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두경우 전문위원] 코스닥 상장사 아이크래프트(052460) 주가가 6주 사이 큰 폭으로 올랐다. 7월 9일 3200원이던 주가는 8월 18일 한국거래소가 15거래일 전 대비 종가가 100% 이상 올랐다는 이유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한 뒤에도 계속 올라, 8월 20일 장중 861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조정을 거쳐 25일 5580원에 마감했다. 장중 고점보다는 35.2% 낮지만, 7월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74.4% 높은 수준이다.
주가를 끌어올린 호재는 명확하다. 6~7월 아이크래프트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주관 정부 AI 데이터센터 사업과 관련해 5건, 합계 2659억 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잇달아 공시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2065억 원)을 웃도는 대규모 수주다.
8월 10일에는 자사주 100만 주(발행주식의 6.85%) 소각과 배당 확대를 예고하는 공정공시도 나왔다. 다만 최근 수주가 반영되기 전인 2026년 상반기 실적은 이러한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27억 9100만 원으로, 전년 동기(23억 5800만 원)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적자 확대, 속사정은
아이크래프트는 계약 체결이나 납품 시점이 아니라 고객사 검수가 완료된 때에 매출을 인식한다. 납품 이후에도 검수 절차가 남아 있어 계약 체결부터 매출 인식까지 시차가 발생한다. 이번 2659억 원 규모 계약 5건 중 4건은 7월에 체결됐고, 나머지 1건도 반기말을 약 2주 앞둔 6월 16일 계약이다. 그런 만큼 수주 성과의 본격적인 매출·이익 기여는 이후 분기 실적에서 확인해야 한다.
이 같은 시차는 기존 수주에서도 확인된다. 2025년 말 수주잔고로 잡혀 있던 네이버클라우드향 계약 2건(234억 4000만 원)을 보면, 이 가운데 최소 197억 6000만 원이 올해 상반기 중 매출로 전환됐다. 계약 체결 뒤 검수 일정에 맞춰 매출이 순차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다.
매출 인식 시점과는 별개로 손익을 보면 영업손실은 분기 기준으로 1분기 25억 원에서 2분기 2억 9000만 원으로 줄었다. 상반기 전체로는 매출원가율이 93.1%에서 89.3%로 낮아지며 매출총이익률이 6.9%에서 10.7%로 개선됐다. 매출총이익도 47억 9700만 원에서 60억 1400만 원으로 12억 1700만 원 늘었다. 매출총이익률만 보면 개선된 흐름이다.
그런데도 영업손실은 오히려 확대됐다. 원인은 판매관리비 증가다. 같은 기간 판관비는 16억 4900만 원 늘었고, 이 가운데 급여·상여금·퇴직급여·복리후생비 등 인건비성 비용 증가가 약 14억 원으로 85%가량을 차지했다. 판관비 증가폭이 매출총이익 증가폭(12억 1700만 원)을 웃돌면서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23억 5800만 원에서 27억 91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순손익이 적자로 돌아선 데에는 영업손실 확대보다 금융손익 악화의 영향이 더 컸다. 금융자산 평가와 외환손익 등을 포함한 금융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7억 원 악화됐다. 이에 따라 지배주주 순이익은 10억 5400만 원 흑자에서 36억 7100만 원 순손실로 전환했다.
수주 뒤에 남은 세 가지 리스크
매출 인식 시차를 고려하더라도 공시된 수주액이 향후 매출로 얼마나 반영될지는 계약 구조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2659억 원 가운데 약 41%(1100억 6000만 원)는 네이버클라우드와 직접 체결한 계약이 아니라 데이타솔루션·씨이랩·비엔아이엔씨를 계약상대방으로 한 물량이다.
이 물량 중 삼성SDS가 주계약자로 참여한 동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씨이랩(189330)·데이타솔루션(263800)과 연결된다. 복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SDS가 이 프로젝트의 주계약자를 맡아 두 회사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공급 계약을 맺었고, 아이크래프트는 이들과 별도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다층 공급망 구조라는 사실만으로 각 계약금액이 그대로 매출로 인식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계약별 권리·의무와 가격결정권, 재고위험 등에 따라 공시된 계약금액과 실제 회계상 매출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주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전자본 부담도 변수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재고자산 잔액은 전년 동기 161억 900만 원에서 258억 5400만 원으로 60.5% 늘었다. 반면 매출채권은 181억 4600만 원에서 129억 600만 원으로 28.9% 줄었다. 매입채무도 174억 9600만 원에서 189억 4200만 원으로 늘었지만,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의 합계에서 매입채무를 뺀 소요운전자본은 167억 5900만 원에서 198억 1800만 원으로 18.3%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71억 5100만 원 흑자에서 10억 5000만 원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부채비율(100.06% → 89.29%)과 차입금의존도(19.00% → 15.87%)는 오히려 낮아졌고, 단기차입금(79억 원)도 전년 동기(88억 9900만 원)보다 줄었다. 순차입금 역시 여전히 마이너스(순현금)를 유지하고 있지만, 순현금 규모는 40억 7800만 원에서 28억 7700만 원으로 줄면서 재무적 여유는 다소 축소됐다.
