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106] 비범과 범속 사이에서, 내가 그리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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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의 Artist Life_Story #106] 비범과 범속 사이에서, 내가 그리는 행복

문화매거진 2026-08-27 12:48: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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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강연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양평 이함캠퍼스에서 열린 인문학 강연에 다녀왔다. 서울대학교 김성희 교수의 강연 제목은 ‘비범과 범속’이었다. 처음에는 동양미술에 관한 학술적인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강연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내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던 것은 그림의 기법이 아니라 ‘사람은 무엇을 바라며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이었다.

강연에서는 수묵화와 민화를 대비해 이야기했다. 수묵문화가 추구했던 세계는 욕망을 절제하고 자신을 수양하며 평담한 삶을 지향하는 비범의 세계였다. 반면 민화는 부귀공명과 입신양명, 수명장수처럼 인간이 품고 있는 소망을 화려한 색채로 표현한 범속의 세계였다.

▲ 강연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강연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우리는 흔히 수묵화를 더 고상한 예술로, 민화를 조금은 대중적인 그림으로 구분하곤 한다. 하지만 김성희 교수는 그 둘을 우열의 관계로 설명하지 않았다. 두 그림 모두 결국은 인간의 삶을 향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욕망을 담아낸 결과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그 설명을 듣는 순간 내 작업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나는 오랫동안 ‘행복’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판다곰 ‘몽다’와 ‘거복이’, ‘다몽이’, 그리고 세잎클로버와 무지개는 모두 행복과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내 작품을 보며 “행복한 그림이네요”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너무 가볍게 소비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번 강연을 들으며 문득 깨달았다. 행복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 역시 민화가 품었던 소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민화 속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었고, 오래 살고 싶었으며, 가족이 건강하기를 바랐다. 그것은 욕심이라기보다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을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바람이었다. 나 역시 작품 속에 건강을 담고, 꿈을 담고, 행복을 담는 이유는 누군가의 삶이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결국 시대는 달라졌지만 사람의 마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 강연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 강연 관련 이미지 / 사진: 정혜련 제공


강연 후반부에는 김성희 교수의 작품 세계인 ‘Constellation Links(별 난 이야기)’가 소개되었다. 화면을 가득 메운 수많은 작은 선들은 처음에는 무질서해 보였지만, 어느 순간 하나의 나무가 되고, 하나의 얼굴이 되고, 하나의 우주가 되었다. 별 하나보다 별과 별 사이의 연결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참 인상 깊었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내 모습을 떠올렸다. 작품 하나는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작은 선 하나, 색 하나, 캐릭터 하나가 모이고, 전시 하나와 교육 하나, 사람들과의 만남 하나가 쌓이면서 지금의 나를 만든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거창한 사건 하나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하루와 작은 관계들이 연결되면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비범’이라는 단어는 특별한 사람들만의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강연을 듣고 난 뒤에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비범함은 특별한 재능보다 평범한 일상을 오래 지켜내는 힘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범속한 삶 속에서도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며 그림을 그리는 일은 충분히 가치 있는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 

나는 앞으로도 행복을 그릴 것이다. 화려한 민화처럼 사람들의 소망을 담고, 수묵화처럼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함께 품으면서. 비범과 범속은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한 사람의 삶 안에서 함께 존재하는 두 얼굴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예술도 그렇다. 

특별한 작품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평범한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일. 나는 오늘도 그 작은 연결 하나를 그리기 위해 붓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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