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세라 기자】 우리는 때때로 현실에서 찾기 어려운 답을 예술 속에서 발견하곤 하죠.
이번 주 [TN 위클리 컬처]에서는 불확실한 내일과 인간다운 삶, 그리고 다시 살아갈 힘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꿈속에서 미래의 단서를 찾아가는 두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부터 ‘오류’를 통해 인간다움의 의미를 되묻는 전시, 거친 노동의 현장에서 서로의 삶을 고쳐나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까지.
이번 주도 어김없이 ‘무엇을 볼까’, ‘어디를 갈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엄선한 문화예술 소식을 지금 바로 전해드립니다.
영화 리틀 드리머즈
꿈에서라도 답을 찾고 싶은 마음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사주’, ‘운세’처럼 미래를 점쳐보는 문화가 특히 유행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앞날의 힌트를 얻고자 사주를 보고 운세를 확인하는 것인데요. 현재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맞물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꿈을 통해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현실에서 길을 잃은 두 청춘이 꿈속에서 내일의 단서를 찾아가는, 조금은 기묘하면서도 지금의 세대를 닮은 영화가 관객을 찾아옵니다.
영화 <리틀 드리머즈> 는 야구 사업에 실패해 빚더미에 앉은 ‘건우’와 소중한 사람을 잃은 뒤 불안 속에서 방황하는 ‘미나’ 두 청춘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서로 아무런 접점이 없던 두 사람은 꿈속에 등장하는 의문의 아이 ‘요섭’과 미래를 보여주는 ‘금방울’을 계기로 만나게 되는데요. 현실과 묘하게 닮은 꿈속 세계를 오가며 두 사람은 예측할 수 없는 사건에 함께 휘말리게 되죠. 리틀>
영화가 보여주는 세계가 엉뚱해도 인물들의 고민은 현실적입니다. 꿈꾸던 야구선수의 삶에서 멀어진 건우는 실패한 사업과 빚에 허덕이고 미나는 상실 이후 마음을 닫은 채 혼자가 되는 쪽을 택했는데요. 한 사람은 이미 꿈을 잃었고 다른 한 사람은 앞으로 무엇을 꿈꿔야 할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그런 두 사람이 미래를 알려주는 예지몽을 좇는다는 설정은 결국 내일을 확신할 수 없어 불안해하는 청춘의 마음과 맞닿아 있죠.
영화에서 판타지는 현실을 잠시 잊게 만드는 도피처에 머물지 않습니다. 미래를 알고 싶어 꿈속을 헤매던 두 사람은 오히려 그 과정에서 서로가 안고 있던 상처와 결핍을 발견하는데요. 혼자서는 길을 찾지 못했던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인연을 통해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순간, 영화 속 ‘꿈’은 미래를 미리 보는 능력보다 다시 현실을 살아갈 용기를 뜻하게 됩니다.
잠든 밤에 꾸는 꿈과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한데 엮어낸 영화 <리틀 드리머즈> 는 현실에서 길을 잃은 청춘들에게 조금 엉뚱하지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데요. 한국적 상상력으로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 <리틀 드리머즈> 는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리틀> 리틀>
전시 오인환 vs. 장서영: 휴먼 에러
오류, 완벽한 시대에 더 필요한 것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영상까지 만들어내는 시대입니다. 몇 줄의 명령어로 그럴듯한 결과물이 완성되는 등 기술은 점점 더 빠르고 정확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실수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이상적인 상태라면 인간의 불완전함은 결국 고쳐야 할 결함에 불과한 걸까요.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으로 생각했던 ‘오류’에서 인간다움을 찾아보는 전시가 관객을 만납니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작업 세계를 구축해온 오인환과 장서영 작가를 한 자리에 불러왔습니다. 겉으로 보면 두 작가의 작업은 꽤 다른 방향을 향하는 듯합니다. 오인환은 사회가 만든 규범과 집단의 질서 바깥으로 밀려나는 정체성에, 장서영은 노화와 질병, 죽음처럼 인간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신체의 문제를 탐구해왔는데요. 오인환이 인간의 시스템에 일부러 만들어내는 오류를 집중했다면 장서영은 인간의 몸 안에서 저절로 발생하는 오류를 바라봤죠. 그런데 전시는 이러한 차이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해 하나의 전시로 묶어냈는데요.