이런 가운데 회사는 7월 수입대금 결제를 위해 200억 원을 단기로 조달하기로 했다. 이는 당시 자기자본의 42.75%에 해당한다. 향후 실제 차입 집행 규모와 재고·매출채권 회수 흐름은 수주 이행에 따른 자금 부담을 가늠할 지표가 될 전망이다.
매출 전환 시점과 고객 구성 역시 지켜봐야 할 변수다. 5건의 계약기간은 일률적이지 않다. 네이버클라우드향 스위치·스토리지와 비엔아이엔씨향 베라루빈 공급계약은 2027년 3월 종료 예정인 반면, 데이타솔루션 및 씨이랩과 체결한 2건의 계약은 2031년 12월까지 이어진다. 계약별 기간이 크게 다른 만큼 수주액이 실제 매출로 전환되는 시점도 계약마다 달라질 수 있다.
최종 수요처 역시 네이버클라우드 및 삼성SDS 관련 물량의 비중이 커, 해당 사업이 종료된 이후 민간 수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가 실적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관건이다.
앞서간 주가, 밸류에이션은 아직 물음표
8월 25일 종가(5580원)와 6월 말 순자산을 기준으로 계산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94배다. 8월 20일 장중 고점(8610원) 대비로는 35.2% 낮아진 수준이지만, 여전히 순자산가치에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이 조정이 시장 전체 흐름과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840.89에서 827.15로 1.6% 내렸다. 다만 아이크래프트의 낙폭(종가 기준 27.9%)은 코스닥지수 하락폭보다 26.3%포인트 컸다. 시장 전반의 위험회피 심리도 일부 작용했겠지만, 수주 기대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인식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순이익의 변동성도 밸류에이션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아이크래프트는 상장주식을 포함한 장기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지분증권의 평가손익이 순손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2025년 상반기 32억 8000만 원이던 금융자산 평가이익이 2026년 상반기에는 20억 4000만 원 평가손실로 돌아섰고, 외환차손익도 수억 원대에서 등락했다. 본업과 무관한 투자자산의 시가 변동이 분기 손익을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의미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낮아지고 순현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이 같은 재무 여력이 지금의 사업 확장 속도를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수주 이행 과정에서 재고와 소요운전자본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자금 부담이 실제로 얼마나 커지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투자경고종목 지정 역시 단기 주가 급등에 따른 시장경보 조치라는 점에서 기업가치와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지정 해제 여부와 이후 주가 흐름은 단기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기업가치 판단의 핵심은 결국 계약 이행과 실적 전환이다.
주가 상승 과정에서 형성된 기대와 실제 사업 내용 사이에도 간극이 있다. 이번 랠리를 소개하며 일부 매체는 '엔비디아 GPU 납품' 수혜를 언급했지만, 계약의 실체는 GPU 자체보다 GPU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스토리지 인프라 공급에 가깝다.
회사가 증명해야 할 과제는
회사는 이제 실적으로 답해야 한다.
매출 인식 시차와 다층 공급망 구조 때문에, 외부에서 수주의 실제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크래프트가 시장의 신뢰를 더 높이려면 정보 공개의 폭과 시점을 더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우선 유지보수 매출로의 전환 규모와 시점을 구체적인 수치로 밝히고, 수주잔고와 진행률도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게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재무적으로는 판관비 증가 속도를 매출 성장 속도 이내로 관리해, 원가율 개선분이 실제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우선 과제다. 아울러 대형 수주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재고와 운전자본 부담이 계속 커지는 만큼 외부 차입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8월 31일은 거래소가 고지한 아이크래프트의 투자경고종목 지정 해제 여부 판단일이다. 단기적으로는 지정 해제 여부가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이후에는 수주가 실제 실적으로 이어지는 지가 주가 흐름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다가오는 3분기에는 최근 수주분의 매출 반영과 영업이익 개선 여부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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