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8개월 만의 완전체, 88세까지 팔팔하게…고양 삼킨 빅뱅의 ‘황홀한 폭발’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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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8개월 만의 완전체, 88세까지 팔팔하게…고양 삼킨 빅뱅의 ‘황홀한 폭발’ [종합]

스포츠동아 2026-08-24 09:50: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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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YG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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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장은지 기자] 삶은 B(Birth, 탄생)와 D(Death, 죽음) 사이의 C(Choice, 선택)이라고 했다. B와 G 사이에 선 세 사람을 도식화 빅뱅의 새 음반 ‘BiiiG’은 때때로 이렇게 읽히기도 한다. ‘배드 보이’와 ‘굿 보이’ 사이에 선 세 멤버들로 말이다. 

배드와 굿은 빅뱅이 오랜 시간 탐험해 온 주제기도 했다. 빅뱅이 부른 곡 가운데에는 ‘BAD BOY’도, ‘GOOD BOY’도 있다. 그러나 정작 ‘BAD BOY’에선 후렴구 첫 줄에 나쁜 남자와는 어울리지 않는 ‘쏘리’와 자기반성이 먼저 튀어나오고, ‘GOOD BOY’에는 착한 남자의 미덕이란 겸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지드래곤은 ‘TOO BAD’ 그녀의 치명적인 매력을 ‘나쁘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이렇듯 빅뱅의 음악에서 굿과 배드의 이념은 고정적이지 않았고 그 위치는 이따금 뒤바뀌었다. 20년 전 케이팝에 ‘노는 오빠’의 원초적 매력을 일깨워준 빅뱅은 좋고 나쁨과 정형과 비정형, 대중의 ‘좋아요’와 ‘싫어요’ 사이를 아슬하게 줄타기 하며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적 결을 뻗쳐나간 그룹이었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영화 ‘씨너스: 죄인들’에서 블루스가 인류에게 구원이자, 타락으로 묘사되듯, 20년 전 빅뱅이 들고나온 음악에도 전에 없던 순수와 퇴폐가 뒤섞여 있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제3의 눈이 열리듯 케이팝이 향할 수 있는 수많은 사잇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했다. 20년 전 빅뱅의 시작점은 케이팝 사에 어떠한 거대한 줄기의 시초와도 맞닿아 있었다.

사진제공 | YG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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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20년, 또다시 터뜨린 불꽃놀이

모든 것의 최초에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불꽃놀이가 있었다. ‘빅뱅 우주론’의 기틀을 마련한 조르주 르메트르의 말이다. 정확히 20년 전 우리 대중음악사에 거대한 ‘빅뱅’을 일으켰던 그룹 빅뱅이 그 장면을 우리 앞에 또 한 번 펼쳐놨다. 빅뱅이 20주년을 맞아 전개하는 월드투어 ‘XX : 코스모스’에는 다섯에서 셋이 된 빅뱅과 전보다 커진 존재감, 그리고 ‘진짜 불꽃놀이’도 있었다. 

공연은 21일부터 23일까지 사흘간 고양종합운동장 주 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들이 ‘완전체’란 이름을 내걸고 대규모 월드투어에 돌입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어느덧 8년 8개월 만의 일이다. 이번 공연은 앞선 19일 데뷔 일에 맞춰 기습 발매된 새 디지털 음원 ‘BiiiG’와도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지드래곤, 태양, 대성 세 사람이 B와 G 사이에 선 모습을 형상화한 제목은 그간 무수한 추측과 가능성이 뒤따랐던 빅뱅 체제에 쐐기를 박는 인장이자, 앞으로 이들의 손으로 지켜질 굳건한 약속이기도 했다.

사진제공 | YG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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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의 부제 코스모스(우주)란 거창한 이름답게 무대를 채운 대형 LED에는 우주의 이미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 앞으로 오늘 밤을 하얗게 불태울 준비를 마친 세 멤버가 비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마른 장작에 불을 갖다 대듯 공연은 시작부터 폭발적인 에너지로 점화했다.

