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최하나(Hana Choi)가 이미지와 현실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되묻는다. 디지털 이미지와 영상, 회화, 홀로그램 등 서로 다른 매체를 통해 우리가 보고 믿는 ‘현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탐색하는 개인전 《More Real Than Reality》가 9월 1일부터 10월 2일까지 갤러리 위(대표 박경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의 출발점은 익숙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질문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것은 무엇인가.”
최하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옮겨놓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미지가 우리의 감각과 기억에 개입하는 지점을 파고든다. 현실을 복제하는 것이 이미지의 역할이라면, 오늘날 수없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디지털 이미지는 이미 현실을 넘어 우리의 현실 인식 자체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에 회화적 흔적을 더한다. 영상과 홀로그램처럼 물질적 실체를 갖지 않는 이미지 역시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공간 안으로 끌어들인다. 이 과정에서 회화와 디지털 이미지, 물질과 비물질, 실재와 환영 사이의 경계가 흔들린다.
■ 이미지와 현실 사이, ‘미세한 균열’
최하나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지와 현실을 단순히 대립시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두 영역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틈과 중첩에 주목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은 순수하게 눈앞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기억과 경험, 정보와 이미지, 개인적 감각과 디지털 환경이 서로 얽히면서 하나의 현실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작품 속 이미지는 현실의 복사본이 아니다. 이미지는 기억을 환기하고 감각을 흔들며, 관람객이 대상을 인식하는 방식에 개입한다. 한 장의 이미지가 실제 경험보다 더 선명한 기억으로 남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는 장면이 실제 있었던 일처럼 인식되기도 하는 오늘의 시각환경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매체의 선택에서도 드러난다. 회화가 가진 물질성과 디지털 이미지의 비물질성, 영상의 시간성과 홀로그램의 공간성이 서로 교차하면서 관람객은 ‘보이는 것’과 ‘존재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경험하게 된다.
눈앞에 선명하게 나타나는 이미지가 반드시 실재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물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가 우리의 기억과 감각 속에서는 실제보다 더욱 강력한 현실성을 획득할 수도 있다.
■ ‘보이는 현실’에서 ‘믿는 현실’로
《More Real Than Reality》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현실이란 무엇인가’에 닿는다.
최하나는 기술을 과시하기 위해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매체 자체가 우리의 현실 감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준다. 디지털 이미지가 일상 곳곳에 침투한 시대에 인간의 기억과 경험 역시 이미지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회화와 미디어아트의 경계를 단순히 결합한 전시로 읽히지 않는다. 서로 다른 매체를 하나의 감각적 장으로 구성하면서 ‘현실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작품의 대상으로 삼는다.
관람객 역시 작품을 바라보는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지 않는다.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이미지인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각을 개입시키게 된다. 작품의 현실성은 화면이나 공간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의 인식 속에서 완성된다.
■ 현실은 이미지 이후에도 현실인가
오늘날 우리는 현실을 직접 경험하는 동시에 끊임없이 이미지를 통해 현실을 경험한다. 사진과 영상, 가상 이미지와 디지털 콘텐츠는 사건을 기록하는 수준을 넘어 사건을 기억하고 이해하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최하나의 작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을 확장한다.
현실이 이미 이미지에 의해 구성되고 있다면, 이미지와 현실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More Real Than Reality》는 그 답을 단정하지 않는다. 대신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의도적인 불확실성을 만들어 관람객 스스로 그 경계를 경험하게 한다.
회화적 흔적이 남은 디지털 이미지, 공간 속에 구현된 영상과 홀로그램은 현실을 설명하는 대신 현실에 대한 믿음을 흔든다. 익숙한 것이 낯설어지는 순간, 관람객은 자신이 ‘현실’이라고 부르던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결국 최하나가 주목하는 것은 가짜와 진짜의 구분이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현실이라고 믿게 되는가에 대한 문제다.
현실은 눈앞에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보고, 기억하고, 믿는 순간 비로소 현실이 되는 것인가.
이번 전시는 그 질문을 관람객의 감각 안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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