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해하고 기다리고 말 잘해야 하는 사람은 늘 여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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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해하고 기다리고 말 잘해야 하는 사람은 늘 여자였을까

나만아는상담소 2026-08-28 03:30:00 신고

이전 이야기, 남자는 고무줄이다. 이 말이 여자에게 가르친 것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다시 읽으면서 계속 마음에 남았던 것이 있다.

  1. - 남자는 동굴로 들어간다.
  2. - 남자는 고무줄처럼 멀어졌다가 돌아온다.
  3. - 남자는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여자는 공감을 원한다.

이런 설명만 떼어놓고 보면 남녀의 차이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처럼 보인다. 실제로 이 책은 남자에게도 여성을 이해하라고 말한다. 여성이 이야기를 할 때 해결책부터 제시하지 말고 들어주라는 조언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단순히 “여자는 참고 남자는 마음대로 하라고 가르치는 책”​이라고만 말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내가 불편한 지점은 조금 다른 곳에 있다.

남녀가 다르다는 것을 설명한 뒤, 실제 관계에서 그 차이를 관리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야 하는 사람이 누구였는가 하는 문제다.

  • - 남자가 동굴로 들어간다면 기다려야 한다.
  • - 남자가 고무줄처럼 멀어지면 쫓아가지 않아야 한다.
  • - 남자가 요구받는 느낌을 싫어한다면 원하는 것을 전달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 - 남자가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면 그의 행동에서 사랑을 읽어야 한다.

하나씩 보면 배려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 조언을 모두 한 사람에게 모아놓으면 이상한 모습이 나타난다.

여자는 남자의 심리를 이해하고, 그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때를 살피고, 자신의 감정을 적절한 방법으로 전달하고, 그가 멀어지면 기다리면서 관계가 깨지지 않도록 계속 조정해야 한다.

나는 이것이 단순한 배려인지 한번 물어보고 싶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상대의 감정과 자신의 감정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면, 그것은 꽤 많은 노동이기 때문이다.

남자의 행동을 설명하는 동안 여자의 역할도 만들어졌다

“남자는 원래 혼자 해결하려고 해.”

이 말을 들으면 남자의 행동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된다.

“남자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

이 말도 마찬가지다.

“남자는 압박받는 느낌이 들면 더 멀어져.”

이제 그의 거리두기까지 설명된다.

사람은 이유를 알게 되면 조금 견디기 쉬워진다. 상대가 나를 싫어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런 특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상처도 덜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설명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상대에게 맞춰야 하는 행동도 하나씩 늘어난다는 데 있다.

혼자 있고 싶어 하니 기다려야 한다.

감정 표현이 서툴기 때문에 행동으로 마음을 읽어야 한다.

압박을 싫어하기 때문에 요구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라 공감을 기대하기보다 그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여자는 연인이면서 동시에 통역사가 된다.

그가 말하지 않은 감정을 읽고, 행동의 의미를 해석하고, 지금은 말을 걸어도 되는지 판단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로 표현해야 부담스럽지 않을지 계산한다.

그리고 관계가 잘되지 않으면 다시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말을 잘못했나?”

“조금 더 기다렸어야 했나?”

“내가 너무 감정적으로 말했나?”

상대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배운 지식이 어느새 자신의 행동을 검열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왜 내가 서운한데 내가 말하는 방법까지 공부해야 할까

연애 상담을 하다 보면 서운함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묻는 사람이 많다.

“어떻게 말해야 남자친구가 기분 나쁘지 않을까요?”

“제가 서운하다고 하면 또 싸울 것 같은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해요?”

“이 말을 하면 부담스러워할까요?”

물론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은 필요하다.

화가 났다고 상대를 모욕하거나, 마음을 알아내기 위해 일부러 시험하거나, 모든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는 방식은 관계를 더 어렵게 만든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은 남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에도 균형은 있어야 한다.

자신이 상처받았는데 그 상처를 말하기 전에 상대가 상처받지 않도록 표현을 몇 번씩 다듬어야 하는 관계가 있다.

“나는 연락이 없으면 불안해.”

