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상자 들고 현관문 열다 ‘번뜩’…초등학생이 만든 발명품, 대통령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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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상자 들고 현관문 열다 ‘번뜩’…초등학생이 만든 발명품, 대통령상 받았다

위키트리 2026-08-28 13:57: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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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택배상자를 든 채 문을 고정하기 어려웠던 경험에서 출발한 초등학생의 발명품이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대통령상을 받았다.

제47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대현초등학교 5학년 박하을 학생(지도교사 이선나)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실에서 수상작인 '의도를 읽은 문고리, 발은 잊은 도어 핸들'을 소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살다 보면 양손에 택배상자나 짐을 든 채 집에 들어가야 할 때가 있다. 문은 손에서 놓는 순간 다시 닫히고 발로 도어 스토퍼를 눌러 고정하려 해도 짐 때문에 중심을 잡기 어렵다. 특히 노인이나 임산부, 휠체어 이용자처럼 발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이런 작은 동작도 불편할 수 있다. 이 같은 일상 속 불편을 줄이기 위해 손잡이만 돌려 문을 고정할 수 있도록 만든 초등학생의 발명품이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대통령상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립중앙과학관은 ‘제47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대통령상 수상자로 울산 대현초등학교 5학년 박하을 학생을 선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국무총리상은 대전지족중학교 3학년 황현성 학생에게 돌아갔다.

박하을 학생이 만든 발명품은 ‘의도를 읽은 문고리, 발을 잊은 도어 핸들’이다. 문손잡이를 돌리는 각도에 따라 문 아래쪽 도어 스토퍼가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문손잡이를 약 45도 이내로 돌리면 문만 열린다. 약 70도 이상 돌리면 문 아래쪽에 설치된 도어 스토퍼가 내려가 문을 고정한다. 이용자가 발을 사용하지 않고 손잡이만으로 문을 열고 고정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택배상자 들다 떠올린 아이디어…노인·휠체어 이용자까지 생각

제47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대현초등학교 5학년 박하을 학생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의도를 읽은 문고리, 발을 잊은 도어 핸들'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발명의 시작은 일상에서 겪은 작은 불편이었다. 박하을 학생은 부모님을 대신해 무거운 택배상자를 집 안으로 옮기면서 양손을 쓰기 어려운 상태에서 발로 도어 스토퍼를 조작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박하을 학생은 이 과정에서 노인이나 휠체어 이용자는 일반적인 도어 스토퍼를 사용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최근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도어 스토퍼 사용을 어려워했던 모습도 발명 아이디어에 영향을 줬다. 단순히 자신이 겪은 불편에서 출발했지만 실제 사용 대상을 노인과 장애인까지 넓혀 장치를 구체화했다.

장치는 전자센서나 별도 전원을 사용하지 않는다. 둥근 톱니바퀴인 피니언과 일자 형태의 톱니인 래크를 이용해 문손잡이의 회전운동을 위아래 직선운동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손잡이를 일정 각도 이상 돌리면 내부 기계장치가 움직이며 도어 스토퍼를 아래로 내려 문을 고정한다. 센서 없이 기계 구조만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구조가 단순하고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별도 전원이 필요하지 않아 전기 공급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대통령상 수상작 '의도를 읽은 문고리, 발을 잊은 도어 핸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국무총리상을 받은 황현성 학생은 ‘컨베이어를 이용한 자세 교정 휠체어’를 개발했다. 황현성 학생은 뇌경색 후유증으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외할아버지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휠체어를 오래 이용하면 엉덩이가 앞으로 밀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보호자나 요양보호사가 이용자의 상체를 잡아 뒤로 당겨 자세를 바로잡아야 한다.

황현성 학생은 휠체어 안장을 공장의 컨베이어처럼 움직이도록 설계했다. 안장 아래에 회전축과 톱니바퀴, 체인을 설치하고 이를 뒷바퀴와 연결했다. 휠체어를 뒤로 움직이면 뒷바퀴의 회전력이 체인을 통해 안장으로 전달된다. 안장이 뒤쪽으로 움직이면서 탑승자의 자세도 함께 뒤로 이동하도록 만든 구조다.

제47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대전지족중학교 3학년 황현성 학생(지도교사 전병아)이 28일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실에서 수상작인 '컨베이어를 이용한 자세교정 휠체어'를 소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람이 직접 탑승자의 몸을 잡아당기는 방식보다 적은 힘으로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다. 이용자의 편안함과 안전성을 높이고 보호자와 요양보호사의 신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시·도 대회를 포함해 총 8856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299명이 전국대회에 진출했다. 학계와 연구계, 특허 분야 전문가 48명이 창의성과 탐구성, 실용성, 노력도, 경제성 등을 기준으로 작품을 심사했다.

