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에서 미래 성장사업을 이끌 연구개발(R&D) 인재 확보에 팔 걷고 나섰다. 류재철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주요 사업·기술 경영진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총출동했다. 가전 중심의 사업을 넘어 로봇·피지컬 AI·모빌리티 등 새로운 성장축을 키우기 위해서다.
LG전자는 지난 29일(현지시각)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글로벌 인재 초청 행사인 ‘북미 테크 콘퍼런스’를 열었다고 31일 밝혔다. 현지 연구개발 경력자와 박사급 전문인력을 초청해 LG전자의 미래 사업과 기술 전략을 소개하고 채용으로 연결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행사에는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등 주요 대학과 연구기관의 박사·연구원, 미국 빅테크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연구개발 경력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류 CEO를 비롯해 김병훈 CTO, 송상호 CHO, 정기현 HS플랫폼사업센터장, 오세기 ES연구소장, 이상용 VS연구소장, 김영준 인공지능연구소장, 김동욱 SW센터장, 송시용 로보틱스사업센터장, 박기범 LG데이터팩토리담당, 백승민 로봇선행연구소장 등 주요 사업·기술 리더들이 대거 행사에 참석했다.
류 CEO는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LG전자에 입사해 사업부장과 사업본부장을 거쳐 최고경영자에 오른 자신의 경력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LG전자는 다른 어떤 회사보다 기술 전문성을 갖춘 인재 확보의 중요성을 높이 생각하고 있다”며 “기술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회사의 미래를 이끄는 핵심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LG전자가 미국에서 확보하려는 인재의 분야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생활가전과 TV 같은 기존 제품의 연구개발을 넘어 로봇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모빌리티 등 미래 기술 분야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LG전자는 현재 로봇 플랫폼과 로봇 지능, 데이터를 결합한 로보틱스 사업을 추진 중이다. AI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AIDV'(AI Defined Vehicle)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기반으로 차량용 지능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특히 LG전자가 주목하는 분야는 피지컬 AI다. 피지컬 AI는 AI가 디지털 공간을 넘어 로봇·자동차·가전 등 실제 세계의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해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 분야에서는 소프트웨어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AI 기술과 함께 센서와 모터, 제어 기술 등 하드웨어 역량과 제조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제조업 기반의 강점을 활용해 피지컬 AI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LG전자는 수십 년간 축적한 제조·생산 데이터와 전 세계 수억대 제품을 통해 쌓은 고객 및 생활공간에 대한 이해를 경쟁력으로 꼽고 있다. 냉난방공조(HVAC)와 전장 사업에서 확보한 기술력과 10억대 이상의 핵심부품 제조 경험도 피지컬 AI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그룹 계열사와 로보틱스 자회사와의 협업, 글로벌 빅테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결합해 새로운 사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류 CEO는 행사 끝머리에 “이 자리에서 AI와 로보틱스, 모빌리티를 비롯한 미래 기술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결국 미래를 바꾸는 것은 인재”라며 “더 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재들과 함께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다음달 9일부터 MIT, 카네기멜론대, 미시간대, 퍼듀대, 일리노이대 어버너·섐페인 캠퍼스, 위스콘신대 매디슨 등 북미 주요 대학을 차례로 방문해 채용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지난달부터 로봇·생산기술·전기전자 분야의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가 미국까지 찾아가 고급 연구개발 인재 확보에 나선 것은 가전과 TV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만으로는 장기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 기존 사업에서 확보한 제조·하드웨어 역량을 AI와 소프트웨어 기술에 결합해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 향후 LG전자의 성장 전략에서 중요한 축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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