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화성에서 오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관계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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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화성에서 오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관계를 배웠다

나만아는상담소 2026-08-29 03:35:00 신고

이전 이야기, 왜 이해하고 기다리고 말 잘해야 하는 사람은 늘 여자였을까

나는 이 책의 비유가 꽤 재미있었다.

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 서로 다른 행성에서 살았으니 생각하는 방식도,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 그러니 상대가 나와 다르게 행동한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 차이를 이해해보자는 이야기였다.

연애가 어려운 사람에게 이보다 편한 설명도 많지 않다.

“왜 저 사람은 내가 힘들다고 하는데 해결책부터 말하지?”

남자라서 그렇다.

“왜 싸우기만 하면 혼자 있으려고 하지?”

남자는 동굴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잘해주다가 갑자기 거리를 두지?”

남자는 고무줄과 같아서 그렇다.

답을 하나씩 얻고 나면 복잡했던 연애가 조금 단순해진다.

상대가 나를 싫어해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둘이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아마 이 책이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데에도 이런 힘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이 설명을 예전처럼 받아들이기 어렵다.

상담실에서 만난 사람들은 화성인과 금성인으로 나누기에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같은 남자라고 해도 사랑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갈등이 생겼을 때 바로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남자가 있다.

오늘 생긴 문제를 내일까지 끌고 가면 오히려 더 힘들어한다.

반대로 며칠 정도 혼자 생각해야 자신의 감정을 알 수 있는 남자도 있다.

연인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가 있는가 하면, 그런 말을 거의 하지 않지만 상대가 어려울 때 누구보다 먼저 움직이는 남자도 있다.

여자 역시 마찬가지다.

연락이 자주 오지 않아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여자가 있고, 하루 동안 연락이 뜸하면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불안해지는 여자도 있다.

싸운 뒤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여자도 있고, 반드시 대화를 통해 풀어야 잠을 잘 수 있는 여자도 있다.

우리가 실제 사람들을 만나보면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저렇다’는 구분은 생각보다 금방 흔들린다.

그래서 이제 누군가가

“남자들은 원래 그래요?”

라고 물으면 나는 그 사람의 성별보다 그 사람이 관계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먼저 보고 싶다.

갈등이 생겼을 때 무엇을 하는지.

상대가 서운하다고 했을 때 들으려고 하는지.

자신이 잘못했을 때 인정할 수 있는지.

친밀해질수록 편안해지는지, 오히려 부담을 느끼며 멀어지는지.

사랑을 받고 싶을 때 직접 표현하는지, 상대를 시험하는 방식으로 확인하려 하는지.

이런 것들이 그 사람과의 연애를 훨씬 더 잘 설명해준다.

우리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배웠다

어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가족 안에서 자랐다.

기분이 나쁘면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고, 싸운 뒤에는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모와 갈등이 생겨도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경험을 했다.

반대로 감정을 말하면 혼났던 사람도 있다.

울면 유난스럽다는 말을 들었고, 부모가 화가 나면 며칠씩 말을 하지 않았다. 필요한 것이 있어도 요구하지 않는 편이 안전했고, 누군가에게 기대면 실망할 가능성이 더 컸다.

그렇게 자란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하면 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한 사람은 갈등이 생겼을 때 가까이 가려고 한다.

“우리 지금 이야기해서 풀었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은 오히려 멀어진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이 차이를 단순히 남자와 여자의 차이라고 해버리면 그 사람의 이야기가 사라진다.

남자라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피하는 방식이 익숙했을 수도 있다.

여자라서 관계를 확인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언제 끊어질지 알 수 없었던 경험 때문에 불안을 크게 느낄 수도 있다.

여기에 이전 연애에서 겪은 경험도 영향을 준다.

안정적으로 관계를 해오던 사람이 예측할 수 없이 연락을 끊고 돌아오는 사람을 오래 만나면서 점점 불안해지기도 한다.

반대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안전하게 받아주는 상대를 만나며 조금씩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관계 방식은 성별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관계를 경험했고 그 안에서 무엇을 배웠는지가 함께 들어 있다.

참고 칼럼: 애착 이론과 연애, 사랑에서의 불안과 회피의 의미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참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는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 회피형.
  • - 불안형.
  • - 가스라이팅.
  • - 간헐적 강화.
  • - 이중구속.

이런 말을 모르고 있을 때는 자신이 겪는 일을 설명하기 어렵다.

상대가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관계를 반복하면 그저 내가 사랑을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상대가 자신의 말을 계속 바꾸면서 내가 기억하는 일을 부정하면 정말 내가 이상해진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현상에 이름이 생기면 조금 떨어져서 볼 수 있게 된다.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구나.”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름을 알고 난 뒤 더 오래 참기 시작한다면 방향을 한번 점검해야 한다.

“회피형이니까 기다려줘야지.”

“어릴 때 상처가 있어서 그러는 거니까 내가 이해해야지.”

“나르시시스트는 원래 저렇다니까 내가 자극하지 않으면 괜찮을 거야.”

이런 식으로 말이다.

우리가 이름을 붙인 이유는 그 사람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경험한 일을 이해하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나는 심리학적 개념이 사람을 붙잡아두는 설명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개념을 알기 전에는 사랑 때문에 참았다면, 개념을 알고 난 뒤에는 심리학 때문에 참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름을 알게 된 의미가 없다.

애착 유형도 사람을 네 종류로 나누기 위한 말은 아니다

애착 유형을 처음 배우면 사람을 분류하고 싶어진다.

저 사람은 회피형.

나는 불안형.

저 커플은 불안형과 회피형 조합.

이렇게 이름이 생기면 관계가 쉽게 설명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애착 유형 역시 사람 전체를 설명하는 이름은 아니다.