국무총리상 수상작 '(후진하면 자세가 바로 잡아지는) 컨베이어를 이용한 자세 교정 휠체어'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외에도 최우수상 10점과 특상 50점, 우수상 100점, 장려상 137점이 선정됐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오준호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장은 학생들이 사회적 약자의 시선에서 생활 속 불편을 발견하고 이를 과학적 탐구와 발상의 전환으로 해결한 작품들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전국대회에 출품된 299개 작품은 다음달 5일까지 국립중앙과학관 미래기술관에서 전시된다. 시상식은 10월 7일 국립중앙과학관 사이언스홀에서 열린다.

초등학생 발명품이 또 대통령상…앞선 사례도 눈길

지난달 30일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개막한 '2026 청소년 발명 페스티벌'에서 경남 거제시 칠천초등학교 5학년 김지온 학생이 자신의 발명품인 '초기화재 대피 호흡 그립톡'을 시연하고 있다. / 뉴스1

지난달 열린 제39회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서도 초등학생이 만든 발명품이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아 화제가 됐다.

경남 거제시 칠천초등학교 5학년 김지온 학생은 ‘초기 화재 대피 호흡 그립톡’을 출품해 대통령상을 차지했다. 당시 대회에는 전국에서 6959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고 9단계 심사를 거쳐 183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김 학생의 발명품은 평소 스마트폰 케이스 뒤에 붙여 사용하는 그립톡에 화재 대피용 호흡 보호 기능을 결합한 제품이다. 평상시에는 일반 그립톡처럼 사용하다가 화재가 발생하면 스마트폰과 케이스를 분리한 뒤 그립톡을 펼쳐 입과 코를 가리는 방식이다.

내부에는 활성탄소섬유와 부직포 필터 등이 들어간다. 화재 발생 초기 유독가스와 미세입자를 걸러 대피 시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설계됐다.

김 학생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실제 방독면처럼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장치는 아니지만 대피 초기 1~2분 정도 시간을 벌어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2024년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객실 복도로 연기가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 / 뉴스1·윤건영 의원실 제공

아이디어를 떠올린 계기는 2024년 8월 경기 부천시에서 발생한 호텔 화재였다. 당시 화재로 7명이 숨졌다는 뉴스를 접한 김 학생은 비슷한 사고에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김 학생은 사람들이 평소 가장 자주 들고 다니는 물건 가운데 하나가 스마트폰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잠을 잘 때도 머리맡에 두고 외출할 때도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에 대피용 기능을 결합하면 위급한 상황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스마트폰 케이스에 부착하는 그립톡을 활용하는 방안을 떠올렸다. 별도의 안전장비를 챙기지 않아도 평소 사용하는 물건에 기능을 넣으면 실제 활용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올해 초 참여한 소방서 체험학습도 발명품에 영향을 줬다. 김 학생은 당시 소방관으로부터 화재 때 유독가스 흡입이 큰 위험이 된다는 설명을 듣고 단순히 입과 코를 가리는 구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필터 기능을 넣었다.

활성탄소섬유와 부직포 필터 등을 결합해 연기와 미세입자를 걸러낼 수 있도록 만들었고 평소에는 휴대성을 해치지 않도록 일반 그립톡과 비슷한 형태로 제작했다.

이번 대회는 김 학생이 처음 참가한 발명 대회이기도 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포함한 참가자들과 경쟁해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김 학생이 다니는 칠천초등학교는 거제시 하청면 칠천도에 있는 작은 학교다. 전교생은 20명 규모이며 같은 학교 학생 3명도 각각 금상과 은상, 동상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개막한 '2026 청소년 발명 페스티벌'에서 경남 거제시 칠천초등학교 5학년 김지온 학생이 자신의 발명품인 '초기화재 대피 호흡 그립톡'을 선보이고 있다. / 뉴스1

김 학생은 당시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아이디어와 발명품이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평소 발명보다 요리에 더 관심이 많다고 했지만 화재 사고 뉴스를 계기로 처음 발명에 도전해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대통령상 상금 300만원은 부모와 상의해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헌금으로 기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개발도상국에서 상금이 더 가치 있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발명품이 알려진 뒤 누리꾼들은 평소 사용하는 스마트폰 액세서리에 화재 대피 기능을 결합한 점과 실제 상황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보였다.

“상용화해도 좋겠다”, “늘 가지고 다니는 물건에 기능을 넣은 게 좋다”, “실제로 필요한 발명품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화재 사고를 접한 뒤 다른 사람을 도울 방법을 고민했다는 발명 계기에도 호평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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