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고무줄이다”라는 말이 여자에게 가르친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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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고무줄이다”라는 말이 여자에게 가르친 기다림

나만아는상담소 2026-08-27 03:23: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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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고무줄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는 남자를 고무줄에 비유하는 대목이 있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가까워졌다가 어느 정도 친밀감이 깊어지면 갑자기 거리를 두고, 충분히 멀어진 뒤에는 다시 돌아온다는 설명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그다지 이상하게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연애를 꽤 잘 설명한 비유처럼 보였다.

실제로 사람은 연애를 한다고 해서 계속 같은 거리를 유지하지 않는다. 어느 날은 가까이 있고 싶고, 어느 날은 혼자 있고 싶다. 일이 힘들거나 머릿속이 복잡하면 연인에게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들기도 한다.

그러니 남자가 잠시 혼자 있고 싶어 한다는 말 자체를 문제라고 할 생각은 없다.

내가 지금 다시 이 이야기를 보며 생각하게 되는 것은 다른 부분이다.

남자가 고무줄처럼 멀어질 수 있다는 설명 뒤에는 자연스럽게 이런 조언이 따라온다.

그를 붙잡지 말 것.

쫓아가지 말 것.

시간을 줄 것.

그리고 기다릴 것.

남자는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람으로 설명되는데, 여자는 그동안 그 자리에 남아 있어야 하는 사람처럼 그려진다.

나는 이제 고무줄보다 그 기다림이 더 눈에 들어온다.

그가 달라졌는데, 왜 내가 잘못했는지부터 생각할까

연애 초반에는 정말 잘해주던 사람이 있다.

아침에 먼저 연락하고, 퇴근할 때면 보고 싶다고 했다. 다음 만남은 언제 할지 먼저 물었고, 당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기억했다.

그랬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조금씩 달라진다.

답장이 늦어진다.

약속을 잡는 것도 예전 같지 않다.

대화가 짧아진다.

예전에는 당신이 서운하다고 하면 왜 그런지 물었는데 이제는 피곤하다며 대화를 끝내려고 한다.

이럴 때 대부분은 변화를 알아차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다음 질문은 상대를 향하지 않는다.

“왜 달라졌지?”보다 먼저,

“내가 너무 가까이 갔나?”

“내가 연락을 너무 많이 했나?”

“내가 부담을 줬나?”

자신을 돌아본다.

물론 연애에서 자기 행동을 돌아보는 것은 필요하다. 문제는 상대가 관계에서 거리를 만들었는데 그 거리를 만든 이유까지 내가 대신 찾기 시작할 때다.

고무줄이라는 설명을 믿으면 이 과정이 조금 더 쉬워진다.

남자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가까워지면 멀어지고 싶어 하니까.

내가 가만히 있으면 다시 돌아올 테니까.

그러면 그 사람이 왜 달라졌는지 묻는 대신 내가 얼마나 잘 기다릴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보고 싶어도 연락하지 않는다.

서운해도 말하지 않는다.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지만 부담스러워할까 봐 참는다.

그러다 그가 다시 다정해지면 안도한다.

“역시 마음이 식었던 건 아니었어.”

하지만 여기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그 사람이 돌아온 것은 맞다.

그렇다면 이전에 멀어졌던 문제도 해결된 걸까.

계속 차가운 사람보다 가끔 다정한 사람이 더 어렵다

사람을 정말 힘들게 만드는 관계는 계속 나쁜 관계만은 아니다.

계속 무시하고, 계속 연락하지 않고, 계속 차갑다면 어느 순간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 사람은 나에게 마음이 없구나.”

아프지만 적어도 상황은 분명하다.

그런데 어제까지 차갑던 사람이 오늘 갑자기 다정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며칠 동안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보고 싶다고 한다.

나를 밀어냈다가 다시 사랑한다고 말한다.

헤어지자고 했다가 며칠 뒤 술을 마시고 연락한다.

차가웠던 시간은 길었는데, 다시 따뜻해진 짧은 시간에 마음이 훨씬 크게 흔들린다.

그동안 너무 기다렸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구나.”

“그때의 모습이 진짜였던 거야.”

“조금만 더 기다리면 다시 좋아질 수 있겠어.”

그래서 다시 기대한다.

이런 관계를 이해할 때 함께 알아둘 만한 개념이 ‘간헐적 강화’다.

