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은 칼을 드는 순간 시작되는 범죄가 아니다. 메시지 한 통, 우연을 가장한 기다림, 답을 강요하는 연락에서 시작된다. 이를 “팬심”이나 “남녀 사이의 다툼”으로 치부하는 동안 이는 잔혹한 폭력으로 자란다.
최근 배우 황정민 사건도 이를 보여준다. 피고인은 특별한 관계라며 자료와 음성을 공개했고, 검찰은 장기간 연락과 가족을 향한 위협성 게시물 등을 이유로 벌금 1000만 원을 구형했다. 유무죄는 법원의 몫이다. 그러나 사생활 주장이 온라인에 퍼지는 순간 유명인은 재판보다 먼저 사회적 심판을 받는다.
‘사생팬’이라는 말도 다시 생각해볼 단어이다. BTS 정국의 자택 침입 시도, 엔하이픈의 숙소 불법 촬영, 코르티스 차량 위치추적장치 사건은 팬심의 일탈이 아니다. 주소를 사고 동선을 추적해 집과 숙소에 침입하는 행위를 팬심으로 부르는 순간 범죄는 낭만화된다. 사생팬은 행위에 따라 스토킹·주거침입·개인정보 침해의 가해자가 될 뿐이다.
스토커의 위험성은 피해자의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 있다. 자신을 시험하거나 주변 사람이 관계를 방해한다고 왜곡한다. 경찰의 경고와 법원의 접근금지조차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해석한다. 그러다 자신의 망상이 부정되는 순간 애착은 증오와 보복으로 변한다.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너를 무너뜨리겠다”는 통제욕이 폭로와 가족 협박, 사회적 매장으로 이어진다.
문제의 본질은 진단명이 아니라 피해자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사랑은 상대방의 거절을 존중하지만 스토킹은 거절을 무시하고 상대방의 삶을 점령한다.
스토킹 피해자는 집과 직장, 전화번호와 인간관계를 모두 바꾸고도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가해자가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스토킹은 피해자를 죽이기 전에 그 사람의 일상과 영혼부터 조금씩 살해한다.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고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됐지만 고위험 스토커를 신속히 격리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반복적 접근, 접근금지 위반, 주거침입, 위치추적, 가족 협박, 개인정보 유포가 중첩된 사건은 처음부터 고위험군으로 분류해야 한다. 이러한 경우 단순 경고나 벌금형에 머물지 말고 구속과 전자장치 부착, 실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우리는 피해자에게 왜 더 단호하게 거절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이제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왜 명백한 거절 이후에도 가해자는 계속 접근할 수 있었는가. 왜 국가의 경고와 법원의 명령조차 집착을 멈추게 하지 못했는가.
스토킹은 애정의 변질이 아니다. 타인의 자유와 존엄을 빼앗는 지독한 폭력이다. 피해자가 죽거나 사라져야 끝나는 범죄여서는 안 된다. 국가가 가해자를 격리하고 멈추게 하는 순간 끝나는 범죄가 되어야 한다.
▶저자 소개=노종언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현재 법무법인 존재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구하라,박수홍, 오메가엑스, 선우은숙 사건 등 굵직한 연예계 분쟁을 수행한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가입니다. 다수의 사건을 수행하며 얻은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법률 이슈에 대한 심도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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