‘FANTASTIC BABY’로 포문을 연 이들은 ‘HANDS UP’과 ‘TONIGHT’를 부르며 단숨에 열기를 끌어올렸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은 고양의 하늘에는 빅뱅을 연호하는 쩌렁쩌렁한 함성이 공명했다. 중앙 무대로 걸어 나온 멤버들은 마지막 공연의 여운을 음미하려는 듯 잠시 숨을 고르며 객석을 둘러봤다. 이들이 벅찬 마음으로 둘러본 스타디움에는 공연이 열린 지난 3일에만 약 10만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공연에서 무적은 ‘아는 노래’다. ‘거짓말’,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 같은 곡들은 한 시대를 풍미하며 전 세대를 흡수한 메가 히트곡이다. 오늘날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며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 아이돌 시장에선, 아이돌 노래가 팬덤 위주로 소비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강렬한 인상을 각인시키기 위한 세계관 실험은 케이팝의 미적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지만, 대중과의 거리를 벌려놓는 한계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빅뱅은 범대중적 그룹, 빅뱅의 노래는 팬덤 밖에서도 열렬히 소비된다. X세대에게 서태지와 아이들, 김건모 노래만큼이나 MZ세대에게 있어서는 절대적인 ‘국민가요’다. 힙합 특유의 가변적인 리듬과 속사포 래핑 덕분에 실제 부르기에 꽤 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래방 18번으로 불린다. 오늘날 빅뱅의 노래는 20년 전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아이돌 노래’란 평가와는 어느덧 몇억 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사진제공 | YG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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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모이는 데 수년이 걸린 만큼 객석에선 뱅봉(빅뱅 응원봉)을 흔드는 방향도 제각각, 멤버들의 이름을 외치는 타이밍도 엇갈렸다. 요즘 5세대 아이돌 팬덤에 비해 민첩함이나 단합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음악으로의 일치율과 결집력에서만큼은 따를 적수가 없다.

무대 위와 아래의 ‘싱크’가 완벽히 맞아떨어졌을 때의 시너지는 엄청나다. 불렀다 하면 히트곡이고 누구 하나 흥얼거리기 시작하면 이윽고 떼창이 터져 나온다. ‘거짓말’에서는 “암 쏘 쏘리 벗 아이 러뷰”란 대담한 고백을 참을 수 없고 ‘LOSER’에서는 “LOSER 외톨이 센 척하는 겁쟁이”란 자기 조소를 거두기 힘들다. ‘BAE BAE’에서는 허리를 꿀렁하는 찹쌀떡 춤을, ‘뱅뱅뱅’에서는 채찍을 휘두르기를 멈출 수가 없다.

무대 위에서 펼쳐진 20년의 서사는 단순한 ‘추억 소환’의 차원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빅뱅의 익숙한 명곡들은 세 멤버의 더욱 노련해진 음악성으로 새로운 해석을 덧입었다. 여기에 어셔, 포스트 말론의 세션을 책임졌던 와우 존스를 필두로 한 풀 라이브 밴드의 짱짱한 연주 역시 과거의 명곡들을 2026년의 호흡으로 형형한 박력으로 되살려 놨다.

사진제공 | YG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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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이루는 세 가지 색, 세 개의 화음

텍스트와 콘텍스트는 우주였고, 형식은 완성하는 건 ‘색’이었다. 공연은 그야말로 ‘컬러풀’ 했다. 이들의 새 음반과 새 공연은 초읽기 단계에서부터 세 개의 상징적인 색인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빨강과 파랑, 그리고 노랑이다.

이 세 가지 색은 세 멤버의 서로 다른 개성은 물론, 이들이 제각각 솔로로서 내놓은 전작을 함의하는 듯했다. 빨강과 파랑, 노랑(금색)은 각각 지드래곤의 솔로 음반 ‘Übermensch’(위버멘쉬), 태양의 ‘QUINTESSENCE’(퀸터센스), 대성의 ‘한도 초과’의 노랑(금색)에서 차례로 추출한 색깔이다.

이번 공연에도 세 가지 색의 조화와 충돌은 빈번히 일었다. ‘FANTASTIC BABY’로 시작된 오프닝 구간에는 붉은색의 강렬한 기운이 공연장을 휘감았고, 곧이어 ‘BLUE’의 몽환적인 전주가 흐르자 분위기가 전환되며 돌연 푸른 빛이 감돌았다. 이윽고 시작된 솔로 무대에서 대성의 ‘한도초과’가 울려 퍼지자 LED 화면과 무대는 금색과 노란 불빛으로 번졌다.

