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1999년생 송민규가 늦깎이 유럽 도전을 떠난다. 한국에 남았다면 얻을 수 있던 모든 걸 포기하고 정말 ‘꿈’ 하나만을 좇으며 포르투갈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동 후 메디컬테스트와 최종 서명만 마치면 송민규는 이제 새로운 유럽파 선수가 된다.
28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포르투갈 CD나시오날로 이적하는 송민규가 ‘풋볼리스트’와 출국 전 인터뷰를 나눴다. 오직 ‘꿈’만을 바라본 도전이다. 이번 포르투갈행으로 송민규는 급여 70% 이상 삭감을 감수했다. 올겨울 서울 합류 때 유럽 제안 시 이적료 없이 보내주겠다는 약속이 있었지만, 서울 구단은 송민규에게 연봉 대폭 인상을 제안하며 마음을 돌리고자 했는데 송민규는 평생의 목표인 유럽 도전을 위해 제안을 고사한 채 도전을 결정했다.
송민규는 “더 어릴 때부터 꿈꿨던 무대다. 단순한 도전과 경험이 아닌 정말 하루라도 빨리 적응해서 잘하겠다는 생각이 크다. 내가 더 잘했으면 더 빨리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내가 부족했었다. 그런데 지금이라도 도전의 기회가 생겼다. 똑같은 말이지만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라며 유럽 진출을 앞둔 심정을 밝혔다.
▲ 짧았지만 정든 서울 생활
지난 1월 서울 입단한 송민규는 불과 반년 만에 팀을 떠난다. 그러나 7개월 동안 쌓인 정의 무게는 근속기간 그 이상이다. 올 시즌 25경기 5골 4도움을 기록했다. 중요한 경기마다 터진 송민규 특유의 클러치는 짧은 시간이지만, 서울 팬들을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정이 든 건 송민규도 마찬가지다. 지난 26일 고별전이던 부천FC1995와 홈 경기 종료 후 본인을 연호하는 ‘수호신’ 앞에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진짜 짧았는데 정이 굉장히 많이 들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팬 분들이 많은 응원과 사랑을 주셔서 지금 제가 이렇게 잘 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경기 전 감독님께도 말씀을 드렸다. ‘가고 싶다’라는 의지를 밝혔고 스스로도 결정을 한 상태였다. 팬들 앞에서 떠나는 그 감정을 주체 못 했다. 그동안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송민규의 유럽 도전은 서울 입장에서 냉정히 ‘손해’다. K리그 여름 이적시장이 종료됐기에 대체자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은 송민규 영입 때 맺은 약속을 지키며 도전의 길을 열어줬다. 김기동 감독 역시 내심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송민규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랐다. 동료들 역시 도전하는 송민규에게 응원을 전했다.
“당연히 감독님은 반년만 더 하고 가라고 하셨다. 저도 사실 감독님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릴 생각으로 서울에 왔다. 굉장히 아쉬움이 크다. 그래도 감독님은 제가 끝까지 도전한다고 하니 ‘나가서 돌아오지 말아라, 그게 너가 성공했다는 증거다’라며 가서 끝까지 버티라고 말씀하셨다. 동료들도 (구)성윤이 형, (김)진수 형, (박)수일이 형, (강)현무 형, (이)한도 형, (문)선민이 형, (천)성훈이까지 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끝까지 응원을 해줬다.”
▲ ‘0’부터 다시 시작, 많은 걸 포기한 낭만의 도전
약속은 맺었지만, 서울도 어쩔 수 없이 송민규의 잔류를 바랐다. 유럽 도전과 서울 잔류를 두고 고민하는 송민규에게 거절하기 어려운 액수의 제안까지 불사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감사한 마음과 함께 제안을 고사한 송민규는 ‘꿈’이 먼저라는 본인의 생각을 분명히 했다.
송민규는 “정말 많은 부탁이 있었다. 서울은 저한테 어떤 조건을 제안했다. 정말 큰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전 꿈을 선택했다. 저를 높게 평가해 주시고 좋게 봐주신 구단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래도 전 꿈을 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스스로 확고했다. 그냥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라며 진심을 전했다.
유럽 진출하는 선수들의 평균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1999년생으로 만 26세인 송민규의 도전이 ‘늦깎이’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송민규도 이를 부정하진 않았다. “어떻게 보면 유럽에 나가기는 조금 늦은 나이다. 하지만 옆에서 와이프가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너 결정에 나는 따라갈게’라며 정말 든든하게 있어 줬다. 와이프의 그런 만들이 제게 원동력이 됐다”라며 “K리그에서 연봉을 많이 받는 것도 좋다. 하지만 새로운 축구와 문화를 접하고 싶었다. 그리고 K리그에 계속 있으면 그 상황에 안주하게 될 수 있다. 주변 형들도 해외 경험이 제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해 줬다. 그런 것들이 합쳐져 도전의 원동력이 됐다”라고 밝혔다.
▲ 미지의 땅 ‘포르투갈의 작은 섬’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행 비행기에 오른 송민규는 본토 도착 후 CD나시오날의 연고지 마데이라 제도 푼샬로 또다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포르투갈 본토보다 아프리카 대륙에 더 가까운 곳이다. 전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고향이라는 것 외에 뚜렷이 알려진 정보는 없다. 그야말로 미지의 땅인데 송민규는 오직 축구만 바라보고 떠난다.
“구단과 감독님이 저를 강력히 이제 원한다는 사실이 제일 끌렸다. 위치적으로나 시설적으로나 좀 열악하다 할지라도 제가 거기를 여행이나 관광하러 가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나이가 아니다. 최대한 그 안에서 사소한 행복이라도 찾으려고 한다. 끝까지 가서 ‘잘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짚었다.
송민규의 새 둥지 CD나시오날은 포르투갈 1부 중하위권 팀이다. 지난 2023-2024시즌 승격 성공 후 지난 시즌까지 두 시즌 연속 잔류했다. 첫 유럽 도전에 나서는 송민규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팀이다. 송민규는 “구단과 소통하면서 포메이션, 기용법, 나의 장점과 단점, 개선점 등을 이야기 나눴다. 이런 부분들이 이 팀과 굉장히 같이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라며 “어느 감독님을 만나든 맞춰서 할 자신이 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려고 한다. 언제나 자신감을 늘 차 있다. 제대로 부딪혀 볼 생각이다”라고 각오했다.
여러 사람에게 조언도 구했다. 송민규는 “이승우 형, 백승호 형, 정조국 코치님, 세르지우 코스타 감독님까지 제가 아는 주변 사람들한테 정말 많이 물었다”라며 “사실 맥락은 다 똑같다. 먼저 경험하신 분들의 말씀이라서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 서울 팬을 향한 마지막 인사
마지막으로 송민규는 짧은 인연에도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준 서울 팬들에게 작별 메시지도 남겼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응원과 사랑을 주셨다. 정말 감사드린다. 직접 인사를 드리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크다. 제가 포르투갈로 넘어가지만 그곳에서도 FC서울을 정말 진심으로 응원을 할 것이다. 올해 정말 우승의 해라고 생각한다. 의심하지 않고 꼭 우승할 수 있도록 멀리서 기도하고 응원 열심히 하겠다. 그동안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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