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픽셀11 프로 “덜 쓰게 돕는다”던 AI 비서, 날짜·시간 없으면 반응 안해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구글의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픽셀11 시리즈(픽셀11, 픽셀11 프로, 픽셀11 프로 XL, 픽셀11 프로 폴드)에 대한 외신들의 리뷰 엠바고가 해제되면서 실사용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더 버지(The Verge), 와이어드(Wired), 아르스 테크니카(Ars Technica), 지디넷(ZDNet) 등 주요 매체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세대 하드웨어 변화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신 구글은 프로액티브 어시스턴스(Proactive Assistance), HiLight 알림 LED 등 제미니(Gemini) 기반 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구글은 픽셀11 프로를 “폰을 덜 쓰게 도와주는 폰”이라고 소개했지만, 여러 리뷰어들은 실제 사용 과정에서 이 약속이 제한적으로만 지켜졌다고 평가했다.
프로액티브 어시스턴스, “덜 쓰게 돕는다”던 약속의 실체
더 버지 리뷰어는 픽셀11 프로를 일주일간 사용하며 프로액티브 어시스턴스를 다양한 상황에서 테스트했다. 이 기능은 문자메시지 등 특정 상황이 감지되면 구글 메시지 앱 안에 동적인 칩(chip)이 떠오르는 방식이다. 친구가 다음 주 일정을 묻는 문자를 보내자 제미나이가 캘린더 확인을 제안하는 칩을 띄우는 식의 기본적인 상호작용에서는 “정말 유용했다”고 리뷰어는 전했다.
다만 레스토랑 예약처럼 조금 더 복잡한 시나리오에서는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리뷰어에 따르면 “Can you make a reservation at Frankie Spuntino next Saturday at 7pm?(다음 주 토요일 7시에 프랭키 스푼티노 예약해줄 수 있어?)”처럼 날짜와 시간이 구체적으로 포함된 문자를 받아야만 예약 시도 칩이 떴다. 날짜나 시간이 빠지면 아무 반응도 나타나지 않았고, 답장을 보내는 순간 칩이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리뷰어의 동료인 캐머런 폴크너는 이를 두고 “프로액티브 어시스턴스가 작동하게 하려면 당신이 먼저 프로액티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비행 정보를 물었을 때도, 지메일에 관련 정보가 있었음에도 아무것도 뜨지 않았고, 사진을 찾아달라는 요청에는 관련 없는 사진이 검색되는 등 오작동도 이어졌다.
와이어드 리뷰어도 비슷한 사례를 보고했다. 친구와 딤섬을 먹기로 하고 시간을 정하는 대화에서 메시지 앱에 캘린더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버블이 떠올랐고, 이후 일정 등록을 제안하는 버블도 이어졌다. 전체적인 흐름은 매끄러웠지만, 제미나이가 예약하려는 식당 이름 “Din Soup”을 “Dim Sum”으로 잘못 이해하는 문제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기능이 대부분 구글 메시지 앱에서만 작동한다는 점이다. 리뷰어는 “이 기능이 시스템 전역에서, 모든 앱에서 작동하게 될 때 비로소 그 유용성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HiLight 알림 LED와 카메라 신기능들 / AI 생성 이미지
HiLight 알림 LED와 카메라 신기능들
픽셀11 프로에서는 온도 센서가 사라지고 대신 플래시 안에 숨겨진 멀티컬러 LED 링 ‘HiLight’가 새로 탑재됐다. 전화가 걸려오거나 제미나이와 대화하는 등 특정 상황에 따라 다른 색으로 빛나는 알림등이다. 더 버지 리뷰어는 폰을 엎어놓고도 필요한 순간에만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마음에 들었지만, 실제 완성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지디넷에 따르면 HiLight는 픽셀11 프로 모델에만 한정된 기능이며, 기본형 픽셀11에는 탑재되지 않았다. 지디넷 리뷰어는 “색상 옵션이 다섯 가지뿐이고 전화와 제미나이 대화 중에만 작동하며 문자에는 반응하지 않는다”며 “아직 개발이 충분히 진전되지 않아 큰 영향력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기본형 픽셀11에도 새로 추가된 카메라 소프트웨어 기능은 있다. 영상 촬영과 동시에 고품질 정지 사진을 자동으로 잘라 저장해주는 ‘매직 캡처(Magic Capture)’, 리얼 톤(Real Tone) 기술로 피부색을 유지하면서 필터를 적용하는 ‘카메라 룩스(Camera Looks)’가 대표적이다. 와이어드는 픽셀11 프로 XL의 120배 프로 레즈 줌을 테스트하며 30배 이상 확대 시 AI가 생성한 픽셀이 채워진다고 밝혔다.
하드웨어는 제자리걸음, 가격은 올랐다
아르스 테크니카는 이번 픽셀11 시리즈를 두고 “매직이 사라지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리뷰를 냈다. 디자인 언어가 3세대째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고, 하드웨어 변화는 밀리미터 단위, 그램 단위의 미세한 조정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스펙을 보면 픽셀11(899달러), 픽셀11 프로(1,099달러), 픽셀11 프로 XL(1,299달러), 픽셀11 프로 폴드(1,899달러)로 구성되며, 전 모델에 텐서(Tensor) G6 칩과 안드로이드 17이 탑재됐다. 배터리는 픽셀11이 4,985mAh, 픽셀11 프로가 4,850mAh, 픽셀11 프로 XL이 5,115mAh, 폴드가 4,806mAh다. 미국 출시 기준 플랫 모델 세 종은 모두 eSIM 전용으로 나온다.
더 버지는 픽셀11 프로와 프로 XL의 기본 램이 작년 16GB에서 12GB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반형 픽셀11과 같은 용량이다. 반면 기본 저장공간은 128GB에서 256GB로 늘었고 가격은 작년보다 100달러 오른 1,099달러가 됐다. 와이어드는 배터리 사용 시간에도 우려를 표했다. 셀룰러 데이터 다운로드, 구글 지도 사용, 사진 촬영 등을 병행한 결과 픽셀11 프로와 프로 XL 모두 화면 켜짐 시간 약 4시간 만에 배터리가 20%까지 소모됐다고 밝혔다.
기본형이냐 프로냐, 소비자의 선택
지디넷은 기본형 픽셀11을 두고 “프로 모델을 건너뛰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했다. 프로 모델보다 200달러 저렴하면서도 경험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두 모델의 주된 차이는 디스플레이 해상도·밝기, 그리고 카메라 세부 기능이다. 예컨대 야간 촬영을 최대 4.5배 빠르게 처리하는 ‘인스턴트 나이트 사이트’는 프로 모델에만 제공된다. 기본형 픽셀11은 전작 대비 배터리 용량이 4,970mAh에서 4,985mAh로 소폭 늘었고, 8월 20일(현지시각) 공식 출시를 앞두고 사전예약이 시작됐다.
아르스 테크니카는 이번 리뷰에서 “구글은 이제 애플과 삼성뿐 아니라 지난해, 그리고 그 이전 세대의 픽셀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AI 기능이 완성도를 갖추기 전까지는, 계속 오르는 가격표가 소비자들에게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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