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신고 허위 종결되자 탐문·수색 경찰도 철수
휴대전화 꺼질 때까지 12시간 골든타임 놓쳐…104일만에 시신 발견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서부경찰서 경찰관이 전화 통화했다며 허위 종결 처리한 실종자로 추정되는 여성이 석 달 만에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제주경찰청은 24일 오전 10시 46분께 제주시 한림읍 인근에서 합동 수색 중 실종자 장미란(37) 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장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 15분께 숙소에서 나갔다. 함께 지내던 남성은 3일 뒤인 15일 오후 6시 43분께 112로 실종신고를 했다.
제주서부경찰서 A 경장은 최초 신고가 접수된 후 2시간 30여분 만에 신고자에게 '연락이 닿았다. 무사하다.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전하고, 사건을 종료했다.
그런데도 두 달이 넘도록 장씨와의 연락은 두절됐다.
기다리다 못한 신고자는 7월 17일 다시 112로 실종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기존 실종신고 기록 때문에 접수하지 못했다. 이틀 뒤인 19일에는 장씨의 친족 동생이 서울 노원경찰서를 찾아 실종신고를 했다.
그제야 경찰은 재수사를 시작했다. 수사 과정에서 A 경장이 실종프로파일링 시스템의 장씨 관련 관리목록을 삭제한 것을 확인했다.
또 장씨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조사한 결과 실종 신고 이후 A 경장을 비롯한 어떤 누구와도 통화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14일 A 경장을 직무 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뒤늦게 허위 보고 사실을 안 장씨의 가족은 이달 19일 실종자의 얼굴, 이름, 나이 등 특징과 사건 개요, 실종 장소 등이 적힌 '[제주]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홍보물을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실종자 찾기에 나섰다.
같은 날 실종자 허위 종결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제주경찰청은 21일 A 경장이 지난달 2일 해제 처리했던 실종자 B씨 사건이 장씨 사례와 마찬가지로 허위 종결된 사실도 확인했다. B씨 가족의 재수사 요청에 따라 B씨의 휴대전화를 추적, 하루 만인 22일 B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제주경찰청은 23일 A 경장을 직무 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동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제주경찰청은 이어 하루만인 이날 A 경장이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제주지법은 체포적부심사에서 "형사소송법상 긴급체포 요건인 '긴급성'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고 판단한다"며 석방을 명했다.
공교롭게도 A 경장에 대한 체포적부심이 시작되기 직전인 이날 오전 10시 46분께 장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조경수가 빽빽이 들어찬 한림읍의 한 밭에서 발견됐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장씨의 숙소에서 불과 10여분 거리에 있었지만, 시신은 육안으로 신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제주경찰청이 해경과 군, 민간의 도움을 받아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인지 5일 만이다.
결과론이지만 만약 A 경장이 허위로 종결하지 않고 실종자 수색이 제대로 진행됐다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가시지 않는다.
제주서부경찰서 한림파출소는 첫 번째 실종신고가 접수되자 신고자를 만나 상황 설명을 듣고 장씨의 휴대전화 위칫값 인근 숙박업소 등을 탐문·수색했다. 그러다가 당일 오후 9시 16분에 112 신고가 종결 처리되자 철수했다.
그런데 장씨의 휴대전화는 다음 날 오전 9시 44분 한림항 인근에서 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실종 신고가 허위 종결 처리되지 않았다면 적어도 12시간 정도는 더 탐문·수색할 수 있었고, 장씨를 찾았을 가능성이 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장씨가 숙소에서 나간 뒤 휴대전화 전원이 꺼질 때까지 이동한 거리에 수많은 CCTV가 있었지만, 모든 영상이 이미 6월 중순에 삭제된 것으로 확인돼 이래저래 골든타임을 놓친 수사의 허망한 결말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으로선 장씨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다만 장씨가 다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그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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