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원킬의 명사수 굴욕"…사냥 고수 검은댕기해오라기의 허당미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어, 이게 아닌데?"
최고의 물고기 사냥꾼으로 불리는 검은댕기해오라기가 강원 강릉시 한복판을 흐르는 남대천의 작은 여울에서 숨을 죽이고 엎드려 먹이를 노리고 있다.
흔한 여름 철새인 검은댕기해오라기는 몸길이 50㎝ 안팎의 작지만, 매우 날렵한 체구에 높은 지능까지 겸비한 베테랑 물고기 사냥꾼이다. 물속 고기들에게는 '저승사자'나 다름없는 존재다.
여울의 바위나 모래톱, 혹은 얕은 물 위에서 몸을 바짝 웅크리고 머리를 쭉 뺀 채 잠복에 들어간다.
그는 목표물을 정하면 움직이지 않고 끝까지 기다린다.
긴 기다림의 시간이다.
정교하고 예리한 눈빛으로 물속을 훑는 모습의 검은댕기해오라기는 '원샷원킬'의 명사수 그 자체다.
한동안 미동도 없이 물속을 노려보다가 목표물이 정해지면 번개 같은 속도로 목을 길게 뽑으며 부리를 꽂아 넣는다.
어김없이 그의 부리에는 물고기가 물려 있다.
최고 명사수의 사냥이 성공한 순간이다.
물고기는 그의 날카로운 부리에서 벗어나 살기 위해 팔딱이지만 벗어나지 못한 채 입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요즘 그가 주로 사냥하는 물고기는 화려한 혼인색을 띤 수컷 피라미, 일명 '불거지'가 많다.
앗! 실수.
그러나 천하의 명사수에게도 뭔가 안 풀리는 엉뚱한 순간이 있다.
물보라가 크게 튀고 당당하게 머리를 들어 올렸지만, 부리에 걸려 나온 것은 물고기가 아닌 작은 나뭇가지나 이끼, 혹은 아예 아무것도 없는 헛방일 때가 아주 가끔 발생한다.
사냥에 실패한 직후 검은댕기해오라기의 반응은 인간적이다 못해 웃음이 나올 정도로 유쾌하다.
민망한 듯 머쓱한 표정으로 부지런히 깃털을 다듬거나 당황한 듯 사방을 두리번거리기도 한다.
어느 때는 자신만만하게 물고기를 향해 돌진한 찰나의 순간, 물고기가 재빠르게 튀어 올라 헛물만 켜기도 한다.
가장 압권은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칠 때다.
커다란 불거지를 낚아채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꼴깍 삼키려는 결정적인 순간 부리 사이의 물고기가 물속으로 미끄러지듯 달아나 버린다.
다시 잡으려 주변을 허둥지둥 뛰어다녀 보지만, 이미 물고기는 재빠르게 줄행랑을 쳐 자취를 감춘 뒤이다.
그럴 때마다 검은댕기해오라기는 허망한 듯 혀를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시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리 뛰어난 베테랑 사냥꾼이라도 매번 성공할 수는 없다.
그러다 아주 가끔은 떨어뜨린 물고기가 물속으로 달아나기 전에 다시 순식간에 부리로 잡아채는 신공을 보일 때도 있다.
같은 공간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백로가 사냥한 물고기를 놓치는 경우는 검은댕기해오라기보다 훨씬 더 많다.
완벽함 뒤에 숨겨진 검은댕기해오라기의 허당미가 무더운 여름날 소소하고 유쾌한 탐조의 재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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