두 사람에게 ‘오류’는 없애야 할 결함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조건에 가깝습니다. 정해진 규칙에서 벗어나고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며 끝내 완벽해질 수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기계와 구분되는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전시는 AI와 자동화 기술이 점점 더 정확하고 매끄러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시대에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기술이 인간의 실수를 줄이고 불완전함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발전할수록, 전시는 반대로 그 불완전함 안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들여다보게 하죠.
서로 다른 외형을 건드려온 두 작가의 만남으로 이번 전시에는 흥미로운 작품도 많습니다. 완벽한 합을 보여주는 K팝의 <칼군무> 로 집단 속 개인의 차이를 드러내거나 남성 배우들이 ‘애교’를 연기하는 <애교 프로젝트> 로 젠더 규범을 낯설게 만드는 식이죠. 또한 자동차 배기장치와 지쳐버린 인간의 몸을 겹쳐 보거나 인간이 사라진 미래에 촛불을 꺼줄 존재를 찾아 폐병원을 떠도는 ‘자율주행 케이크’까지. 무거울 수 있는 주제에 유머와 기묘함을 더해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애교> 칼군무>
완벽하게 작동하는 시스템 안에서 느리고 흔들리며 때로는 잘못 움직이는 인간은 정말 제거해야 할 변수일까요. 모든 것을 정확하게 계산하고 복제할 수 있는 기술의 시대일수록 통제되지 않는 것들에서 인간다움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정교해지고 매끄러워지는 기술의 시대에 ‘인간다운 것’이 무엇인지 묻는 전시 <오인환 vs. 장서영: 휴먼 에러> 는 오는 10월 25일까지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오인환>
공연 고쳐서 나가는 곳
망가진 것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법
고장 난 물건은 고치면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낡은 부분을 떼어내고 부서진 곳을 손보면 한동안 멈춰 있던 것도 다시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하는데요. 하지만 사람의 삶이 어딘가 망가졌다고 느껴질 때는 무엇부터 고쳐야 할까요. 혼자서 버티는 것만이 답처럼 느껴질 때,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 연극이 무대에 오릅니다.
연극 <고쳐서 나가는 곳> 은 1970년대 부산 영도를 배경으로 배를 고치는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따라갑니다. 스무 살 ‘송엽’은 일자리를 찾아 영도로 들어와 ‘깡깡이’라는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선박 표면의 녹슨 페인트와 조개껍데기 등을 망치로 두드려 제거하는 이 일은 ‘깡깡’거리는 망치 소리에서 이름이 붙어졌죠. 그렇게 송엽은 베테랑 깡깡이 노동자 만선, 부연, 길자와 함께 거친 노동의 현장에 뛰어들며 남성 중심의 노동 현장에서 여성들이 대신해온 일과 견뎌온 삶을 무대 위에 드러냅니다. 고쳐서>
작품의 제목 ‘고쳐서 나가는 곳’ 역시 배를 수리하는 공간과 동시에 등장인물들의 삶을 보여주는 말입니다. 낡고 고장 난 배가 수리를 마치고 다시 바다로 나가듯, 삶에서 상처 입고 방향을 잃은 사람들도 서로 기대며 다시 살아갈 방법을 찾아가는데요. 무엇이든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 대신 누군가의 손을 빌리고 또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손을 내미는 과정 속에서 ‘고친다’는 말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일이 아니라 계속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새롭게 만드는 일로 확장되죠.
망가진 배를 고치듯 서로의 삶을 돌보며 다시 살아갈 방법을 찾아가는 이야기, 연극 <고쳐서 나가는 곳> 은 9월 7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고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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