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청년층을 중심으로 목욕탕과 사우나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집 근처 목욕탕에서 간단히 씻고 나오는 데 그치지 않고 퇴근 후 사우나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거나 주말이면 몇 시간씩 이동해 유명 목욕탕을 일부러 찾아가는 이른바 '원정 사우나'까지 등장하는 모습이다. 과거 중·장년층의 생활편의시설로 여겨졌던 목욕탕이 2030세대의 새로운 여가·취미 공간으로 재평가되면서 목욕을 마친 뒤 인근 식당과 카페를 찾는 소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사우나 자체가 방문 목적지가 되고 주변 상권까지 하나의 여가 동선으로 묶이는 새로운 소비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퇴사'부터 '원정 사우나'까지…2030 홀린 목욕탕 열풍
청년층의 목욕탕 열풍에는 사우나 전문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12만4000명을 보유한 '고독한사우너'는 전국의 목욕탕과 찜질방을 소개하며 청년층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사우나 전문 크리에이터다. '내 돈 주고 흘린 땀만 리뷰합니다'라는 이른바 '내돈내땀' 콘셉트를 앞세워 혼자 조용히 사우나를 즐기는 감성과 이용법을 꾸준히 소개하면서 젊은 세대의 목욕 문화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목욕탕과 사우나를 직접 방문해 소개하는 '고독한 사우너'가 인기를 끌면서 이 계정에 소개된 목욕탕을 직접 찾아가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기존 목욕·사우나 애호가뿐만 아니라 그동안 낡고 오래된 시설이라는 인식이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목욕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방문을 꺼렸던 청년층까지 새롭게 유입되면서 목욕탕을 즐기는 문화가 젊은 세대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인기는 목욕가방과 목욕용품 등 관련 제품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SNS에서도 목욕탕에 대한 관심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목욕탕'을 검색하면 약 9만개의 게시물이 확인된다. '#사우나' 관련 게시물은 약 18만6000개에 달하며 목욕용품을 뜻하는 '#목욕템' 역시 5000개가 넘는다. 목욕탕 방문 후기뿐 아니라 시설별 특징과 준비물, 이용 순서 등을 공유하는 콘텐츠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박혜진 씨(29·여)는 "어릴 때는 엄마와 함께 사우나에 가는 것을 즐겼지만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자연스럽게 목욕탕을 찾지 않게 된 것 같다"며 "단순히 엄마와 같이 다니는 게 불편했다기보다는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옷을 벗고 같은 탕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우연히 '고독한 사우너' 계정을 접한 뒤 다양한 목욕탕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보다 보니 조금씩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후 목욕가방이나 목욕용품까지 따로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사우나에 대한 거부감은 줄고 오히려 하나의 취미처럼 즐기게 됐다"고 덧붙였다.
목욕탕을 새로운 취미로 즐기는 청년들이 늘면서 이들 사이에서는 '퇴사(퇴근 후 사우나)'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퇴근 후 가까운 목욕탕을 찾아 하루의 피로를 푸는 것은 물론 주말이면 집에서 몇 시간이 걸리는 목욕탕까지 일부러 찾아가는 이른바 '원정 사우나'를 즐기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사우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신의 방문 기록을 남기고 다른 이용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지도까지 등장하는가 하면 함께 사우나를 즐기거나 방문 후기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우나 커뮤니티인 '먼데이 사우나'는 회원 수가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개인적으로 목욕탕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우나 햇(사우나에서 머리가 상하지 않도록 쓰는 모자), 내·외기욕 루틴, 시설별 특징 등 이용 정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하나의 취미문화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문화에서는 유명하거나 최신 시설을 갖춘 목욕탕만 주목받는 게 아니라 오래된 타일과 독특한 탕 구성, 지역 주민들이 오랫동안 이용해 온 분위기 등 각 목욕탕만의 개성이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과거에는 시설 노후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요소가 오히려 청년층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나 이색적인 감성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인생 사우나' 찾아 원정까지…목욕 후엔 카페·맛집으로 발길
과거 목욕탕이 동네 주민들이 씻거나 피로를 풀기 위해 찾는 생활편의시설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청년층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찾아가는 여가·취미 공간으로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특정 목욕탕 자체가 방문 목적지가 되면서 목욕을 마친 이용객들의 발길이 주변 식당과 카페 등으로 이어지는 등 인근 상권에도 새로운 방문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양재천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고독한 사우너'뿐만 아니라 또 다른 사우나 인플루언서 '빵야사우나'도 서울 지역 찜질방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내놓은 곳이다. 2000년대 초반 문을 연 이후 꾸준한 리모델링을 거치며 현재까지도 사우나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방문객들 역시 오래된 시설임에도 내부 관리 상태가 뛰어나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르데스크가 일요일 오후 현장을 찾았을 당시에는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해당 사우나를 이용하기 위해 대중교통으로 40분 넘게 이동해 온 방문객도 만날 수 있었다. 