라고 말했는데,

“또 시작이네. 왜 이렇게 사람을 피곤하게 해?”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다음번에는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한다.

“연락을 계속 해달라는 건 아니고, 늦을 것 같으면 한 번 정도 알려주면 내가 마음이 편할 것 같아.”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결국 연락하라는 말이잖아.”

라고 한다.

그러면 또 표현을 고친다.

어느 순간부터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서운했는지가 아니다.

그 사람이 화내지 않도록 내가 얼마나 완벽하게 말할 수 있는지가 된다.

나는 이럴 때 의사소통 방법만 계속 가르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하게 된다.

말하는 방법이 서툴러서 싸움이 생기는 관계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잘 말해도 상대가 듣지 않는 관계도 있다.

그 둘은 구분해야 한다.

참고 칼럼: 서운함 현명하게 표현하기

남자는 표현하지 않고 여자는 알아봐야 하는 관계

감정 표현을 잘하지 않는 남자와 연애하는 여성이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그래도 행동을 보면 저를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해요.”

나는 그 말을 들으면 어떤 행동이었는지 묻는다.

정말 표현 방식만 다른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로는 사랑한다는 표현을 잘하지 못하지만 약속을 지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곁에 있고, 상대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려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에게 “왜 사랑한다고 자주 말하지 않아?”​라고 계속 요구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전혀 다른 경우도 있다.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피한다.

당신이 불안하다고 말하면 귀찮아한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지도 않는다.

그래도 당신은 작은 행동 하나를 찾아낸다.

“그래도 바쁜데 시간을 내서 저를 만났어요.”

“제가 아프다고 하니까 약은 사다 줬어요.”

그리고 그 몇 가지 행동을 가지고 나머지를 설명한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은 있을 거라고.

나는 여기에서 남자가 꼭 말을 많이 해야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다르다.

다만 한 사람이 표현하지 않는 몫까지 다른 사람이 계속 해석해야 한다면 피곤해진다는 말을 하고 싶다.

연애는 상대의 숨은 마음을 평생 추리하는 일이 아니다.

“나 사랑하는 거 맞아?”

라는 질문을 반복하게 된다면 자신이 왜 그렇게 자주 확인해야 하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참고 칼럼: 감정 표현 없는 남자

좋은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과 만나면 더 견디게 된다

이런 조언이 모든 여성에게 같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남자는 원래 그렇다.”

라는 말을 듣고도,

“나는 그런 관계가 싫은데?”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상대가 혼자 있고 싶어 하면 시간을 주지만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도 분명하다.

그런데 관계에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한 사람에게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남자친구가 힘들어하면 이해해야 한다.

상대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

화를 내면 안 된다.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사랑한다면 기다려야 한다.

이런 문장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성향과 만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많이 살피며 자란 사람도 있다.

갈등이 생기면 자신이 먼저 사과해야 마음이 편했던 사람도 있고, 누군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생각을 견디기 어려워 자신의 욕구를 쉽게 접었던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 ‘남자를 이해하는 방법’은 단순한 연애 조언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미 잘하고 있던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들 수도 있다.

참고,

눈치를 보고,

먼저 이해하고,

상대의 기분을 달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룬다.

그러면서 자신은 사랑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을 잘하는 것과 자신을 계속 뒤로 미루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참고 칼럼: 착한 아이 콤플렉스, 원인과 해결방법

책 한 권이 이런 관계를 만든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나는 선을 하나 긋고 싶다.

책 한 권 때문에 여성들이 남성을 이해하고 기다리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그렇게 설명하면 오히려 너무 단순하다.

이 책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여자에게는 관계를 돌보는 역할이 많이 주어졌다.

분위기를 살피고, 가족 사이를 중재하고, 상대의 기분을 먼저 알아차리고, 싸움이 커지지 않도록 말을 조심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배운 여성들이 있었다.

어쩌면 이 책이 그 문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익숙했던 모습을 매우 매력적인 이야기로 설명해주었는지도 모른다.

남자는 화성인이라 그런 것이고, 여자는 금성인이라 그런 것이다.

그러니 누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이다.

