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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살해·강간 이후 아이스박스에 시신 은닉
사건이 발생한 날은 2021년 6월 15일이었다. 이날 양씨는 대전 대덕구 주거지에서 피해 영아 A양의 친모 정모씨와 술을 마시던 중 아이가 잠을 자지 않고 운다며 때리기 시작했다. 양씨는 A양을 향해 “너는 죽어야 한다”며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짓밟은 뒤 살충제 통으로 머리를 폭행했다. A양이 발버둥치자 양씨는 아기를 제압한 채 폭행을 이어갔고 다리를 부러뜨리기도 했다.
양씨는 1시간가량 폭행 범행을 이어가던 중 성범죄를 저지르기까지 했다. 정씨를 화장실 앞으로 가도록 한 뒤 A양을 강간한 것이었다. 결국 A양은 넙다리뼈 골절 등 여러 부위 손상으로 숨지고 말았다.
그러나 양씨의 범행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정씨와 함께 A양의 시신을 비닐봉투에 담아둔 뒤 모텔 등에서 생활했으며 같은 달 19일이 돼서야 집에 돌아왔다. 이들은 시신이 부패해 냄새가 나자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한 아이스박스 안에 A양과 얼음팩을 넣고 이를 수시로 교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와중 양씨는 같은 해 7월 4일부터 12일까지 사기, 절도, 주거침입 등 총 5차례 범행을 저질렀다.
양씨 등은 시신을 은닉한 20여일 동안 평소와 같이 지인들을 만나 유흥을 즐겼으며 A양의 외조모 B씨에게 범행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도주하기까지 했다.
경찰은 같은 해 7월 9일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B씨 신고를 접수하고 양씨의 집을 수색, 이미 부패한 상태인 A양의 시신을 발견했다. 사흘 만에 대전의 한 모텔에서 검거된 양씨는 “생활고로 스트레스받던 중 어느 순간부터 딸의 울음소리가 짜증 나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A양의 친부라고 진술했지만 유전자(DNA) 검사에서 친자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양씨와 정씨는 2019년 1월께부터 동거하던 사이로 양씨가 사기죄로 복역을 마친 2020년 12월 말부터 A양과 거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양씨는 강간, 학대살해 범행 이틀 전인 6월 13일 A양을 강제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이 공론화된 뒤 인터넷 육아카페 등에서는 누리꾼들의 공분이 이어졌고, 재판부에 2주간 90통 가까운 엄벌 진정서가 모이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마감일까지 21만명 이상이 동의했으며 1심 결심공판에는 양씨 등의 엄벌을 탄원하는 진정서가 753건 모였다.
◇1심, 징역 30년·징역 1년6월…2심, 무기징역·징역 3년 확정
양씨 측은 법정에서 “범행은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구차하게 변명하기보다는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것을 각오하고 있지만 사건 범행 내용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음주를 했었던 점 등을 고려해 달라”고 주장했다. 정씨 측은 “살인을 저지하지 못해 후회스럽다”면서도 “범행이 떠오를 때마다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있다. 양씨의 강압과 폭력 등으로 인해 지배 상태에 빠져있던 점을 감안해 달라”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양씨와 정씨에게 각각 징역 30년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생후 20개월에 불과했던 피해자는 아름다운 인생을 제대로 꽃피우지 못한 채 여느 아빠처럼 따랐을 피고인에 의해 극도의 육체적 고통과 공포 속에서 처참하게 생을 마감했다”며 “범행은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잔혹한 것이었기에 우리는 피고인이 제정신인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것은 아닐 것이라며 스스로 자기최면을 해야 할 정도로 참담함을 느꼈다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살해 의도를 갖고 장기간 치밀하게 범행했다거나 사망의 결과를 적극적으로 의욕·희망했던 것으로 볼만한 사정은 없다”며 “과거 부모의 잦은 음주, 다툼, 학대 등에 노출되는 불안정한 환경에서 성장하다가 부모의 이혼 후 고모 ,모친 집을 전전하며 유년기를 보낸 점, 범죄행위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겠다고 진술했는데, 이러한 발언이 단지 처벌을 낮추기 위해 지어낸 말로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정씨에 대해 “동거생활이 순탄하지 못했고 양씨로부터 지속적으로 폭행과 협박을 당해왔으며,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신고하면 죽이겠다는 등 위협을 받았다”면서도 “범행이 발각되기까지 약 20일 동안이나 양씨와 사체를 은닉했고 양씨와 떨어져 있던 시간이 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범행을 방관하거나 동조했던 행위가 결코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한 검찰과 양씨 등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보다 무겨운 무기징역과 징역 3년을 각각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앙씨가 피해자를 때린 이유에 관해 ‘잠을 자지 않고 소리 질러서’ 또는 ‘경제적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진술했는데 이들 이유가 무자비한 폭행의 동기라고는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며 “이 사건 범행들은 사람의 존엄과 가치를 무참하게 짓밟은 극히 비인간적인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외조모가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범죄에 상응하는 응분의 형벌을 과해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과 유족의 심정을 위로하고, 나아가 무고한 어린 아이의 생명을 해친 자는 반드시 그 범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원칙을 천명해 이와 같은 범행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정씨가 과거 A양의 볼을 꼬집는 등 학대하고 시신을 함께 유기한 점을 언급한 뒤 “피고인은 반성문이나 법정 진술 등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사랑, 그리움, 자책을 구구절절이 표현하고 있지만, 이 사건 범행을 전후한 행동에서는 어머니로서의 사랑이나 연민, 아이를 잃은 슬픔,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 등을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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