사우나 앞에서는 개인 목욕가방과 목욕용품을 챙겨 입장하는 젊은 여성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별다른 짐 없이 칫솔 등 간단한 목욕용품만 챙겨 방문하는 젊은 남성들도 있었다. 이들은 인근에서 운동을 마친 뒤 목욕탕을 찾았으며 목욕을 마친 이후에는 주변 식당으로 이동해 식사까지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지향 씨(32·여)는 "원래 목욕을 자주 다니는 편이었지만 예전에는 집 앞에 있는 목욕탕만 갔는데 인스타그램에서 이곳을 본 뒤 몇 차례 찾아오게 됐다"며 "목욕 자체가 생각보다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은 취미라 꼭 찜질방까지 이용하지 않고 목욕만 즐겨도 충분히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씨는 "몇 번 방문하다 보니 목욕을 마치고 근처 식당에서 순댓국을 먹고 집에 가는 게 나름의 주말 루틴이 됐다"며 "항상 순댓국을 먹는 것은 아니고 주변에서 브런치를 먹거나 카페거리에 들러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단순히 목욕탕만 다녀오는 게 아니라 목욕을 중심으로 주변에서 식사나 카페까지 함께 즐기는 것 자체가 하나의 주말 일정이 됐다"고 덧붙였다.
친구들과 함께 사우나를 찾은 주현성 씨(24·남)는 "아침부터 친구들과 인근에서 운동을 한 뒤 씻기 위해 왔다"며 "따로 챙겨온 짐은 거의 없고 목욕을 마친 뒤에는 주변에서 친구들과 밥을 먹고 술도 한잔한 뒤 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서 해당 사우나를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은 100개 미만에 불과하지만 개별 콘텐츠의 확산력은 높은 편이다. 실제 이곳을 소개한 일부 릴스는 각각 4만1000회, 18만9000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좋아요 역시 2500개 이상을 기록한 게은 관심이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양재동에 위치한 이곳에서 목욕을 즐긴 뒤 함께 방문하기 좋은 곳으로는 인근 양재천과 양재역 일대 상권이 꼽힌다. 인스타그램에서 '#양재천'과 '#양재역'을 검색하면 각각 29만1000개, 13만개 이상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SNS에서도 방문 수요가 높은 지역이다. '#양재천카페'와 '#양재천맛집' 관련 게시물은 각각 5만3000개, 4만2000개 이상으로 나타났다. 양재역 일대 역시 '#양재역카페'는 2만1000개, '#양재역맛집'은 약 7만개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삼성역 인근에서도 사우나 애호가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곳을 찾아볼 수 있다. 삼성역 2번 출구 인근 KT&G 사옥에 위치한 이곳은 임직원 복지시설로 운영되던 사우나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사우나뿐만 아니라 골프와 헬스, 필라테스 등을 한 공간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복합 스포츠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의 대표적인 시설은 이벤트탕으로 운영되는 '홍삼탕'이다. 내부에 들어서면 진한 홍삼 향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사우나와 차별화된 특징을 갖추고 있다. 실제 이용객들의 후기를 살펴봐도 홍삼탕을 이곳의 장점으로 꼽는 평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전부터 임직원 복지시설로 활용됐던 만큼 샴푸와 린스 등 기본적인 어메니티도 마련돼 있어 별도의 목욕용품을 챙기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짐을 따로 챙기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퇴근 후 방문하기 편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근 주민과 이용객들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대와 맞물리는 평일 아침과 저녁에는 이용객이 몰리는 반면 주말이나 평일 점심시간에는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역 인근이라는 입지 특성상 주변 직장인뿐만 아니라 청담동과 삼성동 등 인근 지역에서 일부러 시간을 내 찾아오는 중·장년층 이용객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10년 넘게 해당 사우나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힌 박희문 씨(69·여)는 "사우나 안에는 젊은 사람부터 나이가 많은 사람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이용하고 있다"며 "일요일에는 운영하지 않는다는 점이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평일에는 오전보다 오후 시간대에 방문하면 이용객이 비교적 적고 오히려 주말이 평일보다 한적해 더욱 여유롭게 목욕을 즐길 수 있다"며 "목욕을 마치고 나면 주로 삼성역 주변 식당으로 이동해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에 청국장이나 해장국 등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 많아 목욕과 식사를 함께 즐기고 돌아가기 좋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우나 이용객들의 소비는 코엑스 등 삼성역을 대표하는 대형 상업시설보다 목욕탕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가까운 상권으로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이용객 상당수는 목욕을 마친 뒤 멀리 이동하기보다 도보 10분 안팎에 위치한 식당에서 식사한 뒤 귀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인근 상인들도 체감하고 있었다. 사우나 인근의 한 식당 관계자는 "평일에는 주변 직장인이나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편인데 주말에는 목욕을 마치고 곧바로 식사를 하러 오는 듯한 손님들도 종종 보인다"며 "얼굴이나 피부가 목욕을 막 마친 것처럼 유독 반들반들하거나 목욕 바구니를 들고 오는 손님들도 있어 사우나에 다녀왔다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이러한 이용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사우나를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은 약 500개로 많지 않은 편이지만 방문 후기에서는 '평일보다 주말이 더 한적하다'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일부 게시물에서는 사우나 이용 후기와 함께 목욕을 마친 뒤 방문한 식당이나 카페 등을 소개하며 주변 상권까지 하나의 동선으로 묶어 소개하고 있다.
