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알몸 복면남' 연쇄 출몰에 대학가 기숙사·자취촌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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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알몸 복면남' 연쇄 출몰에 대학가 기숙사·자취촌 '공포'

연합뉴스 2026-08-23 06:0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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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인접 기숙사 앞에서 강제추행…범인 두달간 못잡아

5개 대학 기숙사·자취촌 가로등·CCTV 부족…"사고 나야 조치하나"

폐쇄된 안산 등산로-연세대 출입구 폐쇄된 안산 등산로-연세대 출입구

[촬영 전재훈]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윤민혁 정지수 기자 = 두 달 새 연세대 신촌캠퍼스 기숙사 인근에서 성범죄가 세 차례 연이어 발생하자 인근 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23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비슷한 사건이 최초 발생한 이후 두 달 넘도록 경찰은 피의자 신원조차 특정하지 못했고, 대학 측도 '학교 밖 사건'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자 학생들이 치안 강화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찾은 연세대 기숙사 무악학사 옆 안산 등산로 입구는 테이프로 둘러싸인 채 "신원불명의 괴한이 침입해 생활관-안산 측 도로 사이 통행로를 폐쇄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등산로 입구에서 다섯 걸음만 옮기면 기숙사 건물이 있는데, 지난 19일 나체 상태의 남성이 검은 복면만 쓴 채 등산로에서 뛰쳐나와 이 기숙사로 걸어가던 학생을 강제추행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는 해당 사건을 계기로 등산로 입구 폐쇄를 결정했다.

기숙사 인근에서 만난 연세대 재학생은 "가장 안전해야 할 곳인 기숙사 근처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고 불안감부터 들기 시작했다"며 "평소에도 가로등이 몇 개 없고 빛이 어두운 데다 등산로로 외부인이 드나들어 불안했는데 결국 일이 터지고 나서야 폐쇄 조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숙사 인근에는 가로등이 약 30∼50m 간격으로 하나씩 있었고 그마저도 노후해 근처만 비췄다. 특히 정문이나 강의동이 모여있는 본관 쪽에서 기숙사로 가려면 산비탈 옆 약 200m 거리의 길을 지나야 하는데, 이곳은 밤에 어두울 뿐만 아니라 폐쇄회로(CC)TV가 단 3대뿐이었다.

아울러 이 길에는 산을 따라 철조망이 설치돼 있었지만 군데군데 빈 곳이 많고 일부는 훼손돼 쓰러져있어 CCTV를 피해 기숙사로 접근하는 건 어렵지 않아 보였다.

기숙사로 향하는 연세대 학생을 자주 태웠다는 한 택시 기사는 "기숙사가 워낙 깊숙한 곳에 있고 밤이 되면 너무 어두워서 아주 천천히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학사로 가는 길 고려대 안암학사로 가는 길

[촬영 윤민혁]

불안감은 연세대를 넘어 다른 대학으로도 번지는 모습이다.

고려대와 서울대의 경우 연세대와 마찬가지로 기숙사가 산자락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고려대 중앙광장과 본관을 지나 기숙사인 안암학사로 가려면 개운산과 붙어있는 약 250m 거리의 북악산로를 지나야 했다. 인도를 따라 가로등이 약 30m 간격마다 있었지만, 인도 바로 옆으로는 어두컴컴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산 비탈길이나 수풀 지대가 이어졌다. 이 길에서 발견한 CCTV는 두 대뿐이었다.

오후 8시께부터 약 30분간 이 거리를 걷는 중에 마주친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기숙사에 살고 있다는 대학원생 박모(26)씨는 "길이 어둡고 사람도 없어서 밤에는 이쪽으로 잘 다니지 않는다"며 "연세대 사건으로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졌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 안암학사로 향하는 북악산로 옆으로 우거진 수풀 고려대 안암학사로 향하는 북악산로 옆으로 우거진 수풀

[촬영 윤민혁]

서울대 기숙사인 관악학생생활관도 상황은 비슷했다.

기숙사 단지가 대로변에 있어 찾아가는 길은 위험해 보이지 않았지만, 골목길을 비추는 가로등이 기숙사 한 동에 한 개꼴로 있고 그마저도 노후한 상태였다. CCTV는 곳곳에 설치돼 있었지만, 기숙사 건물 인근에 수풀이 많아 사각지대가 많아 보였다.

올해 입학해 서울대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다는 인문계열 1학년 김모(19)씨는 "연세대 사건 소식을 듣고 평소 느끼던 불안감이 더 커졌다"며 "방범창이 없는 호실이 많고 현관 출입문이 개방돼있을 때가 많아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범창이 일부 없는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방범창이 일부 없는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촬영 전재훈]

기숙사뿐만 아니라 학교 인근 원룸이 몰려있는 자취촌에도 CCTV 사각지대가 많고 가로등은 부족해 보였다.

연세대 인근 학교인 서강대 후문으로 나와 이대역 방향으로 걸어가면 자취촌이 나오는데, 인도가 옹벽도로 옆에 붙어있어 어둡고 좁았다. 바닥에는 '여성안심 귀갓길'이라고 적혀있지만, 가로등은 3개뿐이다. 인근에는 '임대문의' 안내문이 붙은 빈 점포가 많고 인적도 드물었다.

자취촌 골목으로 들어가 보니 역시 바닥 곳곳에 '여성안심 귀갓길'이라고 적혀있지만, 가로등은 골목길 교차로 외에는 찾기 어려웠다.

이 자취촌에서 3년 동안 지냈다는 서강대 재학생 이모씨는 "학교에서 나오면 곧바로 거리가 어두워져 급(격히) 불안해진다"며 "큰 사고가 나야 거리를 밝게 해주고 CCTV를 곳곳에 설치해줄 것인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화여대의 기숙사 이하우스도 산자락 아래 원룸촌과 맞닿아있다. 이곳은 기숙사 건물이 밝은 대로변에 있고,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돼 있었다.

이화여대 한 재학생은 "학교를 통해 기숙사로 걸어가는 길에 나무가 우거져있고 근처에 수풀이 많은 구간이 있는데, 이번 연세대 사건을 보고 그 길을 걷기가 더 무서워졌다"고 했다.

강제추행 사건 발생 추정 장소(빨간 원) 및 등산로 입구(파란 원) 강제추행 사건 발생 추정 장소(빨간 원) 및 등산로 입구(파란 원)

네이버 지도 캡처

경찰이 연세대 '복면남' 추적에 난항을 겪고 학교가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 사이 학생들이 직접 치안 강화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학생활 플랫폼 에브리타임 연세대 게시판에는 "학교에서 재범 방지에 힘 좀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학교에 CCTV 많이 설치됐으면 좋겠고, 경비원도 늘렸으면 좋겠다. 학생 안전에는 돈 아끼지 말아야", "가로등 설치해주면 안 되나. 등록금 갖다 뭐하나" 등의 글이 올라왔다.

연세대는 이번 강제추행 사건이 캠퍼스 내부에 있는 기숙사 앞에서 발생했음에도 '학교 내 사건'이 아닌 '연세대 인근 사건', '연세대와 안산의 경계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입장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가로등이나 CCTV 추가 설치 계획에 대해선 "학교에 가로등이 잘 (설치)돼있고, CCTV는 워낙 많다"며 "외부인이 갑자기 들어와서 생긴 일인 만큼 안산과 연결되는 통로를 폐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연세대 에브리타임 연세대 에브리타임

[에브리타임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ke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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