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심판’인 금융감독원에서 최근 5년간 481명이 퇴직했다. 올해 기준 7월까지 금감원을 떠난 직원의 절반이 20~40대였다. 퇴직자 10명 가운데 7명은 1~3급이었다. 앞으로 금융감독을 책임질 젊은 직원과 경험을 축적한 중견·고위 인력이 동시에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금감원 밖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퇴직자들이 피감 금융회사와 대형 법무법인, 가상자산·핀테크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심사를 받은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안으로는 감독역량의 공백이 커지고 밖으로는 금감원에서 쌓은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가 피감기관의 규제 대응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겹쳤다.
▲30대가주도한젊은인력이탈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감원 퇴직자는 총 481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2년 102명, 2023년 103명, 2024년 110명, 2025년 112명으로 매년 늘었다. 지난해 퇴직자는 2022년보다 10명, 9.8% 증가했다. 올해도 7월까지 54명이 금감원을 떠났다.
최근 5년간 퇴직자를 연령별로 보면 20대 26명, 30대 71명, 40대 83명이었다. 20~40대 퇴직자는 모두 180명으로 전체의 37.4%를 차지했다. 이들의 비중은 2022년 35.3%에서 2024년 41.8%로 높아졌고 지난해에도 39.3%를 기록했다.
올해는 흐름이 더 뚜렷해졌다. 7월까지 퇴직자 54명 가운데 20대가 2명, 30대 19명, 40대 6명으로 집계됐다. 20~40대가 정확히 절반인 27명이었다. 특히 30대 퇴직자가 전체의 35.2%를 차지했다. 올해 수치는 7개월분이어서 연간 퇴직 규모와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퇴직자의 연령 구성이 젊어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직급별로는 1급 65명, 2급 159명, 3급 122명, 4급 68명, 5급 65명, 6급 2명이 퇴직했다. 1~3급을 합하면 346명으로 전체의 약 72%다. 이 가운데 2·3급만 281명으로 58.4%를 차지했다. 임원급에 가까운 1급뿐 아니라 검사와 제재 업무를 실무에서 이끄는 중견 인력의 이탈이 컸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의 전문성은 제도만 공부한다고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 금융상품의 구조와 회계 처리, 불완전판매 수법, 시장 교란 행위를 여러 차례 직접 조사하며 축적한 판단이 중요하다. 다만 이번 자료만으로는 자발적 이직과 정년퇴직을 구분하거나 젊은 직원이 금감원을 떠난 원인을 확인하기 어렵다. 근속연수와 퇴직 사유, 이직 분야를 함께 살펴야 실제 조직 경쟁력의 손실 규모를 판단할 수 있다.
▲피감기관으로이어진취업심사
박 의원실이 확보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현황을 보면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감원 퇴직자들은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사와 대형 법무법인 등에 취업하기 위해 꾸준히 심사를 받았다. 금감원이 검사하고 제재하는 금융회사뿐 아니라 이들의 규제 대응과 법률 자문을 맡는 로펌도 주요 취업심사 대상이었다.
취업심사 대상기관 가운데 김·장 법률사무소가 25건으로 가장 많았다. 법무법인 광장이 12건, 율촌이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두나무와 법무법인 세종은 각각 9건, 법무법인 태평양은 8건이었다. 빗썸·빗썸코리아 계열 7건, 법무법인 화우 6건, 보험연구원 4건 등도 확인됐다. 신한은행과 하나증권, 메리츠캐피탈, 삼성에스알에이자산운용, 케이비자산운용, 비엔케이금융지주 등 금융회사도 취업심사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취업심사 건수를 실제 취업자 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심사를 신청했다가 취업이 제한되거나 승인을 받지 못한 사례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전문의 실태를 정확히 판단하려면 취업심사 신청 건수뿐 아니라 승인·불승인 결과와 실제 취업 여부, 퇴직 전 담당 업무, 취업 후 맡은 직무까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전 담당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으로의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심사를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 이해충돌 우려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금감원에서 확보한 비공개 감독정보와 검사 경험, 현직자와의 인적 관계가 금융회사나 로펌의 제재 대응에 활용되지 않도록 취업 이후의 업무까지 점검해야 한다.
박성훈 의원은 “금감원은 밖으로는 고위·중견 인력의 ‘금피아 회전문’, 안으로는 젊은 감독인력의 이탈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취업심사가 ‘금피아 재취업’을 위한 통과의례로 전락하지 않도록 이해충돌 심사와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왜 젊은 전문인력들이 금감원을 떠나는지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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