삼성역 일대 식당과 카페에 대한 SNS 관심도 높은 편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삼성역맛집'을 검색하면 약 14만3000개 이상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으며 '#삼성역카페' 역시 3만2000개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사우나를 목적으로 삼성역을 찾더라도 목욕만 하고 돌아가기보다 식사나 카페 방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주변 상권이 이미 형성돼 있는 셈이다.
중곡역 인근에도 최근 유명 사우나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소개되며 입소문을 타고 있는 목욕탕이 있다. 이곳은 과거 건물 5층 전체를 사용할 정도로 규모가 컸고 인근 주민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온 동네 목욕탕이다. 코로나19 시기 정부의 영업 제한 등의 여파로 찜질방은 폐업했으며 현재는 사우나만 운영하고 있다.
오랫동안 이곳을 이용해 온 주민들은 최근 외부에서 찾아오는 이용객이 늘며 갑작스럽게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상황을 오히려 낯설어하는 모습이었다. 주민들에게는 수십 년간 이용해 온 평범한 동네 목욕탕이지만 SNS에서는 사우나 인플루언서들의 소개를 계기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진석 씨(58·남)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종종 찾던 곳인데 요즘 갑자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하니 어색하기도 하다"며 "코로나 당시 정부 방침에 따라 잠시 문을 닫았던 적도 있는 곳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다시 문을 열었을 때는 찜질방이 사라지고 목욕탕만 운영하고 있었다"며 "아이들이 어릴 때 찜질방에서 함께 놀았던 기억이 있어 아쉽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이곳은 최근 문을 연 대형 사우나처럼 세련되고 깔끔한 시설을 내세우는 곳은 아니다. 오히려 오래된 타일과 목욕탕 특유의 분위기 등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 방문해봤을 법한 전형적인 동네 목욕탕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는 이러한 오래된 분위기 자체가 새로운 매력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과거 주민들의 생활공간이었던 동네 목욕탕이 외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공간으로 재발견되고 있다.
또한 해당 목욕탕은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어 바로 주변에는 외부 방문객들이 함께 찾을 만한 식당이나 카페가 많지 않다. 이에 목욕을 마친 방문객들은 버스를 타고 인근 시장이나 상권으로 이동해 식사까지 함께 즐기는 모습이다. 특히 '고독한 사우너'가 목욕탕과 함께 방문하기 좋은 곳으로 소개한 버스 한 정거장 거리의 오리탕집은 사우나 이용객들 사이에서 일종의 '연계 코스'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SNS에 올라온 방문객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목욕을 마친 뒤 중곡역 인근 로스터리 카페를 찾거나 전통시장으로 이동해 식사와 장보기를 함께 즐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인근 아차산에서 등산을 마친 뒤 사우나를 찾는 이용객들도 있었다. 목욕탕 바로 앞에 대규모 상권이 형성돼 있지는 않지만 사우나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까지 방문 동선이 확장되는 모습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중곡역'을 검색하면 약 2만4000개의 게시물이 확인된다. 인근 상권과 관련된 게시물도 적지 않다. '#중곡역맛집'과 '#중곡역카페'는 각각 5000개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으며 음식점부터 로스터리 카페까지 다양한 장소가 소개되고 있다. 사우나를 목적으로 중곡동을 찾은 외부 방문객들이 목욕만 마치고 돌아가기보다 식사와 카페 방문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주변 상권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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