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김밥집에서 본 K팝의 관광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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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김밥집에서 본 K팝의 관광경제학

연합뉴스 2026-08-22 08:00: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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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하이난=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얼마 전 평일 어느 저녁 동대문의 한 작은 김밥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식당 내부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 관광객이어서 깜짝 놀랐다.

혼자 온 경우도 있었고, 서너 명씩 어울려 식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관광객이 많은 동대문이니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동대문의 김밥집을 찾은 스트레이 키즈 일본인 팬 [사진/성연재 기자]

동대문의 김밥집을 찾은 스트레이 키즈 일본인 팬 [사진/성연재 기자]

◇ 공연장 주변 아니라 서울 전역까지 소비 파급

궁금해서 한 중국인 여성에게 한국에 온 이유를 물었다.

그는 "슈퍼주니어 공연을 보러 왔다"고 답했다.

다른 일본인 관광객에게 물어봤더니 그는 스트레이 키즈 팬이라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피켓을 보여줬다.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달 25일부터 1주일 동안 서울 올림픽공원 KSPO 돔에서 월드투어 'RUN IT SEOUL'을 열었다.

공연장은 송파에 있는데 팬들은 종로까지 와서 밥을 먹고 숙박을 한 것이다.
. 한 장의 콘서트 티켓이 서울이라는 도시 전체로 소비를 퍼뜨리는 셈이다.

며칠 뒤 중국 하이난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을 때 비슷한 장면을 다시 만났다.

스트레이 키즈 굿즈를 든 승객들이 눈에 띄었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하이난 공항에서 만난 스트레이키즈 중국 팬들 [사진/성연재 기자]

하이난 공항에서 만난 스트레이키즈 중국 팬들 [사진/성연재 기자]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도 아닌 하이난 직항 항공편에서도 K팝 팬들을 만나는 순간, 동대문 김밥집에서 느꼈던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공연 하나가 도대체 몇 사람을 움직이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우연히 이런 만남이 겹쳤던 것만은 아니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니 숫자는 훨씬 더 극적이었다.

◇ 공연 주변 카드 소비액 38배로 치솟아

문체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올해 BTS 공연을 찾은 외국인을 조사한 결과, 광화문 공연 관람객은 한국에서 평균 8.7일을 머물며 1인당 353만 원을 지출했다.

올해 1분기 일반 외래관광객의 평균 체류 기간 6.1일, 지출액 245만 원과 비교하면 콘서트 팬들은 2.6일을 더 머물고 108만 원을 더 쓴 것이다.

4월 고양종합운동장 공연을 찾은 외국인도 평균 7.4일간 체류하며 291만 원을 소비했다.

특히 공연장이 있는 대화동 일대에서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카드 소비액이 38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연이 하나의 '목적지'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를 여행하게 만든 것이다.

최근의 방한 관광 증가세를 보면 이런 현상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문체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천71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3% 증가했다.

상반기 외국인 카드 소비액도 10조 원을 넘어섰다.

관광객 숫자뿐 아니라 실제 소비가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쯤 되면 K팝 공연을 단순한 문화행사로만 볼 수 없다.

K팝은 음원과 앨범을 해외에 수출하는 산업인 동시에, 세계의 소비자를 한국으로 직접 불러들이는 관광산업이다.

한국의 3배 수용하는 도쿄돔에서 펼쳐진 에스파의 공연 한국의 3배 수용하는 도쿄돔에서 펼쳐진 에스파의 공연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5만명 이상 수용 아레나 '우리만 없다'

정부도 이러한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문체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높은 K팝 공연 수요에 비해 국내 대형 공연장이 부족하다고 진단하고, 다목적 체육시설의 공연설비 개선에 120억 원을 지원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5만 석 규모의 돔구장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SPO돔과 내년 문을 연다는 창동 아레나는 각각 1만5천명과 1만8천여명 수준밖에 안 된다.

그래서 '재주는 K팝이 넘고 돈은 다른 나라가 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가까운 일본에는 도쿄돔과 교세라돔 오사카를 비롯해 총 6개의 대형 돔구장이 있다.

대만의 타이베이 돔은 콘서트 기준 최대 약 4만∼5만 명, 홍콩의 카이탁 스타디움은 약 5만 명, 필리핀의 필리핀 아레나는 최대 5만 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싱가포르 국립경기장, 말레이시아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 인도네시아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 등 아시아 주요 공연장 역시 5만∼8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관객 수용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K팝을 보러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는 나라의 공연장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숫자다.

동대문 김밥집에서 만났던 기쁨이, 어느새 씁쓸한 현실 앞에서 안타까움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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