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포커스] 실적 살아난 카카오, 회사까지 둘로 나눈다…정신아의 'AI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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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포커스] 실적 살아난 카카오, 회사까지 둘로 나눈다…정신아의 'AI 승부수'

폴리뉴스 2026-08-28 15:05:00 신고

[사진=생성형 AI(chat GPT)]
[사진=생성형 AI(chat GPT)]

카카오가 회사를 둘로 나눈다.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 광고·커머스는 '카카오AI'에 남기고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는 '카카오X' 아래 둔다. 계열사를 늘리며 몸집을 키워온 카카오가 이번에는 사업의 경계를 분명하게 긋는 쪽을 택했다.

시점도 눈에 띈다. 실적이 흔들릴 때 꺼낸 구조조정 카드가 아니다. 카카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985억원, 영업이익 277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 36%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최대다.

실적이 돌아오는 시기에 회사를 나누기로 한 데는 이유가 있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 사업과 AI의 성장성을 금융·모빌리티·콘텐츠 계열사와 분리해 각각의 가치를 시장에서 평가받겠다는 계산이다. 2024년 취임 이후 계열사 정리와 비용 효율화에 상당한 시간을 썼던 정신아 대표가 이제 수습을 넘어 성장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셈이다.

시장의 첫 반응은 기대 일색은 아니었다.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지난 21일 카카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49% 하락했다. 인적분할 이후 두 회사가 어떤 기업가치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함께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카카오톡이 다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최근 카카오 실적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콘텐츠보다 플랫폼이다.

2분기 플랫폼 부문 매출은 1230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 늘었다. 이 가운데 톡비즈 매출은 6432억원이다. 광고·구독은 14%, 비즈니스 메시지는 20% 성장했다. 카카오톡 화면을 활용한 디스플레이 광고 매출 증가율은 28%에 달했다.

한동안 시장에서는 카카오톡의 추가 성장 여력을 두고 의문이 적지 않았다. 국민 메신저라고 할 만큼 이용자를 확보한 상황에서 어디서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낼 것이냐는 문제였다.

올해 실적에서는 변화가 감지된다.

선물하기와 톡딜 등 커머스의 2분기 거래액은 27000억원으로 9% 늘었다. 카카오페이와 모빌리티 등이 포함된 플랫폼 기타 매출도 5870억원으로 22% 증가했다. 반면 콘텐츠 부문 매출은 8682억원으로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카카오의 성장 무게중심이 다시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카카오는 연간 매출 8991억원, 영업이익 732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실적 개선 흐름이 이어졌다. 단순히 비용을 줄여 이익을 방어했다고 보기에는 플랫폼 매출 증가 폭이 커졌다.

이 지점에서 AI가 카카오톡의 다음 성장동력으로 들어온다.

카카오가 택한 AI 전략은 거대한 자체 언어모델 하나로 글로벌 빅테크와 정면 승부하는 방식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카카오톡에 'ChatGPT for Kakao'를 적용한 데 이어 지난 6월부터는 일반 채팅방에서도 ChatGPT를 호출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자체 옴니 AI 모델 'Kanana-o'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카카오가 가진 경쟁력은 모델의 크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카카오톡에서 대화하고, 선물하기에서 물건을 사고, 카카오맵에서 장소를 찾는다. 택시를 부르고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는 일도 이미 하나의 서비스 생태계 안에서 이뤄진다.

AI가 이 서비스 사이를 연결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용자가 카카오톡에서 식당을 물었을 때 AI가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소 탐색과 예약, 결제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카카오가 추진하는 에이전틱 AI도 이런 방향을 향하고 있다.

정부의 AI 산업정책과도 접점이 생겼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 개발 지원 사업' 수행자로 선정됐다. 2027년 말까지 AI 에이전트의 등록과 검증, 탐색·실행·정산을 연결하는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용자 기반은 이미 확보돼 있다. 앞으로 봐야 할 것은 AI 이용자가 몇 명이냐보다 그 이용이 광고·커머스·예약·결제 등 실제 사업의 매출로 얼마나 이어지느냐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 3월 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AI 국민비서 시범서비스 개통식에서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 3월 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AI 국민비서 시범서비스 개통식에서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왜 지금 회사를 둘로 나누나

카카오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를 '카카오AI''카카오X'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카카오AI 0.36, 카카오X 0.64. 기존 주주는 보유 지분율에 따라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받는다. 오는 12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1일 분할을 완료하는 일정이다.

