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안에 인류 멸종... 노후 대비할 필요 없다” 주장 한국 온라인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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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안에 인류 멸종... 노후 대비할 필요 없다” 주장 한국 온라인서 확산

위키트리 2026-08-22 09:07: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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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류 전체가 시한부 20~30년 판정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노후 대비도 접은 채 버킷리스트나 실천하며 덜 고통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게 최선이다."

22일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확산 중인 글의 요지다. 글쓴이는 ▲지구가 기후온난화 한계선을 넘긴 까닭에 이제 탄소 배출을 0으로 만들어도 기온이 오를 일만 남았고, ▲그 결과 20~30년 안에 인류 멸종은 사실상 확정된 운명이라고 주장한다. 노후를 대비할 이유도 미래를 계획할 이유도 없다는 결론이 뒤따른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지열의 영향을 받은 온도계가 40도를 넘는 수치를 가리키고 있다. / 뉴스1

이 주장은 완전한 허구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뿌리에는 실제 관측 뉴스가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20일(현지시각) 영국 기상청을 인용해 올해 말 발달하는 엘니뇨가 관측 기록상 가장 강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뉴스가 전한 사실과 온라인에서 불어난 결론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기후과학이 실제로 지지하는 내용과 '멸종 확정' 서사를 항목별로 대조해봤다.

"내년에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울 수도" 예측

영국 기상청 애덤 스케이프 장기예보 책임자는 올해 말 적도 태평양 핵심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엘니뇨가 1~2도 상승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스케이프 책임자는 "예측 자료에서 이처럼 강한 신호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이미 지난 6월 엘니뇨가 발달했다며 주의보를 발령했다. NOAA 기후예측센터는 올해 가을과 겨울 '매우 강한' 엘니뇨가 나타날 확률을 90%가 넘는 것으로 봤고, 8월 들어서는 그 확률을 95%까지 높였다. 상대 해양 엘니뇨 지수(RONI)가 2.5도 이상에 이를 확률은 69%로 제시했는데, 이 수준이면 1950년 이후 NOAA의 관측 기록을 모두 넘어선다. 세계기상기구(WMO)도 감시 구역의 해수면 온도 편차가 2.9도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분수대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 뉴스1

이 때문에 2027년이 2024년을 제치고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가 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영국 기상청 닉 던스턴 기후과학자는 엘니뇨가 겨울에 정점을 찍은 이듬해에 지구 평균기온이 오르는 경향을 근거로, 2027년이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는 검증된 사실이다.

문제는 이 사실에서 '인류 멸종 확정'으로 건너뛰는 논리다. 확산하는 글의 세 가지 전제를 차례로 따져봤다.

"1.5도를 이미 넘겼다"는 주장에 대한 검증

WMO는 2024년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확정했다. 6개 국제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2024년 지구 평균 표면온도는 1850~1900년 평균보다 약 1.55도(오차 범위 ±0.13도) 높았다. 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1.6도로 집계했다. 연평균 기온이 1.5도를 넘어선 것은 2024년이 처음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계선을 돌파했단 주장이 맞는 듯하다. 그러나 단일 연도가 1.5도를 넘었다는 것과 파리협정의 1.5도 목표가 깨졌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파리협정의 1.5도는 특정 한 해가 아니라 20~30년에 걸친 장기 평균을 기준으로 삼는다. IPCC는 이를 20년 단위 평균으로 정의한다. 자연 변동성과 이번 같은 엘니뇨의 일시적 영향을 걷어내기 위해서다. 실제로 최근 5년 평균 기온은 아직 1.5도 아래에 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WMO는 2024년을 발표하면서 파리협정의 장기 목표에 대해 ‘아직 죽지 않았지만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표현했다. '이미 돌파해 되돌릴 수 없다'고 말할 게 아니라 '한계선에 바짝 다가섰다'고 말해야 정확하다.

탄소를 0으로 만들어도 계속 뜨거워진다?

글쓴이 주장의 핵심 전제는 '이미 늦어서 무엇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이다. 배출을 멈춰도 기온이 오를 일만 남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현재 기후과학의 결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IPCC가 2018년 펴낸 '1.5도 특별보고서'는 '높은 신뢰도'를 전제로 전 지구 인위적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에 도달시키고 유지하면 인위적 온난화가 수십 년 시간대에서 멈춘다고 못 박은 바 있다. 6차 평가보고서(AR6)에서도 배출 중단 이후 추가로 나타나는 온난화, 이른바 '제로배출 약속(ZEC)'의 최선 추정치는 사실상 0으로 평가됐다. 배출을 멈추면 기온은 대체로 그 지점에서 안정된다는 뜻이다.