보상이 늘 같은 때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 받을지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주어지면 오히려 더 쉽게 그 보상에 매달리게 될 수 있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늘 다정한 사람의 다정함보다, 한동안 차갑다가 갑자기 돌아온 사람의 다정함이 훨씬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남자가 잠시 거리를 두었다가 돌아오는 모든 행동을 간헐적 강화라고 부를 수는 없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상대를 조종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만 관계가 반복해서 당신을 불안하게 만들고, 그 사람이 가끔 보여주는 다정함 때문에 다시 버틸 힘을 얻고 있다면 그 패턴 자체는 한번 볼 필요가 있다.

참고 칼럼: 간헐적 강화(Intermittent Reinforcement): 연애의 영향

다시 연락했다는 사실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붙인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꽤 많이 듣는다.

“그래도 다시 연락이 왔어요.”

그 말 뒤에는 반가움보다 안도감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혹시 정말 끝난 것은 아닐까.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다른 사람이 생긴 것은 아닐까.

며칠 동안 이런 생각을 하다가 연락 한 통을 받으면 그동안의 불안이 한꺼번에 풀린다.

그러면 상대가 왜 연락을 끊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보고 싶었어.”

그 말 한마디면 된다.

지난 며칠 동안 무엇을 생각했는지, 왜 설명 없이 연락을 끊었는지, 앞으로도 갈등이 생길 때마다 이렇게 사라질 것인지 묻고 싶었지만 다시 관계가 틀어질까 봐 입을 닫는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연애를 시작한다.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로.

조금 지나면 같은 일이 다시 생긴다.

이번에도 그는 멀어진다.

당신은 또 기다린다.

다시 연락이 온다.

다시 안도한다.

몇 번 반복되고 나면 서로 말로 약속한 적도 없는 규칙이 생긴다.

불편하면 그는 떠날 수 있다.

관계를 계속하고 싶다면 당신이 기다려야 한다.

나는 이걸 사랑이라고 부르기 전에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규칙이 만들어졌는지를 먼저 보고 싶다.

회피형이라는 말을 알고 더 오래 기다리기도 한다

예전에는 ‘남자는 고무줄과 같다’고 설명했다면, 요즘에는 비슷한 상황에서 ‘회피형’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상대가 가까워졌다 멀어지고, 감정 이야기를 피하고, 갈등이 생기면 연락을 끊는다.

왜 그런지 몰랐던 사람에게 ‘회피형 애착’이라는 이름은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적어도 모든 원인을 자신의 부족함에서 찾지는 않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매력이 없어서 그런 줄 알았어요.”

“제가 잘못해서 자꾸 멀어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회피형이라는 개념을 알고 나서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상대를 이해하게 된 것이 아니라 상대를 기다리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회피형에게는 먼저 연락하면 안 된다.

감정을 요구하면 안 된다.

혼자 있을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압박하면 더 멀어진다.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회피형에 관한 글을 하나씩 찾아 읽다 보면 어느새 질문이 바뀌어 있다.

“나는 왜 이런 관계에 계속 머물고 있을까?”가 아니라

“회피형 남자를 어떻게 해야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

가 된다.

나는 이름을 붙이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름이 없던 경험에 이름이 생기면 자신이 겪은 일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름을 붙이는 목적은 상대를 더 오래 참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관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분명하게 보기 위해서다.

회피형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면 이제는 그 사람의 행동만 공부할 것이 아니라 내 모습도 같이 봐야 한다.

그가 멀어질 때마다 내가 얼마나 불안해지는지.

그 불안을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인지.

내가 원하는 관계의 기준을 말하면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것까지 함께 봐야 이름을 붙인 의미가 생긴다.

참고 칼럼: 회피형 특징, 연애와 이별 그리고 원인

혼자 있고 싶은 사람도 관계에 대한 책임은 있다

누군가에게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은 잘못이 아니다.

가까운 관계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감정을 바로 말하기 어려워 며칠 정도 생각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성향을 모두 문제라고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연애를 한다면 나의 성향 때문에 상대가 어떤 경험을 하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나 지금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며칠 정도 혼자 있고 싶은데 너에 대한 마음이 변한 건 아니야.”

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시 대화하기로 했다면 돌아와서 이야기해야 한다.

건강한 거리두기와 관계 회피의 차이는 생각보다 이런 작은 곳에서 드러난다.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은 관계를 잠시 멈출 수 있다.

