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쓰리거나 위가 예민할 때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식재료는 양배추나 브로콜리다. 실제로 이들 채소에는 위 점막을 보호하는 성분이 들어있어 예로부터 위장이 약한 사람들에게 권장돼 왔다. 하지만 위벽 보호 효과만 놓고 따지면 이 둘을 제치고 1위로 꼽히는 식재료가 따로 있다. 바로 산에서 나는 뿌리채소 '마'다.
■ 위벽을 코팅하는 '뮤신'의 정체
마를 잘라보면 특유의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흘러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점액질의 정체는 '뮤신'이라는 당단백질 성분이다. 뮤신은 원래 위나 장, 호흡기 점막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점막 표면을 코팅해 외부 자극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마에 들어있는 뮤신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용해 위산이 위벽을 직접 자극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위염이나 위궤양으로 속쓰림을 겪는 이들 사이에서 마가 오랫동안 민간 요법으로 챙겨 먹는 식재료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선시대 의학서인 동의보감에도 마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동의보감은 마가 신장의 기운을 보호하고 오장을 튼튼히 하며 기력을 돋운다고 설명한다. 한의학에서는 마를 '산에서 나는 장어'라는 뜻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그만큼 예로부터 몸을 보하는 식재료로 귀하게 여겨졌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마에는 디아스타아제라는 소화효소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디아스타아제는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데 관여해 소화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에 들어있는 것과 같은 계열의 효소다. 뮤신이 위벽을 감싸 보호하는 동안, 디아스타아제는 소화 자체를 도와주는 셈이다.
연근 역시 마와 마찬가지로 잘랐을 때 끈적한 실 같은 점액질이 나오는 채소다. 이 역시 뮤신 계열 성분으로,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 마와 함께 '위에 좋은 뿌리채소'로 자주 거론된다. 다만 마는 생으로 갈아 마즙으로 먹을 수 있어 뮤신 성분을 가장 온전한 형태로 섭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리 과정이 필수적인 연근보다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배추와 브로콜리, 연근까지 위에 좋다는 채소를 두루 나열해도 결국 마가 1위 자리를 지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제대로 먹는 법과 고르는 법
마를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껍질을 벗겨 강판에 갈아 마즙으로 마시는 것이다. 아침 공복에 마즙을 마시면 속이 편안해진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아삭한 식감을 즐기고 싶다면 얇게 채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밥 위에 올려 간장 한 스푼과 함께 비벼 먹는 마밥도 별미로 꼽힌다. 부침가루를 살짝 묻혀 노릇하게 구워내는 마전도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조리법이다.
다만 마를 손질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마의 점액질 성분이 피부에 닿으면 사람에 따라 가려움증이나 두드러기가 나타날 수 있다. 껍질을 벗기기 전 손에 식용유를 살짝 바르거나 장갑을 착용하면 이러한 자극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마는 알칼리성 식품이라 위산이 지나치게 적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소화에 부담을 줄 수 있어, 평소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이라면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기보다 조금씩 챙겨 먹는 편이 낫다.
마를 고를 때는 잘랐을 때 단면이 하얗고 끈적임이 강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단면이 갈변돼 있거나 물기가 말라 보이는 마는 이미 산화가 진행된 것으로 점액질 함량이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 통마는 신문지에 싸서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세워 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이미 잘라놓은 마라면 단면에 랩을 밀착시켜 냉장 보관하되, 되도록 일주일 안에 소진하는 것이 신선하게 먹는 방법이다. 한꺼번에 많이 샀다면 강판에 갈아 소분한 뒤 냉동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마즙으로 활용하면 버리는 부분 없이 알뜰하게 소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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