정신아 대표가 이끌 카카오AI에는 카카오톡과 AI, 광고·커머스가 들어간다.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맡는 카카오X에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와 투자 기능이 배치된다.

두 회사의 성격은 꽤 다르다.

카카오AI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직접 사업을 키워 수익을 만드는 회사라면 카카오X는 주요 계열사의 기업가치를 관리하고 새로운 투자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회사에 가깝다. 카카오는 2030년 매출 목표로 카카오AI 6조원 이상, 카카오X 10조원 이상을 제시했다.

이번 분할은 카카오가 지난 성장 과정에서 만들어낸 기업 구조와도 연결돼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성공 이후 금융과 게임, 엔터테인먼트, 모빌리티 등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혔다. 성장 속도는 빨랐지만 사업이 많아지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카카오 본사의 사업가치와 자회사 지분가치가 한데 섞이는 문제가 생겼다.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이 잇따라 증시에 입성하면서 기존 주주 사이에서 이른바 '쪼개기 상장' 논란도 불거졌다.

이번 인적분할은 당시 자회사 기업공개와는 방식이 다르다. 기존 카카오 주주가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받는다.

카카오로서는 카카오톡·AI 사업과 주요 계열사 지분가치를 한 회사 안에서 함께 평가받기보다 둘을 분리하는 것이 각 사업의 가치를 드러내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이를 그대로 인정할지는 두 회사의 성과에 달렸다.

분할 발표 당일 주가가 7.49% 하락한 것도 이런 불확실성을 보여준다. 카카오X는 투자회사 성격이 강해지는 만큼 보유 자회사 가치가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가 중요하다. 카카오AI 역시 'AI 기업'이라는 이름 자체보다 카카오톡과 AI를 결합해 어느 정도의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내느냐가 평가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가 분할 계획과 함께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방침을 내놓은 것도 주주가치를 의식한 행보다.

AI 확장할수록 커지는 플랫폼의 책임

사업 구조가 달라지고 실적이 좋아졌다고 해서 카카오를 둘러싼 모든 문제가 과거형이 된 것은 아니다.

김범수 창업자를 둘러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사건은 지난해 10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카카오의 장내매수가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정만으로 시세조종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항소하면서 현재 2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배차 알고리즘을 둘러싼 공정거래 문제에서도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제재는 지난해 서울고법에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승소하면서 취소됐다.

법적 판단과 별개로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톡과 모빌리티, 결제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운영하는 만큼 시장지배력과 수수료, 알고리즘의 공정성, 이용자 보호 문제는 앞으로도 정부와 국회가 들여다볼 영역이다.

AI가 카카오톡 안으로 더 깊이 들어오면 새로운 문제도 생긴다. AI가 대화를 넘어 쇼핑과 예약, 결제 등 이용자의 행동까지 연결하는 단계로 발전할수록 개인정보와 데이터 활용에 대한 기준은 더 엄격하게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가 최근 계열사를 줄이고 내부 통제를 강화해 온 것도 과거의 확장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정신아 대표가 취임한 2024년 당시 카카오에 급했던 것은 새로운 사업을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불어난 계열사를 정리하고 비용 구조를 손보고 조직을 추스르는 일이 먼저였다.

2년여가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플랫폼 실적은 살아났고 AI라는 다음 사업도 카카오톡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회사 자체를 둘로 나누는 작업에 들어간다. 과거 여러 사업을 카카오라는 하나의 우산 아래 끌어모았다면 이번에는 각각의 사업이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선택이다.

분할 이후 카카오X에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굵직한 사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숙제가 남는다.

카카오AI가 풀어야 할 문제는 보다 선명하다.

카카오톡에 AI를 붙이는 것과 AI로 돈을 버는 것은 다른 일이다.

광고와 커머스로 다시 성장하기 시작한 카카오톡 위에 AI가 실제 매출을 얼마나 더 얹을 수 있느냐. 내년 분할 이후 시장이 'AI 카카오'를 평가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할 숫자도 결국 여기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정신아 대표가 꺼낸 승부수의 성패 역시 그 숫자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정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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