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니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시술 여부를 추측하고, 살이 빠졌다고 건강 상태를 단정한다. 머리색이 달라지면 어울리느냐를 넘어 스타일링과 외모를 두고 온갖 평가가 붙는다. 최근 한 달 사이 뉴진스 해린, 레드벨벳 웬디, 배우 한소희의 달라진 모습을 두고 온라인에서 벌어진 일이다. 작은 변화 하나에도 확인되지 않은 추측과 과도한 품평이 따라붙고 있다.
뉴진스 해린을 검색하면 이제 ‘치아’가 연관 검색어로 따라붙는다. 지난달 22일 공개된 뉴진스 데뷔 4주년 영상에서 해린의 치아가 이전보다 가지런해 보이면서부터다. 활동 중단 전 해린의 고양이 같은 인상을 돋보이게 했던 송곳니가 잘 보이지 않자 라미네이트나 교정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빠르게 퍼졌다.
해린이나 소속사는 치아 시술 여부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온라인에서는 시술을 했다는 전제 아래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예전 매력이 사라졌다”, “감을 잃었다”는 평가까지 나왔고, 일부 치과의사들은 사진과 영상을 토대로 시술 여부를 분석하는 콘텐츠까지 만들었다.
그러다 지난 17일 마리끌레르 코리아 공식 채널에 공개된 영상에서 해린의 송곳니가 다시 보이자 또 다른 추측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라미네이트를 제거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해린은 치아 변화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온라인에서는 한 달 가까이 시술 여부부터 매력의 변화까지 온갖 추측과 평가가 이어졌다.
웬디를 둘러싼 반응도 비슷했다. 레드벨벳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화정체육관에서 팬 콘서트 ‘어 데이 인 레드 앤드 벨벳’을 개최했다. 웬디는 몸에 밀착되는 검은색 하의와 민소매 시스루 상의를 입고 ‘배드 보이’, ‘불도저’ 등의 무대를 소화했다.
이전보다 마른 모습이 눈에 띄자 건강을 걱정하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일부 반응은 걱정의 수준을 넘어섰다. 웬디가 유독 앙상하게 보이는 순간을 캡처한 사진이 온라인에 퍼졌고, 이를 두고 “기괴하다”, “어디가 아픈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특정 질병이나 다이어트 방식까지 거론하며 짧은 영상과 사진만으로 웬디의 건강 상태를 추측하는 이들도 있었다.
결국 소속사 ASND는 지난 19일 신체 특정 부위에 대한 성적 언급과 품평, 외모 및 신체 조롱, 사실과 다른 내용의 악의적 유포 등을 지적하며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소희에게는 머리색이 품평의 대상이 됐다. 한소희는 차기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나 혼자만 레벨업’에서 금발인 주인공 차해인을 연기하기 위해 머리색을 바꿨다. 최근 영화 ‘인턴’ 개봉을 앞두고 열린 제작보고회 등 공식 석상에도 금발로 등장했다.
새로운 스타일을 두고 취향에 따른 반응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소희 얼굴로도 금발은 못 살린다”, “왜 저런 스타일링을 했느냐”는 식의 반응이 이어졌다. 작품 속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외형을 바꿨다는 배경은 뒤로 밀리고, 평소 대중에게 익숙했던 한소희의 모습과 다르다는 이유로 평가가 쏟아졌다.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을 받는 직업인 만큼 달라진 모습에 아쉬움을 느끼거나 건강을 걱정하는 반응까지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시술과 질병을 사실처럼 추측하고, 자신이 좋아했던 모습을 계속 유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최근에는 스타의 얼굴과 몸을 대중이 함께 소유한 것처럼 다루는 품평이 반복되고 있다. 자신들이 좋아했던 모습은 그대로 유지돼야 하고,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무엇을 했는지 찾아내 그 선택이 옳았는지까지 평가한다. 개인의 선택보다 대중의 취향과 기준이 앞서는 기이한 상황이다.
이런 품평회가 불과 한 달 사이 잇따랐다. 치아와 몸무게, 머리색처럼 작은 변화까지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거기에 시술이나 건강 이상 같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덧붙였다. 이제는 연예인의 외모가 달라졌을 때 ‘어디가 달라졌는지’를 찾아내고 평가하는 일 자체가 하나의 놀이처럼 소비되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근 외모 품평이 과열되는 배경으로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연예인의 외모에 대한 생각을 불특정 다수와 즉각 공유하고 집단적으로 품평할 수 있는 장이 많지 않았다”며 “지금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비슷한 반응이 빠르게 모이고 확대 재생산되면서 외모 품평이 쉽게 과열되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회는 타인의 외모를 평가하고 비교하거나 서열화하는 데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라며 “외모에 대한 과도한 품평을 단순한 취향 표현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획일적인 미의 기준으로 사람을 줄 세우기보다 서로 다른 외모와 개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중에게 얼굴과 몸을 드러내는 직업이라고 해서 연예인의 외모를 마음껏 평가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치아가 달라 보여도, 살이 빠져도, 머리색이 바뀌어도 연예인이 모든 변화에 대해 대중을 납득시킬 이유를 내놓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관심과 품평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있다. ‘관심’을 방패 삼아 그 선을 너무 쉽게 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때다.
유화연 수습기자 ohway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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