이 설명에는 분명 좋은 점이 있다.

모든 갈등에서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며 싸울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다.

나와 다르게 행동한다고 해서 곧 사랑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지 않게 해주는 면도 있다.

그런데 ‘서로 다르다’는 말에는 묘한 힘이 있다.

어떤 행동이 계속 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있어도 차이라고 부르면 견뎌야 할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차이를 인정하기 전에 하나를 더 보고 싶다.

그 차이를 조율하기 위해 두 사람 모두 움직이고 있는가.

감정노동은 한 사람이 둘의 마음을 관리할 때 커진다

연애에서도 감정노동은 생긴다.

상대가 힘든 날에는 위로하고, 내가 화가 났더라도 상황을 봐가며 이야기하고, 싸운 뒤 먼저 손을 내미는 일도 있다.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관계에서는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늘 같은 방향으로 흐르면 문제가 달라진다.

그가 화가 나면 내가 진정시킨다.

그가 거리를 두면 내가 기다린다.

그가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내가 추측한다.

그가 부담을 느낄까 봐 내가 말을 골라서 한다.

그가 다시 돌아오면 내가 지난 갈등을 덮는다.

반대로 내가 힘들 때는,

“왜 그렇게 예민해?”

“그 정도 가지고 왜 그래?”

“또 감정적인 이야기야?”

라는 말을 듣는다.

이런 관계라면 문제는 남녀의 차이에 있지 않을 수 있다.

둘의 감정을 관리하는 사람이 한 사람뿐이라는 데 있을 수 있다.

배려는 서로 주고받을 때 관계를 따뜻하게 만든다.

한쪽에서 계속 공급될 때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이해는 서로에게 가야 한다

나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말하고 싶었던 ‘차이를 이해하자’는 생각 자체에는 여전히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

사람은 모두 자신이 사랑받고 싶은 방식으로 상대를 사랑하려 하기 쉽다.

내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을 사랑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상대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혼자 정리할 시간을 존중받고 싶기 때문에 상대에게도 똑같이 하는 것이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그 이해에는 방향이 두 개 있어야 한다.

여자가 남자가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을 이해한다면, 남자 역시 기다리는 여자가 느끼는 불안을 이해해야 한다.

남자가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여자가 이해한다면, 남자 역시 아무런 표현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외로운지를 이해해야 한다.

여자가 요구하는 방법을 돌아본다면, 남자도 상대의 요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인지 돌아봐야 한다.

한 사람만 상대의 언어를 배우는 관계는 오래 갈수록 힘들어진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쓴다면 둘 다 조금씩 상대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좋은 관계는 상대의 사용설명서를 외우는 일이 아니다

연애를 하면서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 사람이 힘들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무엇을 서운해하는지, 혼자 있을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아가는 것도 사랑의 일부다.

하지만 나는 그 과정에서 자신까지 잊지는 않았으면 한다.

“어떻게 말해야 이 사람이 화를 안 낼까?”

를 계속 생각하고 있다면,

“이 사람은 내가 서운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인가?”

도 물어볼 필요가 있다.

“얼마나 기다려야 돌아올까?”

를 고민하고 있다면,

“나는 이런 기다림이 반복되는 관계를 원하는가?”

도 생각해봐야 한다.

“회피형은 어떻게 대해줘야 해?”

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지?”

도 같이 물어야 한다.

나는 아마 이것이 지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다시 읽으며 가장 크게 달라진 생각일 것이다.

예전에는 서로 다르니 더 많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이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제는 묻는다.

누가 누구를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이해를 위해 누가 계속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뒤로 미루고 있는가.

남자를 이해하는 좋은 여자가 되는 것이 사랑의 목표는 아니다.

여자 마음을 완벽하게 읽어내는 좋은 남자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원하는 관계는 한쪽이 다른 쪽을 잘 다루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말할 수 있고 그 말이 둘 사이에서 제대로 다뤄지는 관계에 더 가깝다.

차이를 이해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차이 때문에 생기는 모든 부담을 한 사람이 떠맡을 필요는 없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다음 마지막 이야기, 남자는 화성에서 오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관계를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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