하지만 상대를 관계 밖에 버려둘 필요까지는 없다.

반대로 아무런 설명 없이 사라지고, 자신이 마음이 편해진 뒤 다시 나타나면서도 상대가 겪은 감정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원래 그런 성향’이라는 말만으로 넘어가기는 어렵다.

“나는 원래 연락 잘 안 해.”

“나는 싸우면 말하기 싫어.”

“압박하면 더 멀어져.”

이런 말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설명이 계속되는 동안 아무 변화도 없다면 상대는 결국 한 가지 선택만 남게 된다.

그 사람에게 적응하는 것.

연애는 그런 방식으로만 유지될 필요가 없다.

여자는 왜 계속 돌아올 자리에 있어야 했을까

나는 고무줄이라는 비유를 다시 생각하며 이 질문이 가장 오래 남았다.

남자가 멀어지고 싶을 수 있다.

그런 사람도 있다.

그런데 왜 여자는 그 고무줄이 돌아올 자리에 계속 서 있어야 할까.

여자에게도 거리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상대에게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나는 아무 말 없이 연락을 끊는 관계는 힘들어.”

라고 말할 수 있다.

“시간이 필요한 것은 이해하지만 언제쯤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지는 알려줬으면 좋겠어.”

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그리고 상대가 그 요구를 계속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나 역시 이 관계를 계속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여기에는 누가 나쁘다는 결론부터 필요하지 않다.

그가 혼자 있고 싶은 사람이듯, 나에게도 관계에서 필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연애에서 차이를 이해한다는 말은 한 사람의 특성에 다른 사람이 맞추라는 뜻이 아니다.

둘이 다르다면 둘 다 움직여야 한다.

한 사람만 계속 이해하고, 참아주고, 기다려야 한다면 그것은 차이를 조율하는 관계와는 조금 다르다.

돌아왔느냐보다 돌아와서 무엇을 했는지를 보자

헤어진 사람이 다시 연락했다.

잠수했던 사람이 돌아왔다.

몇 주 동안 무심했던 사람이 갑자기 예전처럼 다정해졌다.

그럴 때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는 어렵다.

“그래도 나를 사랑하니까 돌아온 거 아닐까?”

그럴 수도 있다.

정말 사랑해서 돌아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돌아오는 이유는 사랑 하나뿐이 아니다.

외로울 수도 있다.

익숙한 사람이 그리울 수도 있다.

새로운 관계가 잘되지 않아 이전 연인이 생각날 수도 있다.

힘든 일이 생겨 자신을 가장 편하게 받아주던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래서 돌아왔다는 사실만 가지고 관계의 의미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 이후를 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왜 멀어졌는지 설명하는가.

당신이 그동안 겪은 감정을 들으려 하는가.

자신의 행동이 미친 영향을 인정하는가.

다음에는 어떻게 다르게 해볼지 이야기할 수 있는가.

이런 과정이 있다면 두 사람은 이전과 다른 관계를 만들어볼 수 있다.

그런데 그냥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다시 만났으니 지난 이야기는 하지 말자며 넘어간다면 관계는 다시 시작되었을 뿐이다.

회복된 것은 아니다.

나는 예전에는 ‘남자는 고무줄과 같다’는 말을 꽤 재미있는 비유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읽는다.

누군가 멀어졌다 다시 돌아오는 현상만 설명한다면 꽤 그럴듯한 말이다.

하지만 그 비유가 한쪽에게 기다림을 당연한 역할처럼 가르친다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당신은 그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서 있어야 하는 자리가 아니다.

기다릴 수도 있고, 기다리지 않을 수도 있다.

돌아온 사람을 받아줄 수도 있고, 같은 일이 반복될 것 같다면 관계를 끝낼 수도 있다.

무엇보다 고무줄이 얼마나 멀리 늘어났다가 돌아오는지를 계속 바라보느라 자신을 잊지는 않았으면 한다.

그가 멀어질 때마다 나는 얼마나 불안해졌는지.

그가 돌아왔다는 이유만으로 전에 받았던 상처를 덮고 있지는 않은지.

연애가 오래될수록 나는 더 편안해지고 있는지, 아니면 그 사람이 다시 멀어질까 봐 더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

사랑에는 기다림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기다리는 역할을 맡아야 하는 사람은 없다.

By. 나만 아는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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