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 서울 2026에서 선보이는 한국과 대만의 여섯 가지 작품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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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프 서울 2026에서 선보이는 한국과 대만의 여섯 가지 작품 세계

마리끌레르 2026-08-24 21:08:01 신고

한국의 작가와 대만의 작가들, 회화와 조각, 그리고 판화와 디지털까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작품 세계가 하나로 모입니다.

@themoolahart The Moolah Multi-Art Space 인스타그램

키아프 서울 2026, 한국과 대만이 함께 그리는 정체성의 지도

대만 타이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더 물라 멀티 아트 스페이스가 오는 9월 2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키아프 서울 2026’에서 기획전 ‘정체성의 교향곡: 자연, 문화와 이상 세계’를 선보입니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키아프 서울은 사단법인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 아트페어인데요. 올해의 주제는 바로 ‘공존(Coexistence)’. AI와 첨단 기술이 예술의 영역까지 파고드는 지금, 인간 본연의 감각과 생명력이 어떻게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더 물라 멀티 아트 스페이스가 이번에 선보이는 기획전 역시 이 화두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죠. 서로 다른 자연과 문화, 개인의 경험 속에서 정체성이 어떻게 계속 다시 쓰이는지를 들여다봅니다.

© The Moolah Multi-Art Space

네 가지 주제로 만나는 작가들의 시선

‘정체성의 교향’이라는 제목처럼, 이 전시는 여섯 명의 작가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그려낸 작품들이 한 공간 안에서 함께 어우러지도록 구성됩니다. 주제는 크게 네 갈래로 나뉘는데요. 오래된 역사적 상징이 지금의 시선으로 새롭게 읽히는 방식, 개인의 감각과 기억이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넓어지는 과정, 도시라는 공공의 공간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긴장과 상호작용, 그리고 상징적인 매체를 통해 정체성과 문화가 함께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는 시선까지. 흥미로운 지점은 이 네 갈래의 흐름이 특정 작가 한 명에게 머무르지 않고, 여섯 명의 작업 전체를 가로지르며 겹쳐진다는 것입니다. 한국 작가 정철규가 지역의 문화적 맥락과 이어지는 관점의 출발점을 마련한다면, 대만 작가들은 여기서부터 각자의 기억과 감각적 경험으로 확장해나가죠. 야오 루이중이 회화와 판화, 사진을 넘나들며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회적 풍경을 유머와 풍자로 다시 짚어내고, 황젠화가 디지털 이미지와 상징적인 장면으로 자연과 시선이 작동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것도 이 확장의 갈래에 속합니다. 여기에 샤오 추팡의 자유로운 선과 랴오 챠오하오의 종이 펄프 작업, 린이룽의 판화와 조각까지 더해지며, 서로 다른 지역과 매체에서 출발한 여섯 개의 이야기가 한 부스 안에서 자연스럽게 하나로 엮이게 되죠. 결국 이 전시가 말하는 ‘정체성’이란 한 사람만의 답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여섯 개의 질문이 겹쳐 놓일 때 비로소 보이는 형태에 가깝습니다.

Caring for Plants
Acrylic on Canvas
© The Moolah Multi-Art Space
Transcoder – The Secret About Curves
Digitally manipulated photograph on Hahnemühle Photo Rag Metallic
© The Moolah Multi-Art Space

아시아 도시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미술 지형

이 전시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대만과 한국이라는 서로 다른 지역적 경험이 시각적 언어로 번역된다는 데 있습니다. 습하고 생명력 짙은 섬 기후 속에서 살아온 대만 미술은 자연을 관조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감각적인 공간으로 받아들여왔습니다. 여기에 여러 시대를 거치며 쌓인 복합적인 역사와 민간 신앙, 도교적 도상, 전통 산수화가 더해지면서, 대만 작가들은 은유보다는 직관적이고 해학적인 방식으로 이런 요소들을 재구성해왔죠. 반면 급격한 산업화와 고밀도 도심을 거쳐온 한국은 결이 다릅니다. 한국 미술은 촘촘한 도시 안에서 개인이 느끼는 미세한 감정과 관계에 주목하며, 조선시대 문인화와 단색화에서 이어진 절제와 여백의 태도를 여전히 품고 있어요. 자연과 신화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대만의 감각과, 절제와 여백으로 감정을 눌러 담는 한국의 감각이 한 부스 안에서 나란히 놓인다는 것 자체가 이번 전시의 특별한 지점입니다. 이런 만남은 최근 아시아 미술 시장 전반에서 나타나는 변화와도 맞닿아 있는데요. 오랫동안 뉴욕과 파리, 런던 같은 서구 도시에 쏠려 있던 미술 담론의 무게중심이, 최근에는 최대 아트 허브였던 홍콩을 넘어 서울이나 타이베이,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도시들 쪽으로도 활발히 옮겨가고 있습니다. 대만의 신흥 갤러리가 서울의 아트페어로 직행해 하나의 부스 안에서 공동의 주제를 나누는 이번 전시 역시, 작품 소개나 판매를 넘어 아시아 작가들이 함께 담론을 만들어가는 이 흐름 위에 놓여 있고요.

Action
Acrylic on Canvas
© The Moolah Multi-Art Space

대만이라는 낯선 땅에서 쌓인 이야기들이 이번엔 서울이라는 무대를 만났습니다. 그동안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연과 도시, 기억을 그려온 두 나라의 작가들이 한 부스 안에서 처음으로 나란히 서게 된 셈인데요. 갤러리끼리의 교류를 넘어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펼쳐낸 작가들의 작업이 아시아의 미술 세계를 어떤 모습으로 확장시킬지, 그 다채로운 장면들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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