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감평사 못 믿겠다”…제이알리츠가 쏘아올린 공 ‘감정가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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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감평사 못 믿겠다”…제이알리츠가 쏘아올린 공 ‘감정가 신뢰’

이데일리 2026-08-28 04:10: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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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때 현지 전문기관이 내놓은 감정평가 결과를 사실상 ‘정답’처럼 받아들이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벨기에 브뤼셀 오피스 ‘파이낸스타워’를 둘러싼 소송 과정에서 감정평가액을 낮추는 방향으로 평가가 진행됐다는 정황과 관련 증거가 나오면서다.

특히 감정평가액이 대출 약정상 ‘캐시 트랩’(현금 유보) 발동 여부와 직결되는 구조였다는 점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감정평가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감정가’ 하나에 배당이 달렸다…파이낸스타워 논란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가 투자한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 과정에서 불공정한 영향력이 행사됐다는 증거가 나오면서 해외 부동산 감정평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자료=제이알글로벌리츠)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자료=제이알글로벌리츠)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감정평가액이 낮게 나왔다는 데 있지 않다. 감정평가액이 일정 수준을 밑돌 경우 투자자 배당이 중단될 수 있는 구조에서 감정평가가 이뤄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파이낸스타워의 대주단에는 글로벌 자산운용사 핌코(PIMCO)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대주단은 파이낸스타워의 담보인정비율(LTV)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캐시 트랩이 발생하는 구조를 인지하고 있었다.

캐시 트랩은 건물에서 발생한 임대수익 등을 투자자에게 배당하지 않고 대주에게 우선 귀속시키는 구조다. 대출 약정상 정해진 LTV나 공실률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발동될 수 있다.

결국 건물 가치가 낮게 평가될수록 LTV가 올라가고, 일정 수준을 넘으면 투자자 배당이 막힐 수 있는 구조였던 셈이다.

금융감독원도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캐시 트랩의 위험성을 주요 투자 유의사항으로 꼽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1일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관련 주요 분쟁 사례를 바탕으로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7가지 사항을 안내했다. 여기에는 해외 부동산펀드가 현지 대출약정에 따라 임대수익이 투자자에게 배당되지 않고 대주에게 우선 귀속되는 캐시 트랩 구조가 적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LTV 초과나 공실률 상승 등 특정 이벤트가 발생하면 캐시 트랩이 적용돼 배당금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파이낸스타워 사례처럼 캐시 트랩의 발동 여부를 결정하는 감정평가 자체가 이해관계자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다.



◇10.7억→9.5억→9.2억유로…감정가 둘러싼 수상한 흐름

파이낸스타워 감정평가 과정에서는 평가기관이 교체되는 일이 벌어졌다.

당초 감정평가를 맡았던 나이트프랭크는 파이낸스타워의 가치를 10억7100만유로(약 1조7314억원)로 평가했다. 하지만 대주단 가운데 최대 지분을 가진 핌코가 9억5000만유로(약 1조5358억원)를 고수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핌코 측은 나이트프랭크가 해당 금액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주단이 감정평가법인을 바꿀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결국 나이트프랭크는 이같은 압박을 받은 지 4일 뒤 업무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새로운 감정평가사로 선정된 곳이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기업 존스랑라살(JLL)이었다.

JLL 선정 전후의 정황도 이번 논란에서 중요한 대목이다. 핌코의 부동산 투자 책임자인 줄리아 마르치아노는 JLL 유럽 헤드인 랄프 켐퍼에게 파이낸스타워의 LTV가 52.5%를 넘으면 캐시 트랩이 발생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JLL가 감정평가법인으로 선임됐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JLL의 감정평가 보고서는 임대료와 설비투자(CAPEX), 할인율 등 주요 변수가 자산가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설정됐다.

실제로 나이트프랭크의 평가액과 비교하면 감정평가액은 더 낮아졌다. JLL은 최종적으로 파이낸스타워의 가치를 9억2000만유로(약 1조4873억원)로 평가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이같은 일련의 과정을 근거로 대주단이 캐시 트랩을 유발해 투자자 배당을 차단하기 위해 감정평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 기관 평가니까”…감정평가 신뢰 다시 따져야

이번 사건은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감정평가 결과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와 운용업계에서는 해외 부동산을 투자할 때 현지 시장을 잘 아는 글로벌 평가기관의 감정평가를 주요 판단 근거로 활용해왔다. 현지 임대료와 거래 사례, 공실률, 자본환원율(캡레이트) 등 국내에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데이터를 다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파이낸스타워 사례처럼 감정평가액이 대출 약정과 투자자 배당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서는 평가기관의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감정평가 결과가 단순한 자산가치 산정에 그치지 않고 LTV와 캐시 트랩, 배당 여부까지 결정한다면 평가 과정에 이해관계가 개입될 가능성을 보다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 부동산 투자 시 단순히 ‘유명 글로벌 평가기관이 평가했다’는 사실만으로 감정가를 받아들이기보다, 평가에 적용된 임대료·설비투자(CAPEX)·할인율 등 주요 가정과 평가 과정의 독립성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이낸스타워 논란으로 ‘해외 유명 평가기관이 내놓은 감정가라면 정말 믿어도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됐다"며 "해외 부동산 투자가 확대될수록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 투자자 보호와 자산운용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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