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도심 주택공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다시 마주 앉았으나, 핵심 쟁점인 입지 선정과 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양측은 후속 실무 협의를 이어가며 절충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양측 모두 조속한 공급을 공언했지만, 세부 후보지 지정과 행정 권한 배분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며 실수요자가 체감하는 공급 착수 시점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만남도 합의 불발…공급 해법 절충 가능성 남겨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2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비공개 회동을 열고 서울 도심 주택공급 대책을 협의했다. 지난 20일 1차 회동에 이어 일주일 만에 다시 마주했으나, 핵심 의제인 용산공원 부지 활용안에 대해서는 종전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김 장관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용산공원 관련) 의견 접근은 안 되고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가 추가 지정할 7만3000가구 규모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대상지는 경기도 일대로 한정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하며 용산공원이 해당 물량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오 시장 역시 용산공원 내 주택 건립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협의 진척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덧붙였다. 오 시장은 “오늘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지만, 여러 부분에서 의견이 좁혀지고 있어 희망적”이라며 “다음 주쯤 다시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한 일괄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조만간 추가 회동을 진행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향후 협의에서는 용산공원을 대체할 신규 부지와 민간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포함한 종합 절충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대체부지로 떠오른 ‘탄천’…용산 갈등 돌파구 될까
용산공원 개발을 둘러싼 평행선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대체 카드로 공식 제안했다. 특정 부지의 단순 맞교환을 넘어 용산공원 보존과 도심 공급 확대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조치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제시한 탄천물재생센터 활용안의 타당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시설 지하화 및 이전 절차, 주민 의견 수렴 등 실제 착공까지 선결 과제가 남아있다. 오 시장은 부지 인근 악취 우려에 대해 “냄새가 좀 나긴 난다. 그런데 옮기는 걸 전제로 한 협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단기 공급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오 시장은 “용산공원에 (주택을) 지으면 이 정부 내에 착공이 가능한가? 저는 되묻고 싶다”며 “시의적으로 맞지 않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용산공원은 법 개정과 반대 여론, 토지오염, 국방부 관련 문제 등 현실적인 제약이 적지 않다”며 “주택 공급이 시급한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은 부지를 고집하기보다 서울시가 협조할 수 있는 대체 부지를 중심으로 공급을 추진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자치구 권한 늘리면 빨라질까…“과도한 권한 집중 우려”
당정이 추진 중인 ‘500가구 이하 정비사업 인허가 권한의 자치구 이양’ 방안도 주요 쟁점이다. 소규모 재개발·재건축 인허가를 25개 구청에 분산해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지만, 자치구별 행정 편차와 난개발 위험이 상존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전체를 조망하는 통합적 도시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며 “이미 정비사업 상당수 절차가 자치구 권한인 상황에서 권한을 더 집중시키면 구청장에 따라 판단과 사업 추진 속도 차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문래동 준공업지역도 겉으로 보면 낡은 공장과 저층 건물을 밀고 주택을 지으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수십 년간 형성된 산업클러스터이자 근로자들의 생활권”이라며 “이들을 내보내더라도 수도권에서 마땅히 옮겨갈 곳을 찾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인만 소장 역시 “정비사업 절차의 상당 부분이 이미 구청장 권한인데 여기에 추가로 권한을 넘기면 오히려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며 “자치구별 행정 역량과 구청장 성향에 따라 사업 추진 속도의 편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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