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입적한 봉은사 전 주지 명진스님의 장례가 종교·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고인의 삶과 사회적 실천을 기리는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명진스님은 생전 조계종 개혁은 물론 민주화와 평화·통일, 노동·인권 등 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정치권과도 폭넓은 인연을 맺어왔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문재인 전 대통령,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지원 의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등 여권 및 진보 진영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애도했다.
이재명 대통령 "불교계 큰 어른 잃은 슬픔 국민과 나눠…평등·평화·자비의 삶 기억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SNS에 '명진 스님의 입적을 애도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대한민국 불교계의 큰 어른을 떠나보내게 된 슬픔을 온 국민과 함께 나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오찬에서 만났던 명진스님을 회고하며, 당시 스님이 자신에게 "빈부격차 속 고통받는 노동자들까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 남북 평화를 위해 대통령이 길을 열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장이 곧 수행터'라는 신념으로 세상의 아픔이 있는 곳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셨고, 늘 뜨거운 청년의 마음으로 더 나은 세상과 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셨다"며 "힘겨운 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와 온기를 건네셨다"고 평가했다.
이어 "평등과 평화, 그리고 중생을 향한 자비의 마음을 품고 살아오신 스님의 삶과 뜻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며 "삼가 명진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한다"고 애도했다.
김민석 대표 "민주화·개혁 앞장"…이인영·박지원 의원도 추모 동참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전날 밤 "명진스님은 큰 스님이자 큰 개혁가였고 큰 민주지도자였다"며 "어려운 시절, 어려운 이들을 많이 도와주신 병풍이었다"고 애도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 역시 "가시는 그곳이 어디일지 몰라도 곧은 소리 씩씩한 웃음을 내리시며 거침없이 보내시라"며 "가끔 그리울 것 같다"고 추모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과거 명진스님과 민주당의 인연을 회고했다. 박 의원은 2021년 국정감사 당시 정청래 의원의 사찰 문화재 관람료 발언으로 불교계와 민주당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던 일을 언급하며 명진스님과 나눴던 대화를 소개했다.
박 의원은 당시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불교계의 관계가 불편했던 상황에서 명진스님에게 "탄핵 세력의 후예가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좋겠냐"고 물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하자 명진스님이 정중히 사과하며 "또 시작하자"고 했고, 이재명 정부 출범 뒤에는 자신이 사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진스님이 극락왕생하시고 다시는 그런 정권이 들어서지 않게 막아주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문재인 前 대통령·조국 전 대표 "정의·평등·평화 앞장 서" 추모
문재인 전 대통령도 23일 SNS를 통해 명진스님을 추모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화와 평화·통일운동에 앞장섰으며 세상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권력에 맞서 고초를 피하지 않았던 명진스님의 삶을 추모한다"며 "스님의 수행은 실천이자 행동이었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도 명진스님의 삶을 '정의와 평등, 평화와 인권을 향한 걸음'으로 평가했다.
조 전 대표는 "법등이 꺼진 듯한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스님의 걸음은 언제나 정의와 평등, 평화와 인권을 향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무도한 정권의 권력 앞에서 물러서지 않으셨고, 용산과 세월호 등 우리 사회의 아픈 상처마다 함께하시며 소외된 이들의 곁을 지키셨다"며 "1987년 민주항쟁의 현장에도 동참하셨다"고 회고했다.
또 명진스님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불교계 대표로 의식을 집전했던 사실과 봉은사 주지 시절 매일 1000배 1000일 기도를 실천하고 사찰 재정을 공개했던 일 등을 언급했다.
조 전 대표는 "스님은 평생 수행승이셨다"며 "제가 어려웠던 시절 친히 해주셨던 말씀을 언제나 기억하며 용맹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비판·종단 개혁부터 민주·노동·인권 현장까지
명진스님은 1969년 해인사 백련암에서 출가한 뒤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과 부의장 등을 지냈으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봉은사 주지를 맡았다.
특히 봉은사 주지 시절부터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와 당시 이명박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종단 개혁과 사회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후 조계종과의 갈등이 이어졌고 2017년 승적 박탈 징계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명진스님이 제기한 징계 무효 소송에서 1·2심 재판부가 잇따라 스님의 손을 들어줬고, 올해 초 조계종과 명진스님 측이 대법원 상고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법적 분쟁이 마무리됐다.
정치권 인사들이 일제히 명진스님을 '개혁가', '민주지도자'로 평가한 것도 이처럼 종교계 내부의 개혁을 넘어 민주화와 평화·통일, 노동·인권 등 사회적 현장에 직접 참여해 온 그의 행보와 맞닿아 있다.
봉은사에 분향소…25일 영결식 잠정 결정
한편 명진스님의 장례는 종교·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현재 서귀포의료원에 안치된 법구는 유가족 동의 등 행정 절차가 마무되는 대로 23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운구될 예정이다. 법구에 특별한 외상이나 범죄 혐의점이 없어 부검은 실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향소는 명진스님이 2006∼2010년 주지를 지낸 봉은사에 마련되며, 영결식은 25일로 잠정 결정됐다. 대한불교조계종과 출가 본사인 법주사,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합동 장례위원회가 구성될 예정이며, 생전 활동을 고려해 타 종교계와 문화예술계, 정계 인사들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진스님은 22일 오전 9시 38분께 제주 서귀포시 하예동 하예포구 인근 해상에서 물에 떠 있는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전 10시 28분께 사망 판정을 받았다. 해경은 당시 착용하고 있던 장비 등을 토대로 프리다이빙 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유발상좌 유병문 씨는 가까운 해안에서 발견된 점 등을 들어 깊은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던 중이 아니라 바다수영을 하다 심정지가 온 것으로 추정했다.
세수 76세, 법랍 52년. 종단 개혁과 민주화,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실천을 강조했던 명진스님의 마지막 길에는 종교계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문화예술계, 정치권 인사들이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박비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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