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의 지원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다시 한번 불만을 나타냈다.
한국에 주둔한 미군 규모까지 직접 언급하며 동맹국의 미국 지원을 강조한 만큼, 이란전을 둘러싼 한미 간 입장 차이가 다시 외교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각)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동맹국을 돕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동맹국들이 응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을 지목하면서 “한국에 약 4만명의 미군이 있다”며 이란과 관련한 지원을 요청했지만 한국 측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주한미군 규모는 현재 약 2만8500명 수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4만명과는 차이가 있다. 주한미군 측도 약 2만8500명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는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트럼프 “한국에 도움 요청했지만 안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미국이 동맹국을 돕고 있지만 동맹국들이 미국의 도움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도 이란과 관련해 “조금만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가 참여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한국 측에 “알겠다. 하지만 이 일은 기억해두라”고 말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미국의 안보 지원을 받는 동맹국이라면 미국이 필요로 할 때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을 다시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단순한 이란전 지원 문제를 넘어 그가 한미동맹을 바라보는 방식과도 연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동맹국의 방위에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맹국의 방위비와 군사적 역할 확대를 반복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번에도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는 데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한국 역시 미국이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으로 한국 정부가 미국의 특정 군사작전 참여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환영만찬에서 만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뉴스1
“미국의 공식 군함 파견 요청은 없었다”던 한국
이란전이 격화했던 지난 3월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동맹국들의 참여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한국과 일본, 중국, 유럽 국가 등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들이 해협의 안전 확보에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0일 백악관에서 한국 등의 지원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고 “한국을 사랑한다”며 한미 관계가 좋다고 말하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과 일본, 중국, 유럽 등이 관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당시 미국으로부터 공식적인 군함 파견 요청을 받았다고 확인한 것은 아니다. 강훈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은 3월 18일 브리핑에서 미국이 한국 등에 호르무즈 해협 선박 호위를 위한 군함 파견을 공식 요청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공식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앞서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관련 요구에 대해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신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한국 정부는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가 모든 국가의 이해관계와 연결돼 있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따라서 당시 상황은 ‘미국이 한국에 군함 파견을 공식 요청했고 한국이 이를 거부했다’고 단순화하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동맹국의 군사적 참여를 요구했고 한국 정부가 실제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기념촬영 준비하는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한국이 이란전과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단순히 미국의 군사작전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에너지와 해상 물류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상 통로로, 중동에서 생산된 원유와 천연가스 등이 세계 각국으로 이동하는 핵심 길목이다. 이곳의 항행이 막히거나 선박 운항이 위축되면 국제 유가와 해상운임, 보험료 등이 동시에 오를 수 있다.
한국 역시 중동산 에너지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은 곧 국내 경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충돌이 심화하면서 한국 선박들도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이란 측은 한국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려면 사전에 이란과 조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이란과의 외교 채널도 가동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3월 23일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을 보장하고 세계 에너지 공급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동시에 이란 내 한국 국민의 안전과 한국 선박의 안전한 운항에 대한 협조도 요청했다.
결국 한국으로서는 미국과의 동맹을 고려해야 하는 동시에 이란과의 관계, 한국 선박과 국민의 안전, 에너지 공급망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다.
중동으로 출항하던 청해부대 / 뉴스1
트럼프가 다시 한국을 언급한 이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인터뷰에서 한국을 직접 언급한 것은 미국이 동맹국에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과 관련해 미국이 막대한 군사적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들이 미국의 군사력으로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미국에 충분한 부담을 지지 않는다는 불만을 반복적으로 표시했다.
이번 발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과 NATO 등 동맹국을 지원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군사동맹을 단순히 안보 협력의 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각국의 비용 부담과 기여를 함께 따지는 거래적 관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런 미국의 요구가 주한미군과 한미연합방위태세 문제와 연결될 가능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는 약 2만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주한미군은 한반도 방어와 동북아 지역의 억지력 유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대로 한국 역시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의 중동 군사작전에 한국이 어느 수준까지 참여해야 하는지를 단순히 ‘동맹국이니 도와야 한다’는 논리만으로 결정하기도 어렵다.
이란전 장기화…호르무즈 해협 다시 긴장
이란전은 현재까지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최근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안도 커지고 있다.
미군은 8월 30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이란 라락섬의 미사일 발사대를 공격했다. 미국 측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사일과 기뢰를 이용해 선박 운항을 위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이에 반발하며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은 이미 국제 유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공격 이후 브렌트유 가격이 3% 이상 상승하는 등 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공급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가격과 물류비 상승이 한국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다시 거론한 것은 한미동맹 차원에서도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발언이다. 다만 한국이 실제로 미국의 공식적인 군사 지원 요청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며, 당시 한국 정부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과 한국 선박 보호를 위해 외교적 대응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이란의 해군과 공군, 지휘부, 방공망이 사실상 궤멸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적절한 시점에 승리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단순한 합의문 서명만으로 상황을 끝내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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