베이 소비뇽 블랑’ / 위키트리

소스의 새콤한 맛과 와인의 산도가 서로 부딪히지 않고 결을 같이 하면서, 튀김 특유의 기름진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해줬다. 굴이나 해산물에 곁들이는 와인으로 익숙한 스타일이 튀김 요리와도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을 보여준 페어링이었다.

깐풍새우엔 장위 리슬링, 동파육엔 카멜로드 피노누아

깐풍새우와 짝을 이룬 장위 리슬링. / 위키트리

매콤달콤한 소스에 바삭한 튀김옷을 입힌 깐풍새우에는 장위 리슬링이 함께했다. 깐풍새우는 매운맛과 단맛이 동시에 강하게 치고 들어오는 음식이라 와인이 소스에 눌리기 쉬운데, 사과와 복숭아 풍미에 선명한 산도를 지닌 리슬링이 소스의 단맛과 매운맛을 정돈하며 균형을 잡았다. 드라이하고 청량한 마무리는 강한 양념이 남긴 얼얼함을 씻어내듯 입안을 환기시켜, 다음 한입을 다시 개운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자극적인 양념이 강한 중식 요리와 화이트 와인이 어떻게 균형을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준 페어링이었다.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부드럽게 익힌 동파육에는 카멜로드 몬테레이 피노누아가 짝을 이뤘다. 삼겹살을 뭉근히 졸여 만든 동파육은 기름지고 진한 간장 소스가 배어 있어 무거운 레드 와인을 얹으면 자칫 텁텁해지기 쉬운데, 가볍고 유연한 피노누아를 택해 이런 부담을 피했다.

동파육과 카멜로드 몬테레이 피노누아. / 위키트리

체리와 딸기 등 붉은 과실 향과 부드러운 질감이 동파육의 진한 지방감을 산뜻하게 씻어내면서도, 은은한 스파이스 향이 간장 베이스의 달콤짭짤한 소스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묵직한 레드 와인 대신 가볍고 섬세한 스타일을 골라, 진한 육류 요리에도 레드 와인이 충분히 어울릴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준 조합이었다.

낯설게 시작해 의외의 궁합으로

고량주가 놓일 법한 자리에 오른 와인 넉 잔은 처음엔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한입과 한 모금을 거듭할수록 의외의 궁합을 드러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깐풍새우와 짝을 이룬 장위 리슬링이었다. 흔히 접하는 구세계나 신세계 와인이 아닌 중국 와인이 자극적인 중식 양념과 부딪히지 않고 오히려 맛을 정돈해주는 모습은, 이번 자리에서 가장 의외였던 대목이다.

해산물엔 산뜻한 화이트, 기름진 튀김과 매운 양념엔 산도가 살아있는 화이트, 진한 육류엔 가벼운 레드를 매칭하며 요리마다 와인의 스타일을 세밀하게 바꿔간 구성은 와식주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었다. 와인이 격식을 갖춘 특별한 자리에서만 어울리는 술이 아니라, 한국인이 즐겨 찾는 일상의 밥상에서도 충분히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와식주 행사는 '중식엔 독한 술'이라는 오랜 공식에 물음표를 던진 자리였다. 낯설던 조합이 의외의 궁합으로 이어진 만큼, 중식당 테이블 위 와인 잔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자리 잡을지는 앞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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