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박성한 기자] 5세대 투싼의 전면에서 먼저 보이는 것은 그릴보다 빛이다. 양쪽 끝에는 건축 조명에서 영감을 받은 수직형 H-엣지 주간주행등이 서고, 그 사이를 가느다란 수평형 센터 램프가 잇는다. 수직선은 차체의 높이와 힘을 강조하고 수평선은 폭과 안정감을 키운다. 램프가 차의 비례를 다시 그리는 셈이다.
센터 램프의 방식도 흥미롭다. 광원이 외부에서 직접 보이지 않는 간접조명 구조를 사용해 빛이 주변 면에 은은하게 번지도록 했다. 밝은 점을 과시하기보다 반사된 빛으로 범퍼와 그릴의 입체적인 면을 드러낸다. 현대차가 '건축 조명'을 언급한 이유다. 건물의 간접등이 벽과 천장의 질감을 살리듯 자동차의 램프가 차체 표면을 조형한다.
투싼은 한 세대 전에도 조명을 전면 디자인의 중심에 놓았다. 2020년 공개된 4세대는 주간주행등을 보석 무늬 그릴 안에 숨겼다. 시동을 끄면 그릴 장식처럼 보이고, 불이 켜질 때만 날개 모양의 '파라메트릭 히든 라이트'가 나타났다. 2025년 부분변경 모델은 발광 영역을 10개에서 8개의 큰 요소로 단순화해 존재감을 키웠다.
5세대는 숨김이라는 아이디어를 버린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광원 자체는 감추되 그 빛으로 차체의 구조를 보여준다. 4세대가 '램프가 어디에 있는가'를 감춘 디자인이었다면 5세대는 '빛이 어디서 시작되는가'를 감춘 디자인이다. 그 결과 전면의 면과 조명이 따로 보이지 않고 하나의 야간 그래픽으로 읽힌다.
후면도 같은 원리를 따른다. 3차원으로 돌출된 프리즘 렌즈 안에 정교한 패턴을 넣어 점등 때 깊이가 살아나도록 했고, 수평형 센터 테일램프와 수직형 리어 콤비램프로 앞뒤 이미지를 맞췄다. 볼드한 범퍼와 스키드 플레이트가 차체를 받치고 그 위에 빛의 선이 떠 있는 구성이다.
현대차는 이미 전기차에서 파라메트릭 픽셀을 공통 시각 언어로 키웠다.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의 작은 사각형 램프는 멀리서도 전기차 계열을 구분하는 표식이 됐다. 넥쏘는 수소 브랜드 HTWO를 상징하는 네 점 램프를, 싼타페는 차명과 연결되는 H자 램프를 쓴다. 같은 엠블럼을 달아도 빛의 그래픽으로 모델의 성격을 분리하는 전략이다.
투싼의 H-엣지는 이 전략을 대중 SUV에 맞게 번역한다. 픽셀처럼 디지털 이미지만 강조하지 않고, 수직과 수평의 단순한 선으로 강인한 차체를 만든다. 낮에는 조형물이고 밤에는 브랜드 서명이다. 전동화로 그릴의 기능이 줄고 차체 표면이 단순해질수록 이런 조명 그래픽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복잡한 램프가 좋은 디자인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실제 양산차에서는 빛의 균일도와 눈부심, 우천 시 시인성, 부분 파손 때 수리 범위까지 확인해야 한다. 간접조명이 차체 면을 아름답게 보여 주더라도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이라는 기본 기능이 먼저다.
5세대 투싼은 조명을 장식 부품이 아니라 차체를 그리는 재료로 사용한다. 낮에 보던 차가 밤에도 같은 비례와 성격을 유지한다면 H-엣지는 그릴보다 강한 기억 장치가 된다. 앞으로 자동차의 얼굴을 결정하는 것은 크롬 장식의 면적보다 어둠 속에서 어떤 선을 남기느냐일 가능성이 크다.
박성한 기자 parksh@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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