'이미 온난화가 파이프라인에 갇혀 있어 무엇을 해도 계속 오른다'는 통념은 과학적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 카본브리프를 비롯한 기후 분석 기관들의 정리다. 기후 분석 기관들에 따르면 인류는 여전히 미래 기온을 선택할 수 있다. 탄소 배출을 빨리 줄일수록 도달하는 최고기온이 낮아진다.

다만 탄소 배출을 멈춘다고 이미 오른 기온이 즉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해수면 상승이나 빙하 감소처럼 수백 년 단위로 이어지는 변화도 있다. 그러나 '탄소를 0으로 만들어도 계속 뜨거워진다'는 명제 자체는 성립하지 않는다.

"20~30년 내 인류 멸종 확정" 주장은 사실인가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 멸종은 IPCC 주류 모델의 결론이 아니다. 수백 명의 과학자가 참여하는 IPCC 보고서는 폭염, 가뭄, 홍수, 식량 위기, 대규모 이주 등 심각한 위험을 열거하지만 인류의 절멸은 해당 목록에 없다.

애덤 슐로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후·정책 공동프로그램 부소장은 기후변화가 인류를 멸종에 이르게 할 확률이 매우 낮으며 사실상 0에 가깝다고 밝혔다. '인류가 멸종하진 않는다'가 '걱정할 것 없다'란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말은 아니다. 배출을 얼마나 빨리 줄이느냐에 따라 고통과 혼란의 규모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소수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루크 켐프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원 등은 2022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은 논문에서 최악과 파국에 해당하는 시나리오를 두고 "위험할 정도로 과소 연구됐다"며 IPCC가 별도 보고서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는 위험을 더 연구하자는 제안이지 20~30년 안에 멸종이 확정됐다는 예측이 아니다. 켐프 연구원 등이 다루는 파국 시나리오도 대체로 3도 이상 고온에서의 문명 붕괴와 대규모 인구 손실을 상정한다.

'2050년 문명 붕괴'라는 표현은 2019년 호주 싱크탱크 브레이크스루 국가기후복원센터가 낸 정책 보고서에서 나왔다. 발표 당시에도 과장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앞으로 12년 남았다'는 식의 문구는 2018년 IPCC가 '2030년까지 배출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한 메시지를 잘못 읽은 것에 가깝다.

인용된 '성장의 한계' 모델... 붕괴는 멸종이 아니다

인류 멸종 주장은 오래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근거로 들기고 한다. 1972년 로마클럽 의뢰로 MIT 메도스 연구팀이 내놓은 '성장의 한계'가 대표적이다. 이 보고서는 인구, 식량 생산, 산업 생산, 오염, 재생 불가능한 자원의 상호작용을 계산한 월드3(World3) 모델에 바탕을 뒀다.

기본 시나리오는 성장이 한계를 초과한 뒤 산업 생산과 인구가 감소하는 '초과와 붕괴' 패턴을 21세기 중반께 보여준다. 호주의 물리학자 그레이엄 터너는 2008년과 2014년 이 시나리오를 실제 데이터와 대조해 상당히 근접한다고 분석했다. 가이아 헤링턴의 2021년 분석과 네벨 연구팀의 2024년 재보정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두 가지를 짚어야 한다. 첫째, 이 모델은 '인류 멸종'이나 '2000년 이전 세계 붕괴'를 예측한 적이 없다. 터너는 그런 주장이 오래전부터 반복돼 온 오해이자 허위라고 명시적으로 반박했다. 여기서 '붕괴'는 경제와 인구의 감소를 뜻하지 종의 절멸이 아니다. 둘째, 메도스 연구팀 자신이 붕괴는 불가피하지 않으며 인구와 자본, 오염을 안정시키면 피할 수 있다고 봤다.

문서에 인용된 '월드원' 방송 서사, 즉 삶의 질이 0으로 추락하고 대규모 아사가 벌어져 2040~2050년 대부분의 인류가 멸망한다는 식의 표현은 1970년대 텔레비전이 극적으로 각색한 것에 가깝다. 원래 모델이 가리킨 것은 성장의 붕괴이지 인류의 절멸이 아니다.

정리하면 기후과학이 실제로 지지하는 것은 결코 '멸종 시한부'가 아니다. 2024년 지구는 처음으로 연평균 기온이 1.5도를 넘었고 기록적 엘니뇨가 겹치는 2027년은 더 더워질 수 있다. 동시에 IPCC는 이산화탄소 순배출을 0으로 줄이면 그 상승을 멈출 수 있다고 본다. 온난화의 최고점은 그때까지 쌓인 누적 배출량이 결정한다. '이제 무엇을 해도 소용없다'는 결론을 기후과학은 가리키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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