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홍연택 기자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배당 관련 제도 개선을 계기로 상장사들의 배당 공식이 달라졌다. 연 1회 결산배당에 머물렀던 LG와 롯데, 오리온 등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중간배당을 도입하며 배당 횟수를 늘리는 모습이다. 올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특례까지 시행되면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한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환원 확대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7일까지 상장사가 단행한 분기·중간배당은 총 188건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 132건과 코스닥시장 56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3건보다 31.47% 증가했다.
중간배당은 사업연도 중간에 한 차례 배당하는 방식이며 분기배당은 통상 1·2·3분기에 이사회 결의를 거쳐 배당한다. 결산배당에 집중됐던 배당 시기가 연중으로 분산되면서 투자자들이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게 된다. 기업이 정기적으로 배당에 나설 경우 배당 시기와 규모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LG·롯데도 가세···대기업 배당 횟수 늘린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한다. 오리온은 지난달 6일 1주당 1750원의 중간배당을 공시했고 배당금 총액은 691억8000만원이다.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도 1주당 550원씩 총 330억9000만원을 중간배당하기로 했다.
㈜LG는 지난해 중간배당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시행한다. ㈜LG는 27일 보통주와 우선주에 각각 1주당 1000원을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배당금 총액은 지난해와 같은 1542억320만원이다.
롯데쇼핑도 지난해 처음 도입한 중간배당을 올해 이어간다. 올해 중간배당금은 1주당 1300원으로 결정했으며 총 규모는 367억5000만원이다. 연말 결산배당에 집중됐던 주요 대기업들의 주주환원이 연중 배당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배당 절차를 개선한 자본시장법 개정도 기업들이 배당 주기를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넓혔다. 기존에는 상장사의 분기배당 기준일이 매년 3·6·9월 말일로 고정돼 있어 투자자가 실제 배당액을 확인하기 전에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이사회가 분기 말 이후 배당 여부와 주당 배당금을 결정하는 구조여서 이른바 '깜깜이 배당'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제도 개선 이후에는 분기 말부터 45일 이내 개최하는 이사회에서 배당액을 먼저 결정한 뒤 배당기준일을 지정할 수 있다. 투자자가 받을 배당금을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올해부터 배당소득 분리과세 특례까지 시행되면서 배당 확대를 유도하는 정책적 환경도 강화됐다.
KCC는 배당 재원 다변화···현금흐름도 주주 몫으로
배당 재원을 다양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KCC는 지난 20일 '2026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결의하면서 기존 배당정책에 삼성물산 특별배당금과 연계한 특별배당 제도를 신설했다. 본업에서 벌어들인 이익뿐 아니라 보유 투자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까지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KCC는 삼성물산에서 받는 특별배당금의 50% 이상을 KCC 주주를 위한 특별배당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KCC는 삼성물산 주식 1701만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율은 10.49%다. 기존 최소 주당배당금 6000원과 별도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으면 이익의 10%를 추가 배당하는 정책도 유지한다.
배당 확대 추세는 안정적인 이익과 현금흐름을 확보한 기업을 중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배당 횟수를 늘리거나 보유자산에서 발생하는 현금까지 주주에게 돌려주는 기업이 등장하면서 주주환원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다만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까지 일률적으로 배당을 확대하기보다는 기업의 투자 여력과 성장 단계에 맞는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배당 확대는 한국 증시의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하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현금흐름이 안정적이고 이익이 꾸준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분기 또는 반기 단위로 배당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모든 기업이 무조건 배당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며 성장 단계에 있는 기업은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에 자금을 활용하는 것이 주주가치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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