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Tether)의 스테이블코인 USDT를 발행하는 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 최고경영자가 국제결제은행(BIS)을 향해 날 선 반박을 내놨다. 아르도이노는 일요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BIS가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은행 시스템의 부분지급준비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정당하게 우려하고 있다(rightfully worried)”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완전 준비(fully-reserved) 스테이블코인이 토큰화된 은행 예금보다 구조적으로 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언은 BIS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Pablo Hernández de Cos) 총재가 앞서 금요일(현지시각)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에서 내놓은 연설에 대한 반응이다. 데 코스 총재는 토큰화된 은행 예금이 스테이블코인보다 미래 화폐 시스템의 더 유망한 기반이라고 평가했는데, 아르도이노가 이를 정면으로 받아친 것이다. 두 발언이 부딱치면서 스테이블코인과 은행 예금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아르도이노 “100% 국채 준비” vs “핑키스웨어 예금”
아르도이노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은행 예금을 직접 비교했다. 그는 완전 준비 스테이블코인이 “국채 등 유동자산으로 100% 준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토큰화 은행 예금은 “핑키스웨어(pinky swear, 말로만 약속한다는 뜻) 방식의 무보험 은행 예금”이라며 “통상 유동자산으로는 10%만 준비돼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10%라는 수치는 부분지급준비제도(fractional-reserve banking)의 핵심을 겨냥한 것이다. 은행이 예금의 일부만 현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는 대출로 운용하는 구조로, 예금자들이 동시에 돈을 빼내려 하지 않는 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아르도이노는 이 지점을 짚으며 “왜 누군가가 완전 준비 상품 대신 부분 준비 상품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예금자들이 이런 구조를 인지하고 실제로 자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옮기기 시작하면 금융 시스템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반문하며 “우리는 지금 그 결과를 확인해가는 단계에 있다(We’re in the find out phase)”고 덧붙였다.
BIS 총재 “스테이블코인엔 세 가지가 부족하다”
데 코스 총재는 잭슨홀 연설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현재 세 가지 요소를 갖추지 못했다고 짚었다. 첫째는 ‘단일성(singleness)’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가치대로 상환된다는 보장이 없고 2차 시장에서 가격이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둘째는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으로, 스테이블코인들이 서로 호환되지 않는 여러 블록체인에 흩어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셋째는 ‘금융 건전성(financial integrity)’인데, 대부분의 스테이블코인 잔액이 전통적인 감시 체계 바깥의 자기보관형(self-custodied) 지갑에 머물러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데 코스 총재는 거시적 위험도 경고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대규모로 채택되면 은행들은 예금이 스테이블코인 쪽으로 옮겨가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자체도 ‘런 리스크(run risk)’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량 상환 요청이 몰릴 경우 발행사가 보유 자산을 급하게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이 과정에서 더 넓은 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스테이블코인 규제 전쟁, 클래리티법이 관건
이번 공방은 미국 내 암호화폐 규제를 둘러싼 더 큰 다툼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서명된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스테이블코인 결제에 대한 연방 차원의 법적 틀을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통과되면 디지털자산 전반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 체계가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클래리티법을 둘러싼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은행권은 암호화폐 채택이 확산되면 자신들의 예금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BIS가 지적한 위험, 즉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은행 자금조달 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와 같은 맥락이다. 스테이블코인·토큰화 예금 논쟁이 단순한 기술 우열 다툼이 아니라 은행권과 암호화폐 업계 간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에 서 있는 셈이다.
USDT 시세는 잠잠…리테일 투심은 중립으로
논쟁이 뜨거웠던 것과 달리 USDT 가격 자체는 지난 24시간 동안 큰 변동 없이 평평한 흐름을 보였다. 달러에 페깅된 스테이블코인 특성상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투자 정보 플랫폼 스톡트윗츠(Stocktwits)에 따르면 USDT에 대한 리테일 투자자 정서는 기존 ‘강세(bullish)’ 구간에서 ‘중립(neutral)’ 구간으로 옮겨갔다. 반면 USDT를 둘러싼 채팅량은 지난 24시간 동안 여전히 ‘높음(high)’ 수준을 유지했다.
이번 논쟁은 앞서 보도된 미국 내 암호화폐 규제 낙관론 확산과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암호화폐 업계 경영진들이 회동하며 클래리티법 통과를 촉구한 데 이어, 이번 아르도이노와 BIS 총재 간 공방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얼마나 첨예한 이해관계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클래리티법의 실제 입법 여부와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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