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이긴 팀이 우리 팀"…'책임 없는 쾌락' 즐기는 야구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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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이긴 팀이 우리 팀"…'책임 없는 쾌락' 즐기는 야구팬들

일간스포츠 2026-08-19 01:30: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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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를 가득 메운 관중들. 연합뉴스

"이기는 팀 우리 팀."

KBO리그는 지난 11일 역대 최소 경기 만에 900만 관중을 돌파하며 3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눈앞에 두고 있다. 관중이 늘면서 야구장을 찾는 팬들의 모습도 다양해졌다. 경기하는 두 팀과 관계없는 '제3의 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팬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KT 위즈 김현수가 타 구단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팬에게 "너는 왜 여기 있어"라고 묻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를 직관한 KT 팬 송미경 씨는 "LG 응원가 '서울의 아리아'와 키움의 데이비슨 응원가를 좋아한다. 우리 팀과 경기할 때는 차마 부르지 못해서 슬펐는데, 이날은 마음 놓고 부를 수 있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경기를 바라보는 마음도 한결 가벼웠다. 송미경 씨는 "음식을 먹으면서 봐도 답답하거나 체한 느낌 없이 행복하게 볼 수 있다"며 "'이기는 팀이 우리 팀'이라는 생각으로 야구를 봤다"고 웃었다.

지난 12일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를 직관한 KT 팬 송미경 씨와 롯데 팬 정세희 씨. 본인 제공

이날 8회 초 LG 문정빈의 투런 홈런이 터졌을 때도, 8회 말 키움이 낫아웃과 폭투로 득점했을 때도 송미경 씨는 한쪽의 승패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깔깔 웃으면서 즐겁게 볼 수 있었다. 내 인생 이런 행복 야구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함께 경기장을 찾은 정세희 씨에게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 다른 구장보다 고척스카이돔이 시원하다는 것. 여기에 "둘이서 롯데나 KT 경기를 보러 가면 싸울 것 같아서"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더해졌다. 하지만 야구장을 찾은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오직 책임 없는 쾌락을 위해."

KT 응원 도구 비트배트와 롯데 응원 도구 누리 짝짝이로 응원하고 있는 KT 팬 송미경 씨와 롯데 팬 정세희 씨. 본인 제공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최근 프로야구 팬덤의 변화와 연결해 설명한다. 차재혁 송원대학교 스포츠데이터분석학과 교수는 "과거 KBO리그의 핵심 소비층이 중장년 남성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여성과 젊은 세대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며 "소비계층의 변화가 야구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야구장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과거 야구장이 '우리 팀과 상대 팀이 치열하게 대결을 벌이는 공간'이라는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특정 팀의 열성적인 팬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찾아와 하루를 즐길 수 있는 여가·문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연인과 데이트하고, 먹거리와 응원 문화를 즐기는 등 야구 관람 자체가 하나의 경험 소비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잠실야구장을 찾은 야구 팬들. 연합뉴스

차재혁 교수는 "특정 팀의 승패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스트레스나 실망감 같은 감정적 비용이 발생한다"며 "상대적으로 느슨한 입장에서 경기를 즐기면 감정적 비용은 낮추면서도 야구장의 열기와 응원 문화, 먹거리, 사람들과의 교류 같은 즐거움은 충분히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재혁 교수는 이를 단순히 기존 팬들의 충성도가 약해진 현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야구장을 찾는 소비자의 범위 자체가 넓어진 결과일 수 있다"며 "열성팬뿐 아니라 다양한 소비자가 야구장으로 유입되면서 팬의 성향 자체가 다층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팬덤의 기준이 과거의 '연고주의 중심'에서 '관계와 취향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팬덤의 구조가 다양해지면서 관람 문화도 함께 변했고, KBO가 오랜 기간 추진해 온 팬 경험 중심의 가치 전환 역시 이러한 변화를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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