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우 조로사의 복귀를 기다려온 팬들에게 돌아온 답은 뜻밖이었다. 차기작 한 편이 아닌, 직접 기획하고 제작할 작품 9편을 들고 돌아왔다.
지난 18일 조로사 측은 공식 웨이보를 통해 고장극과 서스펜스, 로맨스, 타임슬립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9편에 대한 영상화 권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대본을 공모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일부 작품의 제작까지 확정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드라마 팬들에게 조로사는 이름만으로 기대를 모으는 배우다. 드라마 ‘전문중적진천천’, ‘성한찬란’, ‘너를 좋아해 : 투투장부주’를 잇달아 흥행시키며 중국의 ‘국민 여동생’으로 자리 잡았고,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구축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20년 드라마 ‘아, 희환니’에서 한국어 대사를 직접 소화해 눈길을 끌었고, 이듬해에는 ‘장가행’으로 서울드라마어워즈 국제초청 부문 아시아스타상을 받았다. 이후에도 주요 출연작이 국내 OTT를 통해 소개됐으며, 지난해 9월에는 서울 삼성동 별마당 도서관을 찾은 사진을 공유해 국내 팬들의 반가움을 샀다
조로사의 가장 큰 강점은 인물을 사랑스럽게 구현하는 생활 연기다. 2020년 드라마 ‘전문중적진천천’에서 자신이 쓴 대본 속 조연이 된 작가 진소천 역을 맡아 다급한 상황을 능청스러운 코미디로 풀어내며 이름을 알렸다. 드라마 ‘성한찬란’에서는 부모에게 버려진 정소상의 상처와 두려움을 깊이 있게 그려냈고, 드라마 ‘투투장부주’에서는 오랜 짝사랑을 섬세한 눈빛과 표정으로 풀어냈다. 자칫 비슷해 보일 수 있는 로맨스 캐릭터를 저마다 다른 매력으로 완성하는 힘이 팬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연기 활동은 한동안 뜸했다. 지난해 9월 공개된 드라마 ‘허아요안’ 역시 앞서 촬영을 마친 작품으로, 조로사가 새 드라마 촬영에 나서지 못한 기간은 1년을 넘겼다. 또래 배우들이 잇달아 신작을 선보이면서 그의 복귀를 기다리는 목소리도 커졌다.
긴 공백에는 건강 악화와 소속사 분쟁, 차기작 대본 지연 등 여러 악재가 얽혀 있었다. 조로사는 2024년 12월 드라마 ‘연인’ 촬영 중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입원했으며, 우울증과 신체화 증상으로 휠체어에 의지하고 체중도 36.9㎏까지 줄었다고 털어놨다. 소속사 관계자들이 자신을 병원에 데려가는 대신 호텔 방에서 이른바 ‘퇴마 의식’을 받게 했다는 주장과 함께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도 공개했다. 전 소속사 은하혹오는 이에 대해 불법 행위나 계약 위반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조로사는 지난해 11월 은하혹오와 결별한 뒤 알리바바 계열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지분을 보유한 신생 기획사로 자리를 옮기고 전담팀을 새롭게 꾸렸다.
활동 기반을 다시 다진 조로사는 작품의 주도권을 직접 쥐었다. 공개 모집을 열어 원하는 대본을 찾아 나섰고, 접수된 대본과 기획안만 1000편을 넘었다. 이 가운데 3편을 영상화 대상으로 선정했으며, 인기 소설 원작과 공동 프로젝트 등을 더해 총 9편의 영상화 권리를 확보했다.
첫 제작 작품은 오는 22일 촬영을 시작하는 고장극 형식의 숏폼 드라마 ‘손더·나는 NPC가 아냐’다. 조로사는 출연하지 않고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신인 배우 4명이 주연을 맡는다.
20대 인기 여배우가 직접 대본을 공모하고 신인 발탁까지 나선 사례는 중국에서도 드물다. 중국 경제·산업 매체 계면신문은 조로사의 높은 인지도와 팬덤이 투자와 광고, 플랫폼 유통을 이끄는 힘이 됐다고 분석했다. 공백기에도 화제성과 상업적 가치를 유지한 덕분에 서둘러 차기작을 선택하기보다 원하는 이야기를 직접 찾고 만들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개인 제작팀은 전문 제작사보다 자금과 인력이 한정돼 있고, 편성과 홍보를 위해서는 플랫폼과의 협업도 필요하다. 배우로서 보여준 안목과 추진력이 제작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과제로 남았다.
팬들이 기다렸던 것은 조로사의 다음 로맨스였지만, 그는 긴 공백을 지나 자신이 설 작품은 물론 새로운 배우들이 빛날 무대까지 준비하고 있다. 배우에서 제작자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조로사가 직접 고른 이야기가 그의 이름만큼이나 큰 설렘을 안길 수 있을지 지켜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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