사진제공 | YG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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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대성의 무대가 키치함과 유쾌함으로 판을 뒤흔들었다면 뒤이은 태양의 솔로 무대는 먹구름을 몰고 온 듯 한층 쿨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정수’(퀸터센스)란 전작의 콘셉트에 맞게 미니멀한 흑백 화면이 대형 LED를 채웠다. 태양의 무대에서 절제됐던 색의 향연은 지드래곤에 이르러 남김없이 발산됐다. 그의 이름 ‘드래곤’을 연상시키는 붉은 염룡과 푸른 염룡의 실루엣이 잇따라 모습을 나타냈다. ‘맨정신’, ‘WE LIKE 2 PARTY’ 등 공연 후반부 단체곡에서는 빨강과 파랑, 노랑색 컨페티와 연막탄이 터져 나왔다.

빨강이 밖으로 뻗는 기질을 지녔다면, 반대로 파랑은 안으로 모으고 침잠하는 색이다. 노랑은 그 사이를 환기하거나 채우는 살의 색이다. 이 세 가지 색의 속성은 멤버들의 역할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드래곤이 날카롭고 독특한 음색으로 피칭하면서 외연을 확장하는 원심력에 가깝다면, 태양의 짱짱한 보컬은 구심력을 담당한다. 이 둘 사이의 공간을 잇고 채우는 건 대성의 역할이다. 랩과 알앤비란 개성 강한 주파수에, 가요와 발라드에 최적화된 대성의 풍부한 음색이 안정적으로 보조하며 양감을 더한다. 

사진제공 | YG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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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다섯 멤버가 이루던 각이 세 개로 좁혀지면서, 각 보컬의 개성이 과도하게 도드라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는 이번 공연을 통해 기우임이 여실히 증명됐다. 세 멤버가 지닌 보컬 개성은 곡의 전개에 따라 이따금 전경이 되기도, 후경이 되기도 하면서 완벽한 조화를 이뤄냈다. 

서로서로 정확하게 받쳐주면서도 나설 땐 확실히 치고 나오는 역할 전환이 더욱 신속하고 유려해졌다. 다섯이 부르던 곡을 셋이 불렀지만 허전함이 느껴지거나 튀기는커녕 더욱 조화롭게 들린 데에는, 오랜 시간 이들이 함께 쌓아 올린 이해와 호흡이 깔려있다.

‘코스모스’란 부제를 단 공연인 만큼 이날에는 우주적 기운과 기호가 난무했다. 공연 말미 멤버들은 빅뱅 역사에 중요하게 반복되온 ‘8’이란 숫자의 상징성에 대해 언급했다. 지드래곤과 태양의 탄생 연도는 1988년으로 88은 빅뱅의 중요한 분기점마다 나타났다.

대성은 “이번 월드투어가 완전체로 서는 8년 8개월 만의 공연임”을 강조했고, ‘BiiiG’이 4년 4개월 만의 완전체 신곡이란 점에 기대, 4와 4를 더하면 8이 된다는 사실을 환기했다. 태양 역시 “88세까지 팔팔(88)하게 공연할 수 있을까 싶다”며 재치 있게 응수했다.

사진제공 | YG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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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의 완전체 신곡 ‘BiiiG’와 월드투어로 20주년을 기념한 멤버들은, 앞으로 또 다른 이벤트가 이어질 것을 넌지시 암시하기도 했다. 대성은 “20주년을 맞아 ‘BiiiG’을 냈지만 한 곡으로 끝내기엔 너무… 이건 사실 빅은 아니다. 이걸로 끝나면 엑스스몰이다”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지드래곤 또한 새로운 악상을 떠올리는 듯한 모습을 취하며 연내 신곡 발매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놨다.

고양에서의 마지막 날 공연의 ‘찐막곡’은 ‘봄여름가을겨울’이 차지했다. 이곡의 부제는 ‘스틸 라이프’(Still Life), 정물화다. 캔버스처럼 잠시 멈춰있던 프레임을 깨고 나온 빅뱅의 시간은 다시 거침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양의 밤은 이들이 여전히(Still), 살아 있다(Life)는 가장 명징한 증거기도 했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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