같은 사람도 관계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고, 자신의 패턴을 알아차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경험이 쌓이면 변화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애착 유형을 안다고 해서 그 사람의 행동을 모두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회피 성향이 있는 사람이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대는 그 시간을 존중할 수 있다.

동시에 그 사람도 상대가 불안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설명을 해줄 수 있다.

불안 성향이 있는 사람은 연락이 줄어들면 걱정이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불안을 다루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상대 역시 일부러 관계를 불확실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보면 건강한 관계에서는 한 사람의 특성을 다른 사람이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자신의 몫을 가진다.

“나는 원래 회피형이니까 네가 이해해.”

도 아니고,

“나는 불안형이니까 계속 나를 안심시켜줘.”

도 아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했다면 다음 질문은,

“그러면 나는 관계에서 무엇을 다르게 해볼 수 있을까?”

가 되어야 한다.

참고 칼럼: 애착 유형 종류 4가지 안정, 불안, 회피, 공포-회피

남녀의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럼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전혀 없다는 말인가요?”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기대를 받기도 한다.

남자아이에게는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고 요구하고, 여자아이에게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살피라고 가르치는 문화도 있었다.

연애와 결혼에서 남녀에게 요구되어온 역할 역시 같지 않았다.

그러니 성별이 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다만 평균적인 차이를 한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통계 속 남자와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여성 일반에 대한 설명과 내 앞에 있는 여자친구 역시 다르다.

평균은 집단을 설명하는 데에는 쓸 수 있지만, 연인을 이해하는 데에는 결국 그 사람을 봐야 한다.

그런데 ‘남자는 원래 그래’라는 말은 그 과정을 건너뛴다.

상대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아보기도 전에 성별이 답을 대신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 물어야 할 질문까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와 책임은 함께 있어야 한다

나는 이번 연재에서 계속 ‘이해’라는 말을 많이 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오랫동안 사랑받은 것도 결국 상대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알 수 있다면 덜 싸울 것 같다.

그 사람을 이해하면 관계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마음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나 역시 관계에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해가 책임을 대신할 때다.

상대가 왜 갈등을 피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갈등이 생길 때마다 잠수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게 된 성장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연인의 감정을 계속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을 확인받지 못하면 불안해지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상대를 통제하거나 시험하는 행동까지 괜찮아지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유가 있다는 것과 책임이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나는 관계를 이해할 때 이 두 가지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저럴까?”

라고 묻는 것과 함께,

“그래서 지금 이 사람은 자신의 행동에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도 봐야 한다.

나에게 잘 맞는 사람보다 관계를 함께 만들 수 있는 사람

연애를 시작하면 사람들은 궁합을 궁금해한다.

불안형은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회피형과 안정형은 잘 맞는지.

성격 유형이 같아야 하는지.

남녀는 얼마나 달라야 끌리는지.

물론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편하다.

하지만 오래 관계를 이어가는 데에는 ‘처음부터 얼마나 잘 맞았는가’만큼 다른 능력도 필요하다.

서로 다를 때 말할 수 있는가.

상대가 서운하다고 했을 때 방어부터 하지 않고 들어볼 수 있는가.

내가 잘못했을 때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상대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는 없어도 적어도 무엇을 원하는지는 들을 수 있는가.

그리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둘 중 한 사람만 계속 변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질문들이 훨씬 현실적이다.

상대가 완벽한 안정형인지 알아내기 전에 내가 그 사람과 있을 때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지도 볼 필요가 있다.

마음이 편해지는가.

내 감정을 말할 수 있는가.

싫은 것은 싫다고 해도 관계가 무너지지 않는가.

갈등이 생겨도 결국 다시 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가.

아니면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 계속 눈치를 보고 있는가.

상대의 성격을 분석하는 것만큼 그 관계 속의 나를 보는 것도 필요하다.

참고 칼럼: 연애 심리 테스트, 나는 어떤 사람에게 끌릴까?

이제는 화성과 금성보다 그 사람을 보고 싶다

나는 여전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과거의 내가 이 책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에는 이 책을 읽으며 이해되지 않던 관계가 조금 이해되는 것 같았고, 연애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위안도 얻었다.

아마 지금도 이 책에서 도움을 받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어보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사람이 보였다.

남자가 동굴에 들어갈 때 기다리고 있던 여자.

고무줄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같은 자리에 있던 여자.

상대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자신의 말을 계속 고치던 여자.

남자는 원래 그렇다는 설명을 들으며 자신이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건 아닌지 고민했던 여자.

나는 이제 그 사람에게 다른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다.

남자는 화성에서 오지 않았다.

여자도 금성에서 오지 않았다.

우리는 각자 다른 집에서 태어나 다른 관계를 경험했고, 사랑받는 방법과 사랑하는 방법을 다르게 배웠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사람을 만나 서로가 배워온 방식으로 사랑을 시작한다.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이해한다는 것은 상대의 모든 행동을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다.

상대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아는 것과, 앞으로 둘이 어떤 관계를 만들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그리고 사랑에는 상대의 세계를 이해하는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내 세계를 설명하는 일도 있다.

“나는 이런 관계가 편안해.”

“나는 이런 행동을 받으면 상처를 받아.”

“나는 이 정도의 연락과 표현이 필요해.”

“이건 내가 계속 감당하기 어렵겠어.”

이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말을 듣고 상대 역시 자신의 세계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서로가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관계이지, 한 사람이 다른 행성의 언어를 완벽하게 익혀 그 사람의 삶에 들어가는 것이 관계는 아니다.

그러니 이제는 남자를 이해하는 법이나 여자를 이해하는 법만 찾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이 만나고 있는 그 사람을 이해하되, 그 과정에서 당신 자신도 함께 이해했으면 한다.

그게 내가 지금 이 오래된 베스트셀러를 다시 